[허진권의 문화칼럼]성경을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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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의 문화칼럼]성경을 먹자
  • 허진권 교수
  • 승인 2017.11.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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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의 기독교미술 간파하기 (58)

종교개혁, 그리고 500년이 지났다. 우리나라까지 복음화 됐다. 그야말로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복음이 전파된 것이다. 반면 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개할 것들이 많다. 어쩌면 루터가 본 그 당시보다 더 많은 것들이 개혁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 성경을 먹자, 201x235x10cm, mixed media, 2017년. 허진권.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필자가 오랜 동안 고민한 것들의 흔적이다. ‘책은 보는 것’, 평화와 통일의 프롤레고메나’ 등 이미 발표한 작품들과 맥을 같이한다. 그럼에도 기존의 작품들과 다른 것은 성경을 주로 묶어서 설치하기도 하고  화면에 붙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성경을 먹자’를 준비하기 위하여 성경 500권을 모았다. 여러 목사님들이 광고해주고 성도들이, 지금은 바뀌어 안 쓰는, 손때 묻은 한권 한권을 정성스럽게 모아주었다.

성경 500권이 필요하다는 의사표시, 목사님들의 광고, 성도들이 한 권 한 권 모으는 그 마음, 모아진 성경을 펼쳐보는 것까지 모두 다 작품이다. 특히 밑줄 친 부분을 오려두고 성경책 안에 끼워진 것들을 한데 모으는 것은 그 원 주인과 시공을 초월한 소통을 의미한다. 이렇게 오려둔 것들을 무작위로 화면의 정해진 부분에 붙이면서부터 가시적인 작품이 된다.

우리는 소중한 것들은 잘 보관한다. 특히 역사적인 유물은 박물관에 전시하고 보존한다. 그러나 관객들이 그저 단순한 유물로 대하며 호기심만 채우고 간다면 그 것은 그냥 박제된 물건일 뿐이다. 그야말로 ‘책은 보는 것’ 이 되고 만다. 소중한 것들, 이제는 그 효용을 다하여 사물로써의 기능은 다 했을 지라도 그 것을 보는 이들이 자신의 삶과 소통한다면 그 것은 지금도 살아있는 것이 된다.

이렇게 제시한 성경을 먹을지 말지, 먹고 나서 삶이 바뀔지 아니면 배탈이 날지는 관객들의 몫이다. 따라서 필자는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세상에서 가장 많이 출판되고 가장 많이 팔린 성경을 어떻게 볼 것이냐고 문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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