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실패할 필요가 없는 교회’를 세운다

다시 쓰는 개척행전(6) 페이스다운교회 이강혁 목사 공종은 기자l승인2017.11.29 15:20:46l수정2017.11.29 19:32l14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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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보다는 ‘제대로 된 교인’에 집중

초대 교회의 예배 모범과 전통 복원

좋은씨앗 이강혁 목사. 그가 교회를 개척했다고 했다. 목회자보다는 CCM 가수, 좋은씨앗의 멤버로 기억되는 인물. ‘페이스다운(Face Down)교회’란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근처에 교회가 있지만, 주일에만 빌려서 사용하는 공간”이라고 알려주었다. 이런 공간적 제약 때문에 페이스다운교회의 주중 사역은, 교회와 공동체, 예배와 기도, 말씀 묵상과 서번트리더십, 소명 등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들로 자유롭게 채워진다. 이 목사는 8명 정도의 교인들과 함께 ‘실패할 필요가 없는’ 모델 교회를 만들고 있었다.

# ‘본질’에 집중하는 교회

기존의 교회와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 ‘페이스다운(Face Down)’이라는 이름부터 다소 어색하고 달랐다. ‘아래로 향하다’라는 사전적 의미이지만, “‘얼굴을 땅에 대듯이 주님 앞에서 나를 낮춘다’, ‘하나님을 경외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한다. 이 목사는 “지금은 하나님에 대한 경외를 잃어버린 시대”라고 했다. 그래서 “현대 문화 속에서 우리가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어 경외해야 하는 분이 계시다는 것을 알리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상징적 네이밍”이라고 했다.

기존 교인들보다는 이른바 가나안 교인들과 교회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마음도 그랬다. 교인들과 함께 공부하고, 또 예배를 회복시키고 성례의 원형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들도 다른 교회들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페이스다운교회만의 독특성이었다.

▲ 좋은씨앗의 멤버이기도 한 이강혁 목사는 페이스다운교회를 통해 실패할 필요가 없는 새로운 개척 교회 모델로서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를 원한다<사진 제공 = 이강혁 목사>.

교회에 대한 생각도 조금 달랐다(아니 더 본질적이다). 규모보다는 교회를 이루는 사람이 제대로 된 신자가 되게 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개척에) 실패할 필요가 없는 교회’를 말한다. “앞으로 많은 교회들이 생기겠지만, 성공하거나 실패할 필요가 없는 그런 교회가 돼야 한다. 2~3명의 소수가 출석하는 교회라고 해도 어떤 정체성을 갖고 존재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바른 정체성을 갖고 있는 교회, 본질에 충실한 건강한 교회를 세워야 한다”고 이 목사는 강조한다.

# ‘정교인’ 양육하는 깐깐한 교회

페이스다운교회는 조금 깐깐한 교회이기도 하다. 누구나 다닐 수 있지만 누구나 교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 정교인이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친다. 교회와 공동체, 예배와 기도, 말씀 묵상과 서번트리더십, 소명 등을 공부하다 보면 1년 6개월 정도가 지난다. 그렇다고 사람을 가려내기 위한 과정은 아니다.

“어느 누구나 여기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멤버십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교인으로서의 의무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목표에 동의하고, 교인으로서, 교회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감당하고 나누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다운교회의 지향점에 동의하고 공부하면서 생각을 나누는 기간이 지나면 ‘정교인 서약’을 한다. 다른 교회에는 없는 특별한 것이다. ‘나는 오늘, 이제껏 자기중심적인 인생을 살아온 지난날의 삶에 마침표를 찍고,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에 속하여 공동체 자아요 그리스도 자아로서 새 삶을 살기로 약속합니다’라는 다짐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의 몸 된 지체인 형제자매를 섬기라고 내게 은사와 재물을 주신 것이며, 내가 받은 값 없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빚진 자로서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입니다’라고 고백한다.

정교인으로서의 이런 고백은 페이스다운교회가 지향하는 단순한 교회, 작지만 건강한 교회, 개혁하는 교회로 나아가고 그 여정에 동참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 ‘성례전-복음’ 중심의 예배

현재 교회가 집중하는 것은 예배와 친교 두 가지. 안식을 통해 영성이 회복돼야 우리 안에 있는 사명 또한 회복할 수 있고, 교회가 무엇이고,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체성을 회복해야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일까 페이스다운교회는 교회로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늘 묻는다.

“교회로서의 존재감 없이 외적인 사역에 내몰린 과거의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열매 없이 피폐한 교회였습니다. 그래서 안식과 단순한 예배를 통해 이 사명을 회복하는 교회를 지향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우리 교회의 지향점입니다.”

영성과 사역을 통전적으로 수렴하고 발휘하는 것이 페이스다운교회의 사역. 사역 중심이 아니라, 안식과 관계를 통한 회복, 내면의 성장과 성숙을 위한 영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페이스다운교회라는 말이다.

예배는 초대 교회 때의 예배 모범과 전통을 복원해 우리의 문화에 맞게 해석했다. 성례전 회복에 집중했고, 성령 임재의 기도와 중보기도 등 다양한 주제의 기도를 통해 교인들이 예배의 방관자, 관람객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능동적인 주체자가 되도록 이끌었다.

이 목사는 “개혁 교회의 예배가 갱신되기 위해서는 성례전이 회복돼야 한다. 성찬 기도를 예배 순서 가운데 녹여냄으로써 다양한 주제들의 기도로 회중들이 참여하게 했다. 그리고 설교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기도다. 개인적인 필요보다는 하나님이 하신 일,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에 대한 감사로, 찬양으로 반응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기도의 원래 기능을 복원하는 것이다. 예배 개혁은 이렇게 회중들이 철저하게 인본주의, 개인주의에서 탈피해 복음 중심의 예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 사랑과 섬김의 리더십 필요

이강혁 목사는 오래 전 경기도 연천의 임진강 근처에 소풍교회를 개척했었다. 그렇다고 소풍교회가 없어진 건 아니다. 소풍교회는 묵상하면서 깊은 영성의 시간을 회복하는 공간. 그리고 페이스다운교회는 도심 한가운데서 변화하는 시대 가운데 새로운 교회로 개척된 곳이다.

“페이스다운교회 안에도 소풍교회의 면면은 여전히 흐릅니다. 깊이 묵상하고 내면의 사역을 위한 시간들이 바로 그것이죠. 일상의 복잡함, 분주하고 산만한 사역과 일에서 물러나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회복하는, 그런 충전의 시간을 갖는 곳이 소풍교회의 기능이었다면, 페이스다운교회는 이런 힘을 바탕으로 도심 가운데서, 작지만 건강한 교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곳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 목사는 또 말한다.

“지금이야말로 세상의 반대 정신, 곧 물리적 힘이 아닌 정의와 자비로 세워지는 샬롬(평화) 그리고 사랑과 섬김으로 세워지는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입니다. 온통 힘(돈, 인기, 권력)을 추구하는 질서와 문화에 저항하며 사랑하는 우리를 위해 기꺼이 무능해질 수 있을 만큼 전능하신 그분의 사랑, 죽기까지 자신을 내어주신 그 위대한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이야기를 이 세상에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변함 없이 전해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저와 페이스다운교회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공종은 기자  jekon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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