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개혁이 아닌 오늘의 개혁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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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개혁이 아닌 오늘의 개혁에 집중하자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7.10.2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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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500주년기념 공동학술대회 지난 20~21일 열려
▲ 지난 20~21일 소망수양관에서 열린 종교개혁500주년기념공동학술대회에서는 존W.드 그루쉬 교수(왼쪽)와 이말테 교수(오른쪽)가 주제강사로 나섰다. 두 사람은 종교개혁 당시의 로마 카톨릭교회와 오늘날의 개혁교회들을 비교하면서 종교개혁을 기념하는일에 앞서 오늘날 한국교회를 향해 성령이 말씀하시는 것에 귀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과거의 역사를 상기하는 것이 아닌 오늘날 교회를 향해 성령께서 하시는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데 초점을 맞추는 종교개혁500주년이 돼야 한다.”

본회퍼와 관련해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존 W.드 그루쉬 교수(스텔렌보쉬 대학교 신학부 객원교수, 케이프타운대학교 그리스도교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20~21일 소망수양관에서 열린 종교개혁500주년기념공동학술대회 주제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드 그루쉬 교수는 먼저 “이제 프로테스탄트 개혁은 그 명을 다했고 뒤에 남겨져야 하는가, 아니면 교회가 전진할 수 있도록 나침반을 제공할 수 있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에 직면해 있다”며 “프로테스탄트 개혁의 후계자들인 우리는 개혁가들이 결사적으로 저항했던 중세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권주의, 성직 계급주의, 권위주의, 가부장주의, 그리고 호사스런 풍조를 개신교식으로 탈바꿈하여 다시 만들어냄으로써 위태롭게 되었다는 비통한 실상을 직시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회퍼가 1932년 종교개혁주일에 했던 설교를 인용해 “이제 마침내 죽은 루터는 쉬게 하자. 그리고 대신 복음에 귀를 기울이자. 그의 성경을 읽고 그 안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듣자. 최후의 심판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종교개혁일을 제대로 기념했으냐고 묻지 않으시고 나의 말을 듣고 지켰느냐고 물어보실 것”이라고 말했다.

드 그루쉬 교수는 특히 본회퍼가 설교했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독일교회는 ‘첫사랑을 버렸고’ 루터와 그의 개혁을 배신했다. 독일개신교회는 더 이상 복음을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썼던, 하나님을 향한 불타오르는 사랑이 없었다. 다만 그 자체의 제도와 전통, 상태에만 관심이 쏠려있었다. 이로 인해 그리스도의 영이 당시 말하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없었고,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했던 때와 같은 결정적인 순간에 필요했던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드 그루쉬 교수는 “확신컨대 본회퍼의 이같은 신념은 종교개혁500주년을 기념하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문제는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며 16세기 개혁을 제대로 기념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개혁이 물려준 유산을 숙고하면서 오늘날 성령이 교회에 말씀하고 계시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특히 1964년 인종 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섰던 남아공 개신교회들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프로테스탄트 개혁은 세상의 삶 속에서 말씀과 성령의 변혁운동이었고, 폭정과 억압에 대항하는 신앙고백 운동이었다. 이 개혁의 유산은 신식민지주의, 신제국주의, 끊임없이 지속되는 인종차별과 성차별, 국가포획, 경제 불의, 환경 위기에 맞서 싸우고 있는 교회의 투쟁 안에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리스도를 고백하고, 교회를 개혁하고, 세상의 변혁을 위해 종사하는 일은 서로 연결돼 있다”면서 “교회는 세상을 변혁하는 하나님의 일에도 참여할 때만 새롭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세상에서 교회의 미션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우리가 신학을 하는 방식 모두에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난다”고 전했다.

▲ 드 그루쉬 교수와 이말테 교수.

이번 공동학술대회에서는 드 그루쉬 교수 외에도 루터대학교 이말테(말테 리노)교수가 메인 주강사로 나섰다. ‘한국개신교회의 개혁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제목으로 강의를 전한 이말테 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현재 위기는 아마도 그리스도교와 사회 간의 차이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차이의 결핍 때문에 야기됐다고 볼 수 있다”며 “오늘날 한국 개신교회는 문화에 의해 너무 많은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이며 세상에 동화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말테 교수는 “16세기 유럽에서 일어났던 프로테스탄트 개혁과 비슷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신학교육의 개혁’과 ‘유교적 체제에서 그리스도교 윤리로의 전환’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한편 이번 종교개혁500주년기념 공동학술대회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 한국의 대표적인 7개 신학회(주최:한국기독교학회‧한국복음주의신학회‧한국개혁신학회‧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회, 협력:한국루터학회,한국칼빈학회,한국웨슬리학회,한국장로교신학회)가 공동으로 함께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주의 말씀은 빛이니이다’를 주제로 진행된 행사에는 4천여 명의 신학자들이 참석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첫째 날 저녁 ‘종교개혁500주년기념 한국신학자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오직성경 말씀의 권위에 의존하여 종교개혁자들의 제시하려했던 개혁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할 것 △오직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중보자가 되셔서 구원의 계획을 이루시기 위해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시어 승천하셨음을 고백했던 종교개혁자들의 신앙을 계승할 것 △오늘날 교파를 초월하여 모든 지상의 교회들이 일치와 연합을 위해 힘쓰는 것이 시대적 과제임을 확인함 등 10가지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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