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치료’ 현대인들을 위한 목회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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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치료’ 현대인들을 위한 목회의 핵심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7.11.0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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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담목회자협회 ‘제5회 상담목회 콘퍼런스’

분노는 건강하게 표출돼야 할 자연스러운 감정

손운산 교수 “한국 교회 ‘공감 능력’ 상실”

교회 안에서의 분노. 그동안 ‘분노’라는 단어는 교회와 목회에 있어서 거리를 두어야 하는 단어였다. 그리고 금기시됐다. 하지만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목회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목회자들도, 교회도 분노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 또한 분노를 이해하고 돌보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보았다.

한국상담목회자협회가 ‘분노 사회와 상담목회’를 주제로 연 콘퍼런스에서는, 분노하는 사람들과 함께 분노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어야 교회다운 교회가 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된다고 했다. 사람들과, 사회와 ‘공감하는 능력’이 중요하고, 교회에, 목회자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현대 목회의 핵심은 ‘분노 치료’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 자신의 분노와 의분 혼돈해선 안 돼

목회자의, 교인들의 분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서울여대 정연득 교수(기독교상담학)는 분노해도 된다고 했다. “분노는 치료해야 할 질병이 아니라 수용되고 건강하게 표출돼야 할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정의했다. 분노의 비정상적인 억압과 왜곡이 오히려 질병을 낳는다고 보았다. 그리고 “우리의 교회가 신학 안에서 분노가 적절한 이해와 돌봄의 공간이 된다면, 우리 사회와 교회를 건강하게 바꿀 수 있는 창조적 에너지로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상담목회 콘퍼런스에서 손운산 교수는 “한국 교회가 위험에 빠진 이유는 기독교 진리를 위협하는 어떤 혐오의 대상이나 이단사상 때문이 아니라, 우는 자들과 우는 연민과 분노하는 자들과 세우는 정의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여한구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는 “목회자는 교회 성도들의 억압과 분노를 다루어야 한다”고 했다. 성경이 말하는 용서와 사랑의 실천이 바로 목회의 중심축이며, 이런 점에서 기독교에서 분노를 이해하고 다루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

이런 이유로 여 교수는 “화가 난 현대인들을 위한 목회의 핵심은 분노 치료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교회 내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헌신에 집중돼 있는 상담목회는 치료를 넘어 확대된 기능으로서의 교육, 진단과 예방 그리고 영성적 접근 등의 다양한 영역의 프로그램 적용이 요구된다”면서, “상담목회에서는 교인들이나 세상의 아픔을 돌보고 감싸는 치유의 역할과 기능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또한 자신의 분노와 하나님을 대신한다고 생각하는 의분을 혼돈하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성경의 인물들을 통해 자신을 변호하려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분노를 정당화할 뿐 아니라, 하나님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성경의 인물들의 모습을 지나치게 이상화함으로써 혼란이 더해지기도 하는데, 성경의 인물은 온전한 인간상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감정과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인간의 정서, 특히 정당해 보이는 분노에 숨겨져 있는 인간의 마음을 살피는 것은 상담목회가 지향하는 신학적 명제와 부합된다”고 설명했다.

# 교회는 긍휼과 정의의 공동체

“한국 교회가 ‘공감 능력’을 상실했다”고 쓴소리도 나왔다. 손운산 교수(상담목회자협회 고문)는 교회는 분노하는 사람들과 분노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어야 하는데 지금의 한국 교회는 그렇지 못하다고 힐책했다. ‘분노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이렇게 지적한 손 교수는, “안타깝게도 한국 교회는 세월호 사건의 사람들이 왜 계속 우는지, 광장의 사람들이 왜 분노하는지에 대한 공감 능력을 상실했다. 심지어 혐오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교회들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우려했다.

손 교수는 교회가 혐오의 대열에서 나와 분노와 슬픔의 대열에 합류하지 않으면 교회가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 교회가 위험에 빠진 이유는 기독교 진리를 위협하는 어떤 혐오의 대상이나 이단사상 때문이 아니라, 우는 자들과 우는 연민과 분노하는 자들과 세우는 정의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교회가 긍휼과 정의의 공동체가 되지 않으면 아무도 오지 않는 텅 빈 곳이 된다”고 경고했다.

백소영 교수(이화여대)도 “가톨릭교회라는 거대한 위계적 시스템에 대해 저항하며 새롭게 평신도 신앙 주체를 선언했던 개신교교회 안에 과연 얼마나 많은 개인 신앙 주체들이 존재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제왕적 목회자상, 획일적인 교리와 성서 읽기를 통해 ‘전근대적’ 집단으로 변한 지 오래라며 한국 교회의 집단 정체성을 비판했다. “세상은 점점 앞으로 나아가는데 교회는 계속 멈춰 있다 보니 그 간극이 첨예해졌다”고도 꼬집었다.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자기부정’의 의미도 상실했다고 우려했다. 백 교수는 자기부정이 예수의 맥락이나 초대 교회 공동체의 의미를 상실한 채, 개별 자아 자체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보았다. 또한 “개개 신자들이 포기한 주체는 신앙적 주체일 뿐이며, 오늘날 한국 교회가 집단적으로 보이는 분노는 자기 정체성을 견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정의로운 분노는 세상을, 사람들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관계적 질서로 바꾸기 위한 사랑의 행위이며, 기독교인들이 꼭 가져야 하는 윤리적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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