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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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페 식사
  • 김한호 목사
  • 승인 2017.11.2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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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
▲ 김한호 목사

성서에서 가장 은혜로운 교회는 예루살렘의 초대교회입니다. 그 교회가 어떻게 예배하며 살았을까요? 초대교회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예배의 요소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공동식사’였습니다. 이 공동식사는 대체로 두 부분으로 나누어졌는데, 제1부는 전체 교인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했습니다. 지금의 포트락 파티(Potluck party)처럼, 교인들이 음식을 하나 둘씩 준비해 와서 공동식사 시간에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 공동식사를 초대교회에서는 ‘아가페 식사’라는 뜻에서 ‘Agape Meal’ 혹은 ‘사랑의 식사’라고 불렀습니다.


제2부 아가페 식사에서는 그리스도를 회상했고, 또한 감사했으며 떡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동체 가운데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에게 떡을 나누어주는 실천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님께서 이 식탁의 주인이셨다는 점을 항상 잊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과의 마지막 만찬을 회상했으며, 예수님께서 “이를 행할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고 하신 명령을 항상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식사를 하고 이어서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만찬(성찬)을 함께 행했던 것 같습니다. 성만찬을 통해 주님의 임재를 느꼈습니다. 


그러나 로마와 유대교의 핍박 가운데 있었던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대규모 공동식사는 매우 위험했고, 대규모 공동식사를 매번 준비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신령한 예배의 정신이 흐트러졌습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데 집중하지 못하고, 신비한 경험에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됩니다. 빈부갈등도 심해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AD 140년대 문헌을 보면 아테네의 아리스티데스(Aristides)가 황제 안토니우스 피우스에게 그리스도인들의 사랑의 실천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한다. 그들은 과부를 홀대하지 않으며 고아를 소홀히 다루지 않고 있다. 가진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에게 사심 없이 준다. 그들이 나그네를 보면 집으로 데리고 가서 친 형제처럼 즐거이 지낸다. 왜냐하면 그들은 육신의 혈육을 따라 형제라 부르지 않고, 영과 하나님 안에서 형제로 칭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이 사망하여 이를 누군가 보면, 그는 가난한 이의 묘지를 위해 재산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 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옥에 갇히면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돕고, 가능한 한 석방되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들 중 누군가 가난하거나 핍절한 상태에 있으면 이틀 내지 사흘 동안 금식하고, 이를 통해 얻은 양식을 어려움에 처한 이에게 제공한다.”


초대교회의 공동식사는 믿는 자들끼리의 자리였습니다. 신앙인들끼리만 서로 돕고 먹는 자리였습니다. 이방인에 대한 도움이 없는 것이 초대교회의 한계였습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식사 자리가 공동식사가 아닌 끼리끼리의 식사가 됩니다. 공동식사는 무엇보다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하며 만나는 사귐의 자리입니다. 서로 마음을 트고 화목하자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약한 자를 도와주는 섬김의 자리입니다.


결국 초대교회의 아가페 식사는 세월이 흘러 2세기 중반쯤에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성만찬만이 남아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회상하는 예전으로 지켜지게 됩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예배가 있고, 식사 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친밀한 교제, 나아가 섬김(디아코니아)이 있습니까? 그냥 다른 식사 시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요즘의 교회 공동식사는 나눔도, 기도하는 일도, 찬양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국교회에 정말 필요한 것은 사랑의 식사 즉 디아코니아의 실천입니다.


제가 유럽에서 보았던 특별한 공동체 하나가 있었습니다. 장로님들이나 교회 리더들이 예배를 드리고 돌아가는 성도님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신이 농사지은 농산물을 가지고 와서 필요한 사람이 가지고 가게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에게도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기쁨을 누리고, 식사를 나누고, 함께 먹고 마시는 공동식사가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이번 추수감사절을 기점으로 자신의 은사를 서로 나누어 주는 디아코니아가 이웃들에게 퍼져 나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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