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축제는 끝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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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축제는 끝났나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7.11.08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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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지나다보면 요즘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빨간 색으로 포장된 막대과자다. 가게마다 매대에 막대과자를 늘어놓고 판촉에 열을 올린다. 당장 팔겠다는 심산보다 다가오는 ‘그 날’에 맞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기 위한 것이리라.

해마다 이때가 되면 굳이 달력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막대과자를 주고받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날이 되면 너도나도 뭔가에 홀린 것처럼 막대과자를 사먹는다. 평소 그 과자를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하나쯤은 사먹게 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 

놀랍게도 11월 11일이 지나면 이 막대과자 부대는 자취를 감출 것이다. 수년째 눈으로 확인한 바로는 확실하다. 팔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밴드왜건’ 효과가 끝난 것이다. 

밴드왜건은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을 뜻하는 경제용어로, 곡예나 퍼레이드의 맨 앞에서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차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효과를 내는 데에서 유래했다. 상술이라는 뜻이다.

지난달 31일은 종교개혁기념일이었다. 올해는 특히 종교개혁이 촉발된 지 500주년을 맞는 해로 그 의미가 남달랐다. 기자로서 교계에 첫 발을 내딛었던 7년 전부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준비한다는 행사가 줄을 이어왔다. 지난해부터는 그 열기가 몇 배로 늘더니 올해 초부터 당일까지 ‘개혁정신’을 회복하자는 목소리가 절정에 이르렀다. 그리고 비로소 ‘그 날’이 찾아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종교개혁기념일이 지난 이후에는 ‘종교개혁’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11월 11일이 지나서까지 매대에 나와 있는 막대과자를 보는듯한 기분이 든다. 뒤늦게 행사를 초청하는 측에서도 ‘아직까지’ 종교개혁 500주년을 다루는 데 대한 민망함을 표현하곤 한다.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광복 70주년 때도, 선교 130주년 때도 비슷했다. ‘그 날’이 지나고 나면 수많았던 구호와 외침들도 함께 종말을 맞았다. 이번에는 달랐으면 한다. 제2의 종교개혁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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