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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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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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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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형 목사 /빅퍼즐문화연구소 기획자
▲ 이민형 목사 / 빅퍼즐문화연구소 기획자

아이가 이 세상으로 내려온 후로는 동요를 많이 듣는다. 그런데 그것이 나쁘지 않다. 기독교 전도와 대중문화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대하지 못하는 불안감을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주 함께 듣는 동요가 있다. “모두 다 꽃이야”라는 제목의 국악동요인데, 그 가사가 참 곱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세상이 어지럽고 수상해도 어린 아이들은 맑은 노래를 들으며 자라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 그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아이는 이 노래에 익숙해 질 것이다. 가사를 따라 부를 것이고, 언젠가는 그 내용을 이해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궁금해 하지 않을까? 왜 지금 세상의 모습이 어린 시절 듣던 동요 가사와 다른지에 대해. 

내게 그 이유를 묻는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해줄까? 하는 생각에 나름의 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세상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할 터이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만든 세상은 동요가 노래한 그대로의 세상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꽃처럼 아름답게 만드셨고, 그 때에 만물은 각자의 위치에 아름답게 심기었다. 아마도 창조주는 그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셨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반목하지 않는 그 아름다움 말이다. 안타깝게도 태고의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성경에 기록된 최초의 인간들은 하나님의 명령을 어겼고, 타인의 생명을 해쳤다.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부조리한 증오의 에너지를 쌓았다. 그 에너지가 분출될 때마다 많은 생명들이 고통당했다. 차별과 폭력을 앞세워 힘이 약하고 수가 적은 이들을 괴롭혔다. 상처 받은 이들을 외면하고, 고립시키고, 보듬지 않았다. 미움에 전염된 인간들은 그렇게 창조주의 의지와 어긋난 세상을 만들었다.

아이가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창조주의 의지에 반하는 인간의 역사이며 우리는 그 틀거리를 ‘혐오’라 부른다고 솔직하게 말해주어야 한다. 더불어 희망의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그래,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자. 

예수님은 창조주와 함께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계획했지만, 그것이 망가져가는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이 땅에 내려오셨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증오와 파괴의 세계에 내려와 살다가 질시와 차별의 나무에 달렸다. 하지만, 그가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은 창조주의 의지가 회복된 세상의 주춧돌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걸어간 길을 따라오라 하셨다. “마음과 몸과 뜻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마 22장 37-39) 말씀하셨다. 
그리스도인들은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다.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 여전히 ‘혐오’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이유는 아직 우리의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 사랑해야한다. 더 안아주고, 위로하고,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그렇게 조금씩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 아이가 어릴 적 들었던 동요에 나오는 세상을 회복해 가야 한다. 

성경은 그 세상을 이렇게 노래한다.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거하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찐 짐승이 함께 있고 암소와 곰이 함께 먹는 곳.” 사나운 짐승은 사나운 대로 유순한 짐승은 유순한 대로 함께하는 세상이 그리스도인이 꿈꾸는 낙원이자 이 세상의 마지막이다. 모두가 꽃처럼 아름답게 자기의 자리를 되찾는다. 

창조주께서 꿈꾸셨던 아름다움이 회복된 세상이다. 부디, 아이가 아빠의 이야기를 들을 나이가 되었을 때엔 교회가 ‘혐오’의 에너지를 걷어내는 데에 앞장서고 있기를 바란다. 그 소망을 담아 글의 마지막을 적는다. 구분 없이, 조건 없이 사랑하자, 모든 인간은 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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