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시대변화 발맞춘 의료선교 전략 필요하다”

박경남 선교사, 변하는 현실과 불변하는 진리 파악할 것 강조 한현구 기자l승인2017.10.11l수정2017.10.11 17:38l14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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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A 50년간 아프리카의 작은 소도시에 운영되었던 선교 병원이 있었다. 24시간 365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환자들을 돌보겠다는 정신으로 운영되었지만 장기 사역자의 부족으로 더 이상 병원 운영이 어려울 정도가 되었고 근처 도시에는 정부에서 세운 현대식 병원이 들어서고 있다. 이 병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더 발전시켜서 살아남도록 해야 하는가? 아니면?

사례 B 아시아의 한 클리닉은 선교사의 부재로 인해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병원이 되었다. 그나마 서구에서 오던 원조는 끊어지고 병원 시설은 정부 병원보다 열악해진 상태다. 이양 받은 현지인도 기독교 정신으로 운영하기보다 자기 생활 유지가 첫 번째가 되어 버린 느낌도 든다.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 방안인가? 지금 이웃 나라에서 건설 중인 클리닉의 운명도 이와 같이 될 것인가?

세상이 급변해도 복음의 진리는 변하지 않아
이주 흐름 이해하고 고도화된 기술 활용해야
주는 선교에서 현지인이 필요로 하는 선교로 

의료선교는 역사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선교 수단의 하나로 꼽힌다. 예수님도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시면서 병든 자들을 고치셨다. 19세기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한 서양 선교사들 역시 의사인 동시에 목사인 이들이 많았다.

우리는 한국에 와서 병원을 세우고 운영했던 서양식 의료선교에 익숙하다. 의료선교를 생각하면 병원을 세우거나 왕진 가방을 들고 먼 시골로 다녔던 서구 선교사들의 그림이 떠오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선교지의 환경이 변하고 있다. 전통적 선교 모델이 21세기에도 여전히 효과적인지 도전받는 것이다. 


한국 WEC국제선교회 대표 박경남 선교사는 지난달 23일 제15차 의료선교대회 주제 강의에서 변화하는 세상 속에 어떻게 의료선교를 해나갈 것인지 해법을 풀었다. 

급변하는 선교지 환경
시대가 예전 같지 않다. 페트릭 존스톤은 ‘세계 교회의 미래’에서 21세기 키워드를 대륙별 인구변화, 이주, 세계화, 도시화, 세계화의 부작용(불균형, 에너지 고갈, 환경문제, HIV와 보건문제), 정치권력의 균형 변화와 같은 문제를 꼽았다. 

문제는 변화의 기류에 교회가 얼마나 잘 대처하고 있느냐다. 서구 교회는 20세기 말부터 몰락이 가속화됐고 선교 동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서구의 기금에 의존했던 선교지 병원의 이야기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던 한국교회 또한 정체기를 지나 하향곡선에 접어들었다. 2010년대 통계는 대학생 복음화율이 5%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말한다. 보건의료 계통 역시 이보다는 조금 높지만 비슷한 흐름이다. 특히 다음세대를 잃어가는 교회는 현재 교인의 60~70%가 은퇴자가 되는 2028년경에는 명백한 역동성 저하가 예상된다. 

이처럼 선교지 환경이 급변하고 교회가 쇠락하는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현실이 있다고 박경남 선교사는 강조했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이 21세기를 지배하는 시대정신이 됐지만 인간은 여전히 죄로 인한 상실을 경험한다”면서 “죄로 인한 고통은 그대로 남아 있고 그리스도 없이는 우리에게 아무 희망도 없다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인간의 육적, 영적 고통이 계속되는 이상 여전히 의료선교는 그리스도인들이 감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또 변하지 않는 것은 복음이 ‘좋은 소식’이라는 사실이다. 박 선교사는 “다원주의 사회에서도 진리는 진리이고 세대가 변해도 복음의 속성과 그리스도의 유일성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변하지 않는 복음의 핵심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어떻게 신선한 방식으로 전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음을 전하는 선교 또한 계속 이어진다. 하나님의 선교는 땅 끝까지, 그리고 세상 끝날까지 계속된다. 박 선교사는 “믿는 자들이 없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하나님의 통치는 영원하며 의료선교는 변함없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위한 도구이고 의료인은 동일한 부르심 가운데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세기의 의료선교는?
세상은 변해도 복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두 잘 알고 있다. 관건은 앞서 지적한 것처럼 ‘변화하는 환경 속에 어떻게 복음을 전할 것인가’하는 고민이다. 

박경남 선교사는 21세기를 마주한 의료선교는 먼저 이동과 이주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산간벽지의 선교지를 방문해 진료하는 의료선교는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오히려 선교지에서의 교육과 훈련, 장기 선교사와의 협동 특수 사역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단기 의료선교가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곁으로 온 이주자들에 주목하는 것도 의료선교의 한 방향이다. 한국은 이미 이주자 200만 명이 넘는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다. 이들을 어떻게 섬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멀리 찾아서 나가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의료선교다. 

세계화와 도시화도 고려해야 한다.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71%가 도시에 거주하지만 도시 빈민은 거의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선교사는 도시 빈민 선교는 치료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예방과 보건 증진을 이루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지구촌’으로 대변되는 세계화는 복음 전파를 가속시킬 수 있는 도구다. 이제 세계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의료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다.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통로가 비약적으로 확장된 것이다. 

고도화된 기술을 이용하면 의료선교사들 사이의 네트워킹과 협동도 가능하다. 한국 의료인뿐만 아니라 피서교지였던 남미나 동남아에서 배출되는 의료 선교사나 텐트메이커들과의 협력 사역의 길도 열려있다. 

이어 변혁적 의료인과 기관으로 변화를 촉진시켜야 한다. 20세기 후반까지는 병원이나 대학의 설립이 의료선교의 핵심 모델이었다. 이는 현지 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고 서구화·현대화 하는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박경남 선교사는 “이제 선교지에도 훌륭한 병원들이 들어서 있고 아무리 빈곤한 나라라도 자신들의 방식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면서 현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적정 의료 기술의 확충 △현지인 의료 체계의 변화 △이런 변화를 이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무장된 변혁적 의료인이라고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복음의 핵심에 굳게 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 선교사는 “의료선교가 하고자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총체적 의료(전인적 의료와 총체적 복음)”라면서 “온전한 제자도의 회복과 실천이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증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의료 영역에서 제자로 살기
사람을 전인격적으로 보고 질병과 사람을 분리시키지 않으며 마음과 영혼의 안녕을 추구하는 기독교적 관점의 의료는 시작부터 총체적이다. 복음이 우리 삶의 전 영역과 맞닿아 있는 총체성을 띠는 것처럼 일터와 복음, 십자가의 영성은 분리시킬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박경남 선교사는 “‘나는 일터에서도 온전한 제자로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가’를 언제나 자문해봐야 한다”며 “진료와 복음선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어떻게 온전히 그리스도와 연합한 제자로 살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기도하며 나아갈 때 선교적 삶이 이루어진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일과 영성의 조화는 주님께서 명령하신 ‘제자 삼음’으로 완성된다”면서 “내가 고백하는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직접 전하고 믿음에 이르게 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예수를 따르는 모습으로 타인도 따르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선교는 세상의 삶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모든 민족을 제자삼는 총체적 삶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변화가 가져오는 불확실성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도하고 기대하게 한다”며 “지금 예측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말고 변화의 가능성을 미리 엿보고 대처하는 지혜로운 의료선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현구 기자  hh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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