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너머 전하는 그리움…“우리는 꼭 통일의 꽃이 될 겁니다”

[르포]남북 경계선에서 다시 선 탈북민들 파주=이인창 기자l승인2017.10.11l수정2017.10.11 16:05l14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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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관련한 불안한 동향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난달 28일 방문한 군사분계선 일대는 고요하기만 하다. 남북에 걸쳐 두른 하늘은 가을하늘답게 깊고 선명하다. 코끝에 와 닿는 바람은 그지없이 상쾌하다. 남북 대치상황과 꽤나 어울리지 못하고 묘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이는 설전이 살벌하다. 입으로 쏟아내는 말들로 인해 전 세계가 또다시 비극적 참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북한은 안하무인 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근래 6차 핵실험까지 강행했다. 미국은 2척의 항공모함 전단을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보내 일촉즉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폭풍 속 고요’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공포감을 조성했다. 남한 내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라는 초강경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궁극의 목표는 이뤄질 수 없는 환상 같이 생각되는 분위기이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정서영 목사)이 북한이탈주민 100여명을 초청해 가진 힐링캠프, 안보견학에 동행해 북녘 땅을 바라봤다. 일상적 견학코스이지만 가보고 싶었다. 지금의 북녘 땅을 보고 싶어서다. 탈북민 그들의 시선에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대북 인도적 지원물자를 보내는 현장 취재를 종종 찾아왔던 곳이다. 한국교회 또는 대북 NGO들이 북한 취약계층을 위한 밀가루와 내복 등을 보내기 위해 인천항과 함께 가장 많이 출발행사를 가졌던 장소가 임진각이다. 이제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줄을 지어 들어가는 트럭의 모습은 볼 수 없다. 또 떠나는 트럭 뒤에서 손 흔들던 사람들도 없다. 그랬던 적이 있나 싶다. 그래도 교회만큼은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한목소리를 내왔기에 아쉬움은 더 크게 느껴진다. 

▲ 한교연이 해마다 고향에 갈 수 없는 탈북민들을 위한 힐링캠프를 열어오고 있다. 임진각에서 100여명 탈북민들이 모여 서로 위로하고 힘이 되는 시간을 가졌다.

北 향했던 인도적 지원 트럭은 어디에?
종로 5가에서 출발하는 한교연 탈북민 일행과는 별도로 미리 임진각에 도착했다. 임진각은 분단의 고통을 기억하고 평화를 희망하는 공원이다. 

이런저런 상념에 빠질 즈음 한교연 임직원과 100여명 탈북민들이 임진각에 도착했다. 한교연 여성위원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안보견학은 임진각을 거쳐 도라산역, 도라전망대와 제3 땅굴을 순례하는 일정이다. 

탈북민 중에는 이미 와본 사람들도 여럿 있는 듯했다. 그리운 고향 땅을 이처럼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또 다시 온 것에 탈북민들의 마음은 들떠 있다. 들뜬 만큼 빨리진 이북 사투리는 생경함을 더한다. 대신 설렘은 더 고스란히 전해진다. 

한교연은 추석 명절에 즈음해 고향을 그리워할 탈북민들을 위해 4년 전부터 위로 행사를 열어왔다. 그동안 실내에서 열어온 행사를 올해는 밖으로 나와 탈북민들이 쉼과 위로를 얻도록 기획했다. 치어다보면 눈을 뜰 수 없는 임진각 햇볕이 이제는 아늑하다. 따스한 위로를 전하는 듯하다. 

탈북민 일행과 먼저 드린 예배에서 한교연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는 “목숨을 건 탈북은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고통의 연속이었을 것이고, 남한 사회에서 겪어야 했던 편견과 문화충격도 탈북민들을 힘들게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하나님의 자녀로서 위로의 정을 나누고, 평화통일의 노래를 부를 날이 속히 올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합시다”라고 격려했다. 

▲ 탈북민 최민순(가명) 할머니가 임진각에서 경의선 철로를 쓸쓸히 바라보고 있다. 편안한 남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남겨두고 온 둘재 아들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내일의 기적소리’ 기다리며
임진각은 경의선이 지나는 길목이다. 1906년 개통돼 서울과 평양, 신의주를 잇는 젖줄이 분단으로 끊겼다가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해 다시 연결됐다. 그러나 지금은….

사실 경의선이 복원됐지만, 엄밀히 말해 임진각에서 보면 하행선만 연결된 것이다. 몇 년 전 민간인통제구역 내 상행선 연결다리를 관람할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졌다. 비싼 감이 있지만 2천원을 내고 직접 들어가 봤다. 

