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실 칼럼]세상을 그렇게 미워하고 싫어해야 하나요?

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 - 25 운영자l승인2017.10.11l수정2017.10.11 16:33l14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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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기13장 17~18절>바로가 백성을 보낸 후에 블레셋 사람의 땅의 길은 가까울지라도 하나님이 그들을 그 길로 인도하지 아니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이 백성이 전쟁을 하게 되면 마음을 돌이켜 애굽으로 돌아갈까 하셨음이라. 그러므로 하나님이 홍해의 광야 길로 돌려 백성을 인도하시매…

▲ 광야에서 만나를 거두는 이스라엘 백성, 니콜라 푸셍, 1639년, 캔퍼스에 유화

주일 설교 때마다 장로님들이나 집사님들의 대표기도 시간이 되면 곤혹스러운 경우를 종종 만난다. 그것은 내가 수십 년 동안 드린, 그리고 오늘날도 예배 시간 속에서 강철처럼 변함없이 유전되고 있다. 또한 그래야만 되는 어떤 암호 문구처럼 굳어버린 듯하다, 그것은 대략 이런 기도 구절이다.

‘하나님, 지난 일주일도 광야 같고 사막 같은 험난하고 죄 많은 세상 속에서 우리를 지켜주시고, 돌보아주신 은혜가 너무도 감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 속에서 세상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지냈습니다. 저희들의 연약함을 용서해주소서…’

나는 이런 기도 속에서 늘 불편함을 느낀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는 말씀과 자꾸 겹쳐지며 마음이 혼란스러워지는 때도 종종 있다. 

정말 이 세상은 우리에게 고통만 주고, 우리를 괴롭게만 하여 결국 우리에게 아무 쓸모없는 쓰레기덩이인가? 아무 희망도 없고, 살아보았자 기쁨을 얻지 못하며, 결코 우리들이 기필코 탈출해야만 하는 감옥인가? 오직 일요일, 즉 주일 하루 예배드릴 때에만 기쁨을 누리고.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하며, 한숨 돌리는 것이 기독인의 인생인가? 물론 교회의 어른들이 그렇게 기도하는 이유는 잘 알지만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치열하고 전투적으로 때로는 힘들지만 우리가 인간으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6일 동안의 현장을 한마디로 쓸모없고 죄악의 구렁텅이며 지옥과 방불한 광야와 사막으로 몰아붙이는 걸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주일 예배 때마다 패잔병처럼 세상을 미워하고, 저주하며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사람들. 마치 자신의 지금 처지와 실수와 잘못은 세상이 너무도 척박하고 어려운 광야인 탓이라고 하나님께 하소연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교회들이 ‘세상을 섬기는 교회’라는 문구를 내세우고 있는 것과는 너무도 다른 기도와 고백이다. 왜 우리는 늘 기도할 때에 세상을 그리도 미워하고, 증오하며, 힘들어할까? 내가 당한 문제가 어려우면 세상은 광야가 되고, 살 만하면 세상은 천국이 따로 없는 것인가?  

더 이상한 것은 그러면서도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 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라는 찬송이 한국인이 사랑하는 베스트 찬송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찬송을 부르는 것은 진정으로 광야 같은 세상 속에서도 주 안에서의 기쁨과 만족을 누리기 때문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니 한탄과 자포자기로 부른다는 것인지!  

출애굽기 13장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일부러 가까운 길, 즉 지름길이라 할 수 있는 길이 아닌 ‘광야’로 인도하신다. 살육의 전쟁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요, 또 한 이유는 혹시라도 이들이 그저 당장의 편안함과 목숨 부지를 위해 애굽으로 돌아가길 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광야는 더 이상 광야가 아니다. 그 광야는 가장 안전한 피난처요,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의 충전소이며, 마음껏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쉼터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프로그램의 한 지점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완벽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는 그곳이 광야 한가운데이건 끝이건, 세상의 그늘 속이건, 산 낭떠러지이건 하루 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때로는 묵묵히 살아내야 하는 의무와 권리가 있다. 이것은 마치 마틴 루터가 밤에 “하나님, 세상도 주님 것이지요? 교회도 주님 것이지요? 그럼 나는 주님께 다 맡기고 편히 자겠습니다”라고 기도하고 잠을 잤다는 것처럼.

한국전쟁 이후 혼란과 가난을 극심하게 겪은 어른세대들은 어쩌면 기도 때마다 감격에 겨워 6일 동안의 세상과의 전쟁을 이겨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한 나머지 그렇게 기도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자칫 너무나 우리를 초라하고 비참하게 여겨지게 만들거나, 세상으로부터 도망쳐서 주일에 교회에 나와 숨어버리는 사람처럼 스스로를 비하하는 기도라고 느낄 수도 있다.  

아이들은 질문한다. ‘교회 다니면 세상을 꼭 그렇게 싫어하고, 미워해야 하나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란 말이에요?’

운영자  igoodnews@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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