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점 떨어지는 고통에도 분립 개척은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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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점 떨어지는 고통에도 분립 개척은 필요했습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11.2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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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8년, 9개 교회 개척의 꿈꾸는 ‘생수교회’의 개척분립기
▲ 교인 수 300명의 생수교회는 최근 '더드림교회'를 분립개척했다. 남은 성도와 떠나는 성도들은 이별의 아쉬움은 컸지만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축복하며 분립예배를 함께 드렸다.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을 나가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큼지막한 상가건물 지하 1층에는 2009년 설립된 생수교회(담임:김성현 목사)가 위치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입구 안내판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전화방, 마사지, 노래방 등 표지 옆에 생수교회 목회사명과 목회비전 안내가 붙어있다. 당장 드는 생각은 교회 사역이 쉽게 않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생수교회가 개척될 당시에는 작은 공간에서 사역을 시작했지만, 교회가 부흥성장하면서 현재는 지하 1층 여러 공간을 임대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생수교회는 주민들을 위한 복지활동 등으로 지역사회를 섬기고, 신앙기본에 충실한 사역으로 교인 수 300명 중형교회로 성장했다.

이러한 때 많은 교회들처럼 단독 예배당을 위한 건축계획을 생각할 것 같은데, 생수교회는 달랐다. 지난 10월 29일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에 이 교회는 새로운 교회를 분립 개척했다. 분립예배에서 떠나보내는 교인과 떠나야하는 교인들이 서로 맞잡고 울었다. 담임목사도 울고 힘겨운 마음에 보내면서도 축복은 한 아름 안겨 보냈다. 생수교회가 설립 8년 만에 ‘더드림교회’를 분립개척 했던 과정을 들여다보면 울면서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수긍된다. 생수교회 분리개척 과정은 아프면서도 은혜로웠다. 

생수교회가 분립 개척하는 이유
생수교회는 이성헌 목사가 설립할 때부터 9개 교회를 분립 개척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대구동신교회와 새로남교회에서 부교역자를 거친 김성현 목사 역시 대형교회를 이루겠다는 꿈 대신 분립개척에 대한 생각을 깊이 고민했다. 

초대 이성헌 목사는 스스로 미자립교회와 목회자를 위한 선교단체를 만들어 조기 은퇴하면서, 후배였던 김성현 목사를 2015년 청빙했고 그해 2월 부임했다. 이성헌 목사가 부임할 당시 이번에 분립한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청빙된 안동혁 목사가 사역하고 있었으며, 김성현 목사 부임 이후에도 부교역자로 동역하면서 분립개척을 준비한 것은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이다. 이미 생수교회 교인들은 분립 개척이 낯선 단어가 아니었다. 

교회는 꾸준히 분립개척을 준비해왔고 이미 각오가 돼 있었다. 초대 담임목사는 5년 동안 분립개척에 대한 비전을 교인들에게 준비했고, 특히 주목되는 점은 교회 안에 개척설립위원회를 조직해 두었다는 사실이다. 

“제가 부임하면서 리더십을 계승한다는 차원을 넘어 교회 공동체의 비전을 계승한다는 의미가 컸습니다. 대형교회가 아니라 중소교회가 분립한다는 것이 작으나마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성현 목사는 오랜 준비에도 본인 뿐 아니라 교인들이 어렵게 결정했지만, 결정 이후에는 마음이 평안하다고 했다. 

“목양적 관점에서 성도가 300명을 넘어가면 목회자로서 어려움도 있습니다. 그 수를 넘어가면 시스템과 제도를 통해 목회가 되기 때문에 담임목사가 인격적인 목양을 하기 어려운 구조도 있었어요. 그래서 분립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생수교회 김성현 담임목사, "분립을 개척하는 것은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기부인의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드니가 은혜 가운데 결단할 수 있었죠."

