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 정의 실현위해 교회가 앞장 서야”
상태바
“하나님 나라 정의 실현위해 교회가 앞장 서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7.11.22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교회 개혁과제 (10) -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관심

한국교회, 구제와 봉사 주도적 역할
사회구조 개혁하는 적극적 대책 필요

 

사회문제 주목한 종교개혁자들
종교개혁의 영향은 비단 교회를 개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당대 사회 전체에 만연해있던 부패와 무너진 윤리의식, 우상숭배와 차별에 맞섰다. 특히 배고픔에 허덕이던 소외계층을 위한 구제에도 적극적이었다.

종교개혁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 마틴 루터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돕고 섬기는 기독교 사랑보다 더 큰 예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말에서 그치지 않고 빈민들을 돕기 위한 ‘공동금고’를 시작했다. 금고는 먼저 비텐베르크 교회에서 출발했고 라이스니히에까지 이어졌다.

이 금고는 성경의 십일조 정신을 당대 현실에 적용한 일종의 사회기금이다. 특별예배와 헌금, 유산 등을 통해 모인 기금은 오롯이 사회적 약자들을 일으켜 세우는 데 사용됐다. 재난당한 지역주민, 홀로된 여인과 아이들, 병자와 노인들을 위해 쓰였고 약자들을 위한 학교건립에도 힘을 보탰다.

또 당시 사회에서 지참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하던 청년들을 위해서도 쓰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청년복지’ 개념이 500년 앞서 시행됐다고 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이 공동금고에는 자물쇠가 네 개나 달려있었다는 점이다. 라이스니히 교회에서는 금고 사용을 위해 귀족 대표 2명, 현직 시의원 2명, 평민 대표 3명, 농민대표 3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조직했다. 각 집단에서 대표 한 사람이 열쇠를 하나씩 나눠 가졌으며 네 개의 자물쇠를 모두 풀어야 금고가 열렸다.

그런데 교회에서 시작된 공동금고임에도 불구하고 위원회에 교회 관련자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당시 금고는 교회에 비치됐으며 위원들은 주일 예배 이후 기금 사용을 위한 회의를 열었지만 교회의 간섭은 없었다. 교회는 운동을 시작하고 예배로 섬기면서 기금이 바르게 사용되도록 도왔지만 재정 사용의 주도권은 지역사회에 이양한 것이다.

장로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칼뱅 역시 사회개혁에 관심이 많았다. 칼뱅은 제네바 시민의 신앙과 윤리, 도덕 회복을 위해 시민법정 ‘제네바 치리회’를 만들었고 가난한 자들을 위한 병원인 구빈원을 설립했다. 프랑스에서 도피한 난민을 돕기 위한 ‘프랑스 기금’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전 총신대신대원장 심창섭 교수는 “16세기 종교개혁은 결코 사회개혁과 분리된 개념으로 이해하거나 해석될 수 없다”면서 “사회개혁에 영향이 미진한 것은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정신에서 이탈한 지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세상을 섬기는 ‘선한 사마리아인’
한국교회가 사회개혁에 뒤쳐져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구제와 복지는 한국교회가 앞장서고 있는 영역 중 하나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각 종교의 사회복지관련 법인 중 개신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을 웃돈다. 기아대책과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등 대표적인 구호단체도 기독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3대 세습 체제 아래 신음하는 북한주민과 탈북민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데도 적극적이다.

지난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포항을 보듬는 일 역시 교회가 앞장섰다. 한국교회연합봉사단(단장:조현삼 목사)은 지진이 발생한 다음날인 16일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흥해면으로 달려가 긴급 구호 부스를 설치하고 이재민들을 섬겼다. 포항 기쁨의교회는 지진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위해 교회 3층 공간을 대피소로 제공하고 가족용 텐트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처럼 봉사와 구제는 기독교의 훌륭한 전통이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적 원리를 따라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 진행되는 구제 사역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교회의 역할이 단순히 봉사와 구제만으로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윤실이 발표한 ‘2017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서 한국교회 신뢰도 제고를 위해 필요한 일로 ‘윤리·도덕 실천’이 ‘봉사 및 구제’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선 것도 시사점이 크다.

지금의 사회문제는 단순히 봉사와 구제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명대 기독교윤리학 곽호철 교수는 “더 이상 봉사와 구제만으로 사회의 아픔을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보다 근원적인 사회적 치유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곽 교수는 또 “교회는 사회적 약자들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먹을 것, 마실 것, 입을 것을 주는 것은 교회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이며 더 나아가 스스로 먹고, 입고, 당당하게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도록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 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의 정의를
성경은 크리스천의 사회 참여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성경은 한결같이 ‘억눌리고 소외된 약자를 돌볼 것’을 강조한다. 더불어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고 다스리라’는 문화명령 또한 우리에게 주셨다. 이는 우리가 창조세계의 관리자로서 지역사회와 환경을 돌보고 건강하게 가꿀 책임이 있음을 의미한다.

창조세계의 보전에 앞장서는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유미호 연구실장은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선교의 영역은 교회가 위치한 공간에서부터 시작한다. 교회가 지역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지역사회가 겪는 일, 우리가 사는 환경이 겪는 일이 곧 교회가 겪는 일이다. 특히 예수님이 향하셨던 낮은 곳으로의 관심이 한국교회에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종교적인 것’만을 가르치지 않으셨다.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세상과 현실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가르치셨다. 사회문제와 크리스천의 책임을 돌아보는 것은 결국 이 땅에서 크리스천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장신대 임성빈 총장은 “하나님 나라의 좋은 소식을 전하는 교회는 개인의 구원 뿐 아니라 세상의 질서에도 관심을 가진다.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뤄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뤄지도록 기도하는 것이 기독교 정신”이라면서 “인간성을 파괴하는 폭력과 질서에 대항하고 개인과 집단의 이기심을 폭로해 하나님이 허락하신 생명과 문화를 보호하는 것이 교회의 사회참여”라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한국교회에 대한 시민과 사회의 신뢰가 추락하는 실정이다. 예전에는 ‘교회 다니는 사람은 믿을 만하다’는 평판을 받았지만 점점 ‘교회 다니는 사람도 똑같다’는 평가로 변했다. 최근에는 심지어 ‘교회 다니는 사람이 더 한다’는 조롱까지 나올 지경이다.

실제로 기윤실이 발표한 ‘2017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서는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조사 이래 처음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성인 2명 중 1명은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비기독교인 중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10.7%에 불과했다.

이제 크리스천은 물론 비기독교인을 포함한 시민사회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민들은 한국교회 신뢰도 제고를 위해 윤리·도덕 실천 운동, 봉사 및 구제활동, 환경·인권 등 사회운동 등을 꼽았다. 결국 한국교회 신뢰의 회복은 ‘교회가 교회다워 지고 하나님 나라의 정의를 이 땅에 실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교회의 사회 참여는 우리의 신앙과 다른 지점에 있지 않다. 임성빈 총장은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신앙인들의 주로 고백하는 것이 아니라 만물을 다스리는 주님으로 고백한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온전한 신앙을 가지고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참여에 임해야 한다”면서 “하나님 나라의 정의를 구현하는 사회참여가 곧 하나님이 만유의 주되심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