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곧 교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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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곧 교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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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0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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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영 목사/NCCK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자신을 불 지른 날을 기념하며 매년 11월 13일 직전 주일을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한국교회 공동기도주일’로 제정해 지키고 있다. 올해는 11월 12일이다. 전체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은 50%가 넘는다. 

비정규직문제는 대부분 교인들 가정에서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당연히 비정규직 문제를 이제는 자신의 문제로 끌어안아야 한다. 비정규직제도가 만연해지면서 국가경제에서 가계소득은 줄어들었다. IMF 이후에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기업소득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가계소득의 증가는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이 5일 낸 ‘한국경제의 가계와 기업간 소득성장 불균형 문제’ 보고서를 보면 1975~1997년은 기업소득이 8.2% 증가할 때 가계소득도 8.1% 성장했다. 그러나 IMF 이후 2000~2006년 기업소득(순가처분 소득)이 14.9% 증가하는 동안 가계소득(개인 가처분소득)은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6~2010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격차는 더 벌어졌다. 기업소득은 18.6% 증가했지만 가계소득은 1.7% 증가해 제자리를 맴돌았다. 이런 현실에서는 교회의 헌금도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IMF 이후 비정규직 제도로 고통을 겪는 노동자들을 통해서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던 교회가 최근에 헌금이 줄어들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IMF 이후 끊임없이 이어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망과 고통에 무감했던 교회가 헌금이 줄어들고, 그 감소의 추세가 지속성을 보이는 현상에 예민한 경각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 더하여 여전히 교회는 문제의 본질을 보기보다는 현상에 빠져있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곧 오늘 교회의 문제요 목회적인 현실 문제이다. 노동이 인간의 자존감을 세우는 소명이라는 노동 본래의 자리를 상실하게 되고, 기업의 이익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면 우리 사회는 절망감과 좌절감에 빠지는 악마의 세상이 된다. 교회는 이 현실 앞에서 머리를 풀고 옷을 찢고 재를 뒤집어 써야 한다. 그럴 때 교회는 비로소 그리스도의 거룩한 성체로 반듯하게 설 수 있다.  

더하여 한국교회는 교회 안의 비정규직의 문제도 살펴보고 성찰해야 한다. 이미 알려진 대로 대형교회는 경비(재물)를 줄인다는 세속의 논리로 오래전부터 건물관리와 경비와 청소 등 용역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고, 기독교학교를 포함하여 기독교와 관련된 많은 기구나 단체가-세상과 전혀 다를 바 없이 경비절감을 이유로-오래전부터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다. 교회가 교회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우는 자와 함께 울어야 한다. 

이 시대의 우는 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우리 가족의 문제요 우리 교회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이 문제의 본질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맘몬이 자기 하나님인 자는 그의 나라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하나님에게 자기의 마음을 둔 사람과는 다른 삶의 경험을 가진다. 한국교회가 뼈아프게 이 말을 새겨들어야만 할 것이다. 

오늘 교회가 그리스도의 권능을 드러내고, 악마가 지배하는 것 같은 세상에서 생명이 되려면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하나님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예민한 영적인 감수성을 가져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난한 이들의 호소에 자신을 쏟아 응답하는 사회적 영성에 대한 성찰이 깊어야만 한다. 그동안 이들에 대한 교회의 침묵은 어떤 의미였을까?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이 침묵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이 사회적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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