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교회의 벽을 허물어 “주님께 하듯 이웃을 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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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교회의 벽을 허물어 “주님께 하듯 이웃을 섬깁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7.11.09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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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 문화선교 앞장서는 분당성음교회

카페, 어린이집, 축구클럽까지 다방면 문화선교

비영리사단법인 ‘틴하모니’ 통해 지역사회 섬겨

“교회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선교적 교회”

교회에 들어서자 1층 카페에서 은은한 커피 내음이 기분 좋게 풍겨왔다. 바로 옆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위층에도 지역 아이들을 위한 교육, 놀이 공간이 알차게 들어섰다. 3, 4층의 본당은 아이들을 위해 양보하느라 대폭 좁아진 모습이었다.

바로 위 5층에는 운동회를 열어도 될 만한 넓은 체육관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에 섞여 악기 연주도 들려온다. 옥상에는 푸른 잔디의 풋살장이 마련돼 있다. 이쯤 되면 이 교회는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교회, 분당성음교회(담임:허대광 목사)의 이야기다.

분당성음교회의 사역은 지역사회의 필요를 위해 폭넓게 펼쳐져 있다. 아기학교와 어린이집부터 지역 아이들을 위한 무료 음악교실과 축구클럽 등 교육시설은 물론 사회성 훈련과 심리상담까지 감당한다. 카페의 수익금은 선교와 섬김에 쓰이는 것은 물론 지역 청년들의 고용까지 책임지고 있다.

지금은 지역주민들에게 칭찬이 자자하지만 시작부터 화려하지는 않았다. 1999년 허대광 목사가 목회를 이어받고 분당으로 위치를 옮긴 후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허 목사는 자신도 처음에는 기존 교회 운영 방식을 답습했었다고 고백했다.

“젊은 나이에 교회를 맡다 보니 특별한 목회 철학이 없었어요. 성장주의 관점에서 교회를 지어 놓으면 교인들이 채워지는 기존 방식을 따라했죠.”

예배당을 짓자 초기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교회가 성장했다. 하지만 분당에 유명 대형 교회들이 들어서자 성도들이 그곳으로 몰렸다. 몇몇 새신자가 나와도 불신자의 회심보다 교인들 간의 수평이동이 대부분이었다. 성장이 멈춘 교회를 놓고 허 목사의 고민이 시작됐다.

고민 속에 문화선교에 대한 생각이 점점 자라기 시작했다. 교회 건물이 주일에만 사용되고 방치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지역 주민들이 교회라는 부담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교회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때부터 교회의 공간을 하나하나 바꿔나갔다.

처음엔 카페나 체육관은 교회가 할 일이 아니라며 반발하는 성도도 있었다. 카페로 정말 선교를 할 수 있냐며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카페를 시작한지 만 7년이 되는 올해, 문화선교는 분당성음교회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 카페 갈릴리안에서 직접 커피를 만드는 허대광 목사(오른쪽)

문화선교의 전제, 실력과 전문성
분당성음교회의 주요 사역은 교회에서 3년 전에 설립한 비영리 단체 ‘틴 하모니’를 통해 이뤄진다. 무료로 진행되는 음악교실 ‘틴하모니 앙상블’에서는 바이올린과 첼로, 비올라, 플룻 등 저소득층 아이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악기를 배울 수 있다. 소질이 있는 아이에게는 악기를 선물하고 중고등 교육과정까지 책임진다.

이름부터 예쁜 ‘틴하모니 예쁨 어린이 합창단’은 매주 모여 연습하며 연 1~2회 이상 정기공연을 가진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래 동아리와 성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가족단위 합창단도 모집하고 있다.

축구클럽 ‘틴하모니 FC’는 중학생 이상 아이들을 위한 무료 축구교실이다. 교회에서 유초등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보이스 FC의 전문 감독과 코치들이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건강한 신체활동을 돕는다.

틴하모니는 아이들의 실력을 키우는 일 뿐만 아니라 바른 성품 함양에도 힘쓰고 있다. ‘드리미노리터’를 개설해 성품 훈련 학교를 열고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할 수 있는 성품 통합놀이교실도 진행한다.

심리상담센터에서는 학교폭력과 중독에 노출된 아이들을 돕고 진로 문제와 또래 관계 문제까지 도맡고 있다. 심리검사와 집단상담, 미술치료 등 준비된 프로그램들도 다양하다.