민통선을 표시하는 노란 줄을 지나 50여m 걸어가면 교각만 남은 다리가 나타난다. 한때는 이 위를 신의주로 향하는 힘찬 증기기관차가 내달렸을 것이다. 교각에는 6·25 때 총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개성 21.1Km, 평양 208.4Km, 신의주 444.4Km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임진각에서 도라산역으로 들어가기 위해 탈북민 일행의 버스에 함께 올라탔다. 버스에서 어느 탈북민의 통화소리가 들린다. 중국 아니면 북한이 틀림없다. 

“어데 가서 수술한다고? 청진?”

아픈 가족이 있나보다. 당장 달려갈 수 없는 안타까움만 남긴 채 통화는 끝이 났다. 

도라산역은 한산했다. 역사 내 출입경 통로는 멈춰 있었다. 내걸린 6·15 정상회담 선언문,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의 사인이 담긴 침목, 철도침목을 기증한 1만3천명 명단이 보인다. 

티켓을 끊고 철도 플랫폼까지 나가보면 베를린에서 직접 가져온 장벽 일부와 동서독을 오갔던 서신열차 일부도 있다. 우리도 서신교환이 남북한 간 있다면 이처럼 불통, 극단대립으로 오진 않지 않았을까 막연히 생각해본다. 

“저거이 공화국 깃발이고만”

도라산역 뒤편 언덕배기에는 도라전망대가 있다. 날이 무척이나 맑아 시야가 탁 트여 있다. 

전망대는 우리 일행 말고도 학생들, 외국인들, 군인들까지 상당히 많은 인원들이 오가고 있었다. 

탈북민 일행들은 북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멀리 있어 당장 찾지 못했던 태극기와 인공기를 탈북민들은 금방 찾아냈다. 

“다 보인다… 다 보인다…. 저거이 공화국 깃발이고만”

이제는 남한 사회에 적응하고 익숙해질 법 하지만 인공기를 보는 눈빛에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스쳐간다. 잘 보이지 않는 인공기를 금방 발견하는 것이 신기하다. 

태극기 깃대가 세워진 남한 최북단 대성동마을을 마주하는 북한의 극락봉과 송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내 안내판을 보고 나서야 판문역과 개성공단, 사천강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지금은 갈 수 없는 땅, 막혀버린 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깝다. 

예전에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남한 군인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탈북민들은 자신들이 생각해도 어색한지 옅게 웃는다. 아마 군인들은 함께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북에서 온 이들인 줄은 몰랐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 탈북한 올해 여든 일곱의 최민순 할머니(가명)는 북에 아직 남아있는 한 명의 아들을 DMZ 너머에 그려낸다. 가끔 휴대전화 통화로 안부를 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지만, 그리움은 어쩔 수 없다. 

“남한에 와서 편안히 지낼 수 있는 것만도 그저 감사하디요. 내래 너무 고맙디요. 입국한 후에는 봉사활동도 하고 맘대로 노래하고, 나이가 많다고 우리 구청장님이 얼마나 잘 챙겨주는지 몰라요. 이번에도 ….”

의례적으로 남한 생활이 어떠냐고 묻는 질문에 할머니는 손을 잡고 이런저런 대답을 한다. 우리 할머니와 다르지 않다. 

도라전망대에서 다시 제3땅굴로 이동했다. 남침을 준비하기 위해 팠던 4개의 땅굴이 발굴됐다는 사실을 소개하는 영상에 탈북민들은 외마디 탄성으로 공포감을 자아낸다. 땅굴과 함께 발견된 북한제 무기들을 남성 탈북민들이 관심 있게 지켜본다. 10년이 넘는 복무기간 동안 사용해본 것들이리라. 써본 무기가 있냐는 질문에 당장 AK 소총을 가리킨다.

제3땅굴은 도보로도 관람할 수 있지만, 몇 년 전부터는 레일열차가 만들어져 편리하다. 축축한 땅굴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남북한이 서 있는 위치를 생각해 본다. 
2002년 입국한 김현자(가명) 집사는 한교연이 마련한 이번 프로그램이 고맙다. 관심이기 때문이다.

“힐링캠프와 같은 기회가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도움을 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으로 위로가 되지요. 우리 탈북민들은 통일의 꽃이 될 겁니다. 통일이 되면 우리가 고향에 가서 교회도 세우고, 선교사로 살아가게 될 겁니다.”

한교연 여성위원장 권복주 장로는 “우리는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우리 눈으로 확인하고 탈북민들과 기도해야 합니다. 탈북민들이 행복한 제2의 인생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더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같이 걸어야 할 것입니다”라고 당부했다. 

가을하늘 아래 군사분계선은 고요했지만, 불안한 침묵이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확인해주는 듯하다. 

파주=이인창 기자  tackle21@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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