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법' 시행을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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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법' 시행을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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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0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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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교수/총신대 신대원 기독교윤리학

최근 정부는 2016년 2월에 제정된 ‘호스피스 완화 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실무적인 준비과정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실무적인 준비과정이라는 것은 이 법률의 시행에 필요한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을 주관할 병원을 지정하고 필요한 행정적인 절차를 준비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제기되는 질문은 상기한 법률이 혹시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률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 법률은 안락사를 허용하는 데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평가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면 안락사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은 어떻게 다른가?

안락사는 극심한 신체적인 통증이 있는 환자가 의료진에게 자기 자신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결시켜 줄 것을 명료하게 자율적으로 밝힐 때 의료진이 환자의 요구를 받아 들여서 환자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중단시키는 행동을 뜻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인간의 생명을 자의적으로 중단시키는 것은 제6계명을 범하는 행위이자 인간의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절대적 소유권(시24:1; 욥1:21;12:10)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안락사의 한 유형인 소극적 안락사는 환자가 혼수상태에 빠져서 자기 의사를 표명할 수 없을 때 환자가 생전에 남긴 어록이나 가족들의 판단에 근거하여 환자에게서 생명연장장치를 인위적으로 제거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이 행위를 소극적 안락사로 명명하는 이유는 환자의 의사가 적극적으로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극적 안락사와 비교하여 환자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경우는 적극적 안락사라고 부른다. 소극적 안락사는 적극적 안락사보다 더 악한 행위다. 왜냐하면 환자 자신의 의사를 확인하지도 않고 생명을 중단시키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중단시킬 권리가 인간에게 없다면 일정한 조건 하에서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시켜야 할 의무가 인간에게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말기 중증질환 상태에 있는 환자가 어떤 치료를 해도 치료 효과가 없는 경우에 하나님께서 주신 자연적인 생명을 무리하게 인위적으로 연장하기보다는 치료의 중단을 요구할 경우에 의료진이 환자의 요구를 받아 들여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안락사와는 다른 것으로서 윤리적으로 정당한 행위다. 이 경우를 ‘무의미한 진료의 중단’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회복의 가능성이 없는 말기 질환자가 자기 의사를 표명하기 어려운 혼수상태나 뇌사상태에 들어갈 수가 있다.

의식이 있는 환자가 이때를 대비하여 혼수상태에서 효과가 있는 치료가 불가능하고 불가역적인 사망의 상태에 들어갔음이 의학적으로 분명하게 확인되는 경우에는 치료효과가 없는 특수한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는 것을 미리 밝혀 두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사전의료의향서다.

현행 법률은 특수한 연명치료가 아닌 생명유지에 필요한 수액공급이나 산소공급과 같은 일반적인 연명치료는 임종 순간까지 중단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또 언제든지 자신의 의사를 철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 법률이 지닌 이런 조항들은 기독교윤리적인 관점에서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동 법률이 환자가 사전의료의향서를 자발적으로 작성하지 못한 채 혼수상태 등에 빠지는 경우에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 밝혔던 자료를 근거로 환자의 현재의 의사를 추정하는 추정판단과 환자의 가족의 판단을 환자의 판단으로 대신하는 대리판단을 인정하고 있는 점은 계속하여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추정판단이나 대리판단은 환자의 현재의 의사를 항상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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