예배당 1층 카페 ‘갈릴리안’과 ‘성음예쁨어린이집’, 그리고 아기학교와 방과 후 교실은 틴하모니를 거치지 않고 교회에서 직접 진행하는 사역들이다. 교회와 단체에서 감당하는 사역의 방대함도 놀랍지만 또 주목할 것은 사역의 전문성과 질 또한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는 점이다.

성음예쁨어린이집은 100% 유기농산물로 아이들의 식사를 마련해 부모들에게 인기다. 언제나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지역 주민들도 정원이 66명인 성음예쁨어린이집에 들어오기 위해 줄을 서있다고 한다.

카페 갈릴리안 역시 공정무역으로 생산된 최고급 원두만을 고집한다. 지난달 25일 방문한 카페는 대부분 지역 주민들로 채워져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교회는 가장 좋은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허대광 목사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대충할 수 없어요. 교회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문화선교는 지역과 교회의 벽을 허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문화선교로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면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허 목사는 전문성에 대한 고민 없이 유행처럼 퍼지는 카페 교회에 우려의 시선도 내비췄다. “지역의 다른 카페와 비교해서 경쟁력이 없는 교회 카페는 큰 의미가 없을뿐더러 생존하기도 힘들어요. 문화선교를 준비한다면 어떤 분야가 됐든 세상에 뒤처지지 않는 전문가가 될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틴하모니는 지역사회를 위한 단체로 독립시킬 계획이다. 비영리사단법인을 한 교회가 점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지역교회와 협력하고 외부 인사 선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틴하모니와 분당성음교회를 통해 문화선교의 실체가 만들어 졌으면 한다고 허 목사는 말했다.

“단순히 교회에서 하는 카페로 끝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틴하모니 역시 한 교회가 소유한 단체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교회에서 기도와 후원은 계속 되겠지만 완전히 분리해서 지역사회를 섬길 수 있는 유의미한 단체로 독립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선교적 교회를 꿈꾸며
분당성음교회는 선교적 교회를 꿈꾸는 교회다. 지역 사회를 섬기는 일 역시 선교적 삶을 일상에서 실천하기 위한 사역이다. “우리가 드리는 예배가 곧 교회의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해요. 우리 교회는 예배도 선교적 예배로 드리고 소그룹도 선교적 소그룹으로 진행됩니다. 성도 모두가 일상에서 선교적 삶을 추구하기를 강조하죠.”

하지만 사역을 수단으로 삼고 억지로 전도하려 들지는 않는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곧 선교적 삶이라는게 허대광 목사의 생각이다. 그는 목회가 계속될수록 오히려 교회 출석과 숫자에 자유함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본당의 강단도 분당성음교회가 추구하는 예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요소 중 하나다. 처음 교회를 건축했을 때 강단은 80cm 높이로 성도들을 내려다보는 구조였다. 하지만 소통하는 예배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20cm 높이로 낮췄다.

“전통적 교회의 목회자는 높은 위치에서 권위적인 모습이었지만 이제 목회자와 성도가 함께 말씀을 듣고 함께 선교적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교회 예배와 소그룹 모임에서는 저와 성도들이 함께 말씀을 나누며 삶의 현장을 어떻게 살아낼지 고민합니다.”

그런 의미로 교회 표어를 ‘세상을 향한 관심, 삶을 세워가는 공동체’라고 지었다. 틴하모니 설립 역시 선교적 삶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이다.

카페 갈릴리안의 수익은 인건비를 제한 대부분의 금액이 선교와 구제를 위해 사용된다. 현재 성음교회는 갈릴리안의 수익금으로 태국 메솟 소오지역 난민촌에 ‘갈릴리안 칠드런 케어센터’라는 이름의 난민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또 틴하모니와 ‘성남시 여성의 쉼터’의 주요 후원자이기도 하다.

카페에서 지역 청년들을 고용하는 것 또한 선교의 한 부분이다. 카페 전반을 책임지는 매니저는 교회 성도가 맡고 있지만 직원들은 교회 출석 유무에 상관없이 지역 청년들을 고용한다. 게다가 청년들에게는 청년 수당 명목으로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선교적 교회는 새로운 교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예수의 제자로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곧 복음주의 정신이죠.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복음으로 무장된 선교적 교회가 꾸준히 하나님의 주권을 이 세상에서 드러낼 때 결국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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