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당국 ‘갈팡질팡’, 납세자 생각 안하나

■ 종교인 과세 설명회 현장을 가다 이인창 기자l승인2017.11.08 16:15:37l수정2017.11.08 16:49l14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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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 2일 개최한 종교인 과세 설명회가 진행됐다. 설명회가 진행됐지만 참석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아 납세대상과 소통의 문제가 지적됐다.

“아직 위에서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언론에서 조만간 종교인 과세 세부기준안이 나온다는 보도를 봤으니까 곧 나오겠죠. (과세대상 종교인의 범위는 비영리 법인 소속만인가요?) 요즘 다른 이야기들도 나오는데 그것도 확정돼야…”

지난 2일 서울지방국세청이 개최한 ‘종교인 소득 과세’ 설명회는 한 시간 강연 후 종료됐지만 담당사무관은 일체 질문을 받지 않았다. 모두 답변할 수 없으니, 문 앞에 둔 질문지에 건의사항만 작성하라는 것이다. 

설명회는 기존 언론에 보도된 기초적 내용을 다뤘다. 설명회 자료집은 팸플릿 한 장이 전부였다. 설명회가 끝났지만 참석자들은 궁금한 것이 많아 이미 문을 나선 사무관을 붙잡고 질문들을 던졌다. 그 사이에서 기자도 세부사항에 대한 질문을 해봤지만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했다. 

과세대상이 되는 종교인의 소득항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담당사무관은 아직 위(기획재정부)에서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도 나와 봐야 안다고 답했다. 국세청이 나눠준 팸플릿에서 ‘종교단체는 민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 법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세대상 종교인은 법인 소속만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확답하지 못했다. 역시 위에서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8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과세를 해야 하는 납세자들 입장에서는 너무 무성의한 답변이다. 담당사무관도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2일 서울지방국세청 설명회, 질문 일체 받지 않아

세부과세기준안, 납세자 범위는? “상위기관 결정 아직”

기재부, 종교계 토론회 돌연 비공개…기독교계 불참 통보

종교인 과세문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박근혜 정부시절 2013년부터이다. 그리고 2015년 국회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근거 규정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종교계는 이후 세정당국의 구체적인 준비가 부족했다는 데 한목소리이다. 게다가 지난해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답보상태이던 종교인 과세문제는 5~6월경에야 종교계와 본격 소통이 시작됐다. 

기재부는 당장 과세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라고 했지만, 종교인 과세 설명회에서 본 풍경은 달랐다. 예장 대신총회 실무자는 지난달 25일 기독교계 대상으로 실시한 과세 설명회 안내에 대해 어이없어 했다. 

“25일 설명회를 앞두고 24일 오후에 총회 사무실로 설명회가 있다는 팩스가 들어왔습니다. 교단에 대한 안내가 그 때왔으면 설명을 들어야 하는 교회와 사역자들에게는 언제 공지를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야말로 탁상공론이든지 보여주기식 설명회인 거죠”

실제 25일 설명회는 대강당이 거의 텅비다시피했고, 이날 역시 질문은 받지 않았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교단 총무는 “아무 준비가 안 된 설명회였다. 이런 설명회를 할 거면 하지 말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지난 6일 있었던 설명회까지 바뀐 것은 거의 없었다. 불교계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도 항의가 상당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날 설명회에서 만난 한 은퇴선교사 A 목사는 세금을 내야하는 방법이 낯설어 도움을 받으려고 왔지만 말로만 듣고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사역하다 들어와 현재 선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례비 80만원을 받지만 전액 다시 기부하고 있다고 한 그 역시 종교인 과세 신고대상이다. 국세청 홈페이지 홈택스도 모르는 그에게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설명이 필요해보였다. 

기재부는 국정감사에서, 출입기자들에게 종교인 과세 준비를 다 마쳤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문제는 납세자들이 준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상반기 기재부는 종교계 의견을 수렴해 과세방안을 확정하고 9월경 자료집을 종교계에 배포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세무항목에 대한 안내들을 보면 매우 친절하다. 납세경로를 보여주는 도표와 구체적인 안내 동영상들을 보면서 납세자들은 납세를 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에 대한 안내는 5개월 전과 다를 것이 없다. 종교인 과세 개념과 대상일 뿐이다. 동영상은 없다. 

설명회에서 제공된 팸플릿에서 학자금, 사택제공이익 등이 비과세 항목이라고 설명됐지만 기재부가 공개했던 과세 세부안에서는 기준이 있었다. 무작정 비과세항목이라고 한다면 납세자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김동연 장관은 ‘종교인 소득 과세’를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종교계의 입장을 경청하겠다며 8월 30일부터 10월 26일까지 7대 종단을 순회했다. 각 종교계는 종교인 과세가 종교계와 소통과 준비가 부족하다는 우려를 전달했고 장관은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특히 개신교계는 “종교인으로서 세금을 내는데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다만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개선을 당부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제도시행을 앞두고 종교계와 소통 형식만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기재부는 각 종단 대표자들과 만나 종교인 과세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돌연 토론회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기재부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토론회를 열겠다고 했던 방침을 뒤집어버린 것이다. 

한기총과 한교연, 한장총, 전국 17개 광역시도기독교연합회은 지난 6일 항의성명서를 발표하고 “종교계가 당부하는 실제적 소통과 의견반영, 과세와 납세준비는 원점에 머물러 있고, 중요한 사안에 말 바꾸기와 편 가르기, 실언으로 종교계와 종교인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종교인 과세 기독교 TF팀의 한 관계자는 “토론회 비공개 결정은 종교계와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며 “공개 토론회로 전환하고 종교별 세부과세 기준안을 투명하게 공개해 진정한 종교인 소득과세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인창 기자  tackle21@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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