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페이스 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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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페이스 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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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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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교황과 왕의 분쟁(3)

보니페이스 8세(1294-1303)는 그레고리 7세, 이노센트 3세와 동일한 이념을 가졌던 교황이었으나 그의 시대에 들어서 교황권은 점점 쇠퇴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는 1296년 ‘교직과 평신도’라는 교서를 내려 교황 허가 없이 성직자와 성직 소유에 대해 과세하거나 납세하는 자에 대해서는 파문한다고 선언하였습니다. 

당시 프랑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간의 전쟁이 일어나 프랑스 왕 필립 4세가 군비조달을 위해 교황의 양해 없이 성직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였습니다. 발칵 뒤집힌 프랑스 교회에서 자신들의 수장인 로마 교황에게 이를 알리자, 격노한 교황 보니페이스 8세는 필립 4세와 논쟁을 벌이며 세속권에 대한 교권의 우위를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필립 4세는 옛 로마법에 근거하여 프랑스에서 금, 은, 화폐의 해외 반출 금지령을 내려 이에 대항하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교황청은 경제적인 손실을 입게 되었고 결국 성직자들의 자유헌금을 허락하고 위급 시 왕이 과세할 수 있음을 인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교황은 프랑스 왕과의 대결에서 패배하였으니 이것은 그 이전 시대적 상황에서 볼 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1301년 교황과 필립 4세는 다시 대결하였습니다. 발단은 필립 4세가 교황사절을 반역죄로 체포한 일이었습니다. 교황은 석방을 명하고 프랑스 감독과 왕을 로마로 소환하였지만 필립 4세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국회를 열어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교황에게 불복하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교황은 1302년 유명한 교서 ‘유일한 권위’를 발표하여 세속권에 대한 교황의 우위성을 주장하였습니다. 교황은 이 교서에서 이 세상에는 단지 하나의 보편교회가 있음을 주장하면서 “교황에게 복종하는 것은 구원의 필수 조건임”을 천명하였습니다. 

이 선언문의 핵심은 누가복음 22:38에 대한 해석에 있습니다. “그들이 여짜오되 주여 보소서 여기 검 둘이 있나이다. 대답하시되 족하다 하시니라.” 그는 이 말씀을 그릇 해석하여 세속권력이 영적 권위에 굴복해야 함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필립 4세는 이에 불복하고 교황의 교서를 불사르고, 교황은 이단이며 도덕적으로 패역한 자라고 선언하고 교황을 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보니페이스는 측근들을 고향 아나니에 모으고 파문령을 선포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필립 4세는 기습적으로 기욤 드 노가레가 지휘하는 병력을 파견해 로마 남동쪽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인 아나니로 가서 교황을 납치하여 재판에 회부했으니 이것이 ‘아나니 사건’입니다. 노가레는 보니페이스에게 교황의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강요했습니다. 그러나 노령의 교황은 이에 굴하지 않고 만일 자기를 죽이고 싶다면 “여기에 나의 목이, 여기에 나의 머리가 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가레는 그를 당나귀 위에 거꾸로 앉히고 온 동네를 돌게 하는 모욕을 가하였는데 아나니에 있었던 추기경들 가운데 오직 두 사람, 스페인의 피터와 니콜라스 보카시니만이 교황의 편을 들었습니다. 마침내 보카시니의 지도 아래 일부 촌민들이 교황을 구출하고, 프랑스인들과 그 부역자들을 그 도시로부터 축출하였지만 보니페이스는 이때의 충격으로 풀려난 지 한 달 후에 사망하였습니다.

교황의 패배는 그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3세기 말부터 서서히 일기 시작한 민족주의의 대두는 로마의 세계 지배를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프랑스가 이탈리아에 있는 교황의 지배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이 교황청에 대한 저항의식은 민족주의가 가져온 결실이었습니다. 보니페이스의 패배는 교황의 지배권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으며 교황권의 몰락을 보여주는 전조가 되었습니다. 

보니페이스의 후계자 베네딕트 11세 때부터는 교황권이 더욱 약화되고 프랑스왕의 영향 하에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1309년 베네딕트 11세의 후계자인 교황 클레멘스 5세는 교황청을 프랑스 땅인 아비뇽으로 옮겨갔고 1377년까지 약 70년간 그곳에서 지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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