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 마리 양은 싫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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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 마리 양은 싫으십니까?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7.10.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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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 장로교회의 대표적 교회에서 후임자 청빙이 있었다. 후임으로 오는 목사는 같은 교단 지방 교회 소속 위임목사로, 설교자로서 목회자로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15년 전 이 교회에 부임한 목사는 노회의 위임을 받은 위임목사다. 그런데 이번에 역사와 전통이 있는 서울의 한 대형교회가 청빙하자 자리를 옮기기로 전격 결정한 것이다.

최근 대형교회 담임목사 은퇴시기가 도래하면서 중형교회에서 대형교회로 자리를 옮기는 목사들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중에서도 노회의 위임을 받아 비교적 안정된 목회를 하는 위임목사의 경우는 조금 당황스럽다. 위임목사는 정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은퇴까지 그 교회에 속하게 되어 있다. 위임목사를 표현할 때 보통 시무교회와 결혼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관례적으로 성도는 목사를 내쫓을 수 없다. 그런데 위임목사들이 교회를 떠난다. 더 큰 목양지를 찾아 이동하는 것이다.

자리를 옮기기 전, 이미 교회 안에서 성도들과 불화가 있었다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떠날 수도 있다. 좋은 기회를 마다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런데 성도들의 존경을 받고, 견고한 신앙공동체를 이끌던 목사들이 대형교회 청빙 앞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과연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목양이 관점에서 사역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교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위임목사의 사임 혹은 사면은 노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노회가 위임을 했기 때문이다. 그건 아마도 목사보다 ‘교회’를 보호하고 유지하는데 더 초점을 맞춘 과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예수님은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섰다. 99마리 양도 소중하지만 길을 잃은 한 마리 양을 버릴 수 없었다. 소형교회와 중형교회, 그리고 대형교회의 차이는 ‘보이는 것’에 있다. 보이는 조건, 보이는 사례, 보장된 사역의 범위 등일 것이다. 한 마디로 영적 개념이 아니라 육적 개념이다.

청빙을 받아 자리를 옮기는 목회자들에게는 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담임목사가 떠남으로 인해 상처받는 성도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목양은 실패한 것이다. 목양이 목적이 아니라 목회가 목적인 목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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