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처님 오신 날'과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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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처님 오신 날'과 '크리스마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11.01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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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4월 8일은 석가모니가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흔히 말하는 초파일이다.
우리나라는 1975년 1월부터 대통령령에 의거 국가공휴일로 지켜왔으며, 공식 휴일명은 ‘석가탄신일’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국무회의에서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의결하고, 석가탄신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명칭을 변경했다.

주무부처 인사혁신처는 “기존 법령상 명칭 석가탄신일을 우리말 표현으로 바꾼 것으로, 법령 용어를 한글화하고, 불교계 등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불교계 역시 고대 특정 종족인 ‘샤카’를 차용한 말을 종교명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변경을 요구해왔다.

국무회의 의결 결과에 조계종을 포함한 불교계는 일제히 환영입장을 나타내며 오랜 숙원이 해결됐다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다수 사람들에게 떠오르는 생각은 ‘그럼 크리스마스는?’이 아닐까. 혹은 ‘성탄절’. 명칭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불교의 명칭이 한글화 됐기 때문에, ‘성탄절’도 한글로 변경하자는 차원만은 분명 아니다. ‘성탄절’ 명칭에 아기예수 탄생의 거룩함이 상징되지만, 아쉬운 면이 크다.
더구나 온 세상이 사용하는 ‘크리스마스’는 ‘산타클로스’가 주인공이 된지 오래다. ‘예수님’의 ‘예’자도 꺼내기 쉽지 않은 시대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이다. 명칭의 한글화를 명분을 삼아서라도 변화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

12월 25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조만간 거리에서 캐롤을 듣게 될 것이다.

당장 ‘부처님 오신 날’이니 ‘예수님 오신 날’로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 바로 될 일도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 내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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