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낙태죄 폐지’ 청원 공식 답변했지만…
상태바
청와대, ‘낙태죄 폐지’ 청원 공식 답변했지만…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11.28 0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국 민정수석 “균형점 찾기 위해 실태조사”…기독교 “태아생명권은 절대적인 것”

청와대가 지난 26일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했지만 기독교계는 생명존중 문화를 위한 계획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해 태아의 생명권이 경시될 것에 대해 우려했다.

지난 9월 30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광장코너에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를 제목으로 청원사항이 올라왔으며, 10월 30일 마감한 결과 23만5천여명이 참여했다.

청와대는 20만명 이상 청원의 경우 30일 이내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급이 공식 답변을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며, 낙태죄 폐지 청원과 관련해서는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홈페이지와 공식 SNS 계정 등 게시한 ‘친절한 청와대’ 영상에 나와 설명했다. 이번 청원 답변은 지난 9월 25일 ‘소년법 폐지 청원’에 대한 답번 이후 2개월만이다.

조국 수석은 ‘낙태’ 표현 대신 ‘임신중절’ 단어를 사용하면서 “현행법이 임신중절의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빠져 있다”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중 하나를 선택하는 제로섬이 아니라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우리 사회의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라고 입장을 했다.

또 조 수석은 낙태죄 폐지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보다는 실태조사를 재개하는 한편, 현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소송의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현재 임신중절 관련 통계는 2010년이 마지막으로 조사됐으며 합법적 임신중절은 6%대에 불과했다. 청와대는 내년 실태조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입장과 함께 공론화가 시작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자칫 태아의 생명권이 경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지난 28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조국 민정수석이 “청소년 피임교육의 체계화,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 입양문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은 생명문화를 증진시키는 조치라고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그러나 “조국 민족수석의 성명이 전반적으로 법에 대한 잘못된 사실 전달과 생명윤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반생명적 관점을 담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특히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동등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논의를 전개했지만, 태아 생명권은 여성 행복추구권보다 무거운 가치이며 여성 자기결정권이 태아 살해권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또 “원치 않은 아이라고 해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가 떨어진다고 볼 이유가 없으며, 낙태죄를 형법 안에 두는 것은 낙태가 죄임을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리고 경각심을 갖게 하는 억제효과가 있다”고 낙태를 법과 분리하려고 한 조국 민정수석의 견해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국 수석의 이번 청원 답변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이 인용된 데 대해 천주교는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강력항의 의사를 밝혔다.

조 수석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서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위원회는 이날 공개 질의서를 발표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인용된 표현은 2013년 이탈리아 잡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교리 선포와 관련돼 나온 발언으로, 이 인터뷰에서 교황은 낙태에 대해 반대하는 가톨릭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