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의 문제는 모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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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의 문제는 모두의 문제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7.10.0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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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신학회, 신간 '소수자의 신학' 펴내

한국교회에서 소수자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시대다. 소수라는 단어가 동성애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수자’는 교회에서 꺼내놓기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주제가 됐다. 그러나 동성애에 국한하기엔 교회가 잊지 말아야 할 소수자는 놀랄 만큼 많다. 장애인, 노숙자, 성매매 여성, 노인, 어린이, 이주민 등 우리가 쉽게 인지하지 못했던 교회 내 소수자 문제를 신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 나왔다.

한국문화신학회는 최근 ‘소수자의 신학’을 펴냈다. 15명의 신학자가 함께 쓴 이 책은 1부 ‘낙인찍힌 소수자’와 2부 ‘세대와 문화의 소수자’, 3부 ‘경계에 선 소수자’, 4부 ‘비인간 소수자’, 5부 ‘악의 재순환과 이중 구속을 넘어서기 위한 소수자의 신학’으로 구성됐다.

협성대학교 박숭인 교수(조직신학)는 ‘장애인 신학 이해하기-온전한 신학을 지향하며’에서 소수자의 문제를 고찰해야 할 당위성을 밝혔다. 그는 “소수자의 문제는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그들과 우리를 아우르는 전체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박 교수는 “인간은 우리를 존재하기 위해 다양한 모습의 타자를 만들어낸다. ‘국내’를 경계 짓기 위해 ‘외국’을, ‘정상인’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비정상’을 만들어 낸다”며 “우리는 타자에 의해 형상화된다. 타자는 우리 아닌 자들이며, 우리는 곧 타자 아닌 사람들”이라고 부연했다.

때문에 소수자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며, 더 정확히는 소수자를 규정하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역사적 철학적 종교적 범주 모두를 포괄하는 주제다. 따라서 소수자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소수자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소수자를 통해 밝혀지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 소수자를 배제하는 집단 그 자체의 성격 또는 사회관계의 존재 방식을 묻는 것이다.

박 교수는 ‘소수자로서의 장애인’을 조명하면서 “장애인 신학이 집중해야 할 사안은 개개인 장애인들의 장애의 문제와 극복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장애를 수용하지 못하는 신학적 태도, 교회의 모든 구조, 예배의 형식과 예전, 성서 해석의 문제, 교회 교육의 내용과 형식, 장애인의 역사를 감추어 온 교회와 신학의 역사 등 신학 전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온전한 신학’을 지향하는 장애인 신학의 과제로 △장애인 신학은 장애인 신학자, 비장애인 신학자 모두의 공동담론이 되어야 할 것 △지금까지 소수자를 외면하는 가운데 왜곡되게 형성된 신학의 내용들을 과감히 수정 보완 하는 작업을 수행할 것 △장애인을 배제하는 기독교의 현주소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엄밀한 교정 방안을 제시할 것 등을 제시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연세대학교 신학관에서는 소수자의 신학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책의 저자들이 직접 참여해 소수자에 대한 현실과 신학적 고찰을 발표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박숭인 교수는 “차별과 배제의 구조를 인지하고, 그 구조를 혁신하는 일이야말로 바로 이 시대 기독교 신학의 중요한 과제”라며 책 출간의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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