공동체 중심의 철저한 검증으로 준비
생수교회는 오래 전부터 분립개척을 준비해온 만큼 그 절차는 꽤나 엄격했다. 과거 분립개척을 준비하면서 또다른 부교역자가 사역하기도 했지만 절차 과정에서 탈락한 사례까지 있었다.

더드림교회와 안동현 목사의 분립개척을 위해 생수교회는 3 단계 검증과정을 거쳤다. 우선은 담임 목회자가 신학과 사역을 중점적으로 살펴본 다음, 당회와 개척설립위원회, 교인들이 ‘설교’, ‘영성’, ‘목양(사랑)’, ‘성실성’, ‘리더십’, ‘인화(성품)’, ‘비전공유’ 7가지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1월 공동의회는 분립개척을 최종 확정했다. 

당장 2월부터 개척설립위원회와 담당목사가 기도회를 지속해서 열며 실무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개척설립위원회 활동에 담임목사가 관여하지 않고 철저하게 평신도 그룹 안에서 모든 논의가 진행되도록 한 것도 중요했다. 

담임목사는 강단에서 꾸준히 동기부여 설교를 했으며, 개척하게 될 안동혁 목사에게 분기별로 4회씩 대예배 설교 기회도 부여했다. 

분립하는 교회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개척멤버에 누가 참여하느냐 하는 부분이었다. 생수교회는 철저하게 자원자를 받았고, 누가 간다고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있었지만 담임목사는 공식적으로 알지 못했다. 지원자를 받은 결과 장년 21명, 청년 5명, 주일학교 5명 총 31명을 파송하기로 결정했다. 이중 한명의 장로님 가정을 파송하기로 결정도 내렸다. 31명이 파송되면서 더드림교회는 개척과 함께 일단 자립교회로서 사역을 시작할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분립개척은 장및빛 환상이 아닙니다”
“담임목사로 부임한 지 3년이 채 안 됐는데 분립을 결정하는 것이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기부인의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교회가 내 교회가 아닌 하나님의 교회이고, 성도들 또한 하나님의 성도들이잖아요. 이런 생각이 드니까 은혜 가운데 결단할 수 있었죠.”

분립개척 멤버들은 사실 교회 설립 초기단계부터 교회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교인들이다. 김 목사는 이 교인들이 떠난다는 생각만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는 솔직한 고백을 했다. 그래서 김 목사는 21일 동안 금식하며 기도로 준비했다. 

“이상적으로 보았던 분립개척이 현실로 다가오니 제 마음이 두려워지고 심란해졌어요. 개척멤버가 확정될 때 제 살점이 떨어지는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2주간 잠을 자지 못했을 정도였고 성도들 또한 마음이 요동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정리됐고 결국 격려와 축복 속에 파송할 수 있었습니다.”

더드림교회가 서울 금천구 시흥에 새 터전을 마련해 사역을 시작했지만, 남은 생수교회로서는 여러 가지 부담을 느끼게 된 것은 현실이 되고 있다. 성가대원, 반주자, 교회학교 교사 등이 빠지면서 빈자리가 크게 여겨진다. 전체 교회 예산으로만 봐도 8분의 1이 줄어들었다고 하니, 교회 내적 힘이 약화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생수교회와 교인들은 그것이 철저하게 인간적인 계산임을 알고 있다. 당장 힘들지만 넉넉하게 채워주실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다. 그래서 생수교회의 개척 비전은 계속 진행될 수 있길 벌써 기대하고 있다. 

“생수교회 역시 분립 개척해 설립된 교회입니다. 앞으로 8개 교회를 더 분립 개척하는 비전과 함께 10개 나라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90개의 건강한 가정교회를 세우는 비전을 향해 달려갑니다. 더욱 말씀운동과 전도운동은 펼쳐가면서 하나님 나라의 역사를 이뤄가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성현 목사는 대형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했던 경험에 비춰 큰 교회들이 갖는 역할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교회에는 약 6만 교회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한 해 3천개 교회가 문을 닫는 현실에서 건강한 중소교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생수교회의 분립개척 갖는 공교회적 의미도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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