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효성의 문화칼럼]역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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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성의 문화칼럼]역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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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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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교회의 이야기다. 지하층에 카바레가 자리 잡고 있는 건물 2층에 교회가 들어서게 되었다. 환경이 이렇다보니 예배 중에도 지하 술집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로 예배가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었다. 담임목사님은 이러한 상황에서 기도밖에 해답이 없다고 생각하고 성도들에게 기도제목을 주어 합심 기도를 시작하였다. 예배를 방해하는 지하 술집이 이사를 가거나 망하게 해달라고  교인들이 밤낮으로 기도하였다. 얼마 후 기도의 응답이 왔다. 지하 술집이 장사가 안돼서 문들 닫는다는 것이다.

담임목사와 교인들은 기도의 응답이라고 웅성거렸다. 그런데 며칠 후 술집 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교회를 영업방해죄로 고소하겠다는 것이었다. 교회가 들어서기 전에 지역에서 내로라 하며 영업이 잘되던 술집이었다. 그런데 교회가 들어서면서부터 들리는 말에 의하면 술집이 이사 가거나 망하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술집은 점점 손님들의 발걸음이 줄어들게 된 것이 영업방해죄의 내용이었다. 

합의를 보지 못한 교회 측과 술집사장은 법정에서 판결을 받게 되었다. 법정에선 목사님 왈~ “아무리 우리가 기도했다고 해서 지하에 있는 술집이 망하겠나요?” 술집사장님 왈~ “교회가 우리장사 망하라고 저렇게 밤낮 기도하는데 우리가 망하지 않고 베기겠습니까?”

판사는 심리 끝에 교회 편을 들어주어 이유 없음을 선고하였다. 교회가 승소한 것이다. 그러나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잘 몰라도 술집사장의 믿음이 목사의 믿음보다 더 훌륭합니다. 기도의 응답을 확신했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이 예화를 보면 크리스천의 신앙관에 대하여 스스로 자문 자답해본다. 우리가 믿는 믿음은 무엇인가? 하나님을 믿지 못하면서 믿음 없이 형식만 갖춘 습관적인 기도를 하지는 않는지.

필자의 퍼포먼스 중에 ‘Under the tree’라는 제목의 퍼포먼스가 있다. 내용은 책을 읽으면서 한 장씩 찢어 버리는 행위이다. 계속 읽어 내려가면서 책은 한 장 두 장 관객들 머리 위로 흩어져 날린다. 읽기를 마치고 흩어진 종이들을 쓸어 모아 나무 아래 묻는 행위이다. 읽은 책은 나무 밑에 묻어 거름으로 사용된다. 책의 가치는 내용을 읽고 그 지식을 삶에 적용하는 것이다.

▲ Under the tree, 이스탄불, 2017.

읽지 않고 그대로 있는 책은 그냥 종이라는 물질일 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논리이다. 우리가 믿는 믿음이 행함이 없는 믿음이라면 읽히지 않는 책처럼 믿음의 형식만 갖춘 신앙일 수도 있겠다. 말씀도 읽지 않고 소중하게 보존만한다면 종이에 불과한 것이다. 성경은 말씀이 능력이지 책 자체가 능력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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