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태화의 문화칼럼]‘어머니 교회’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품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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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화의 문화칼럼]‘어머니 교회’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품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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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0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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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 준다. 산업과 사회에 대격변을 불러올 이 파도는 이미 사회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고고한 상아탑으로 자처하던 대학은 하드웨어 캠퍼스를 벗어던지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온라인 대학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연결된 학생들은 세계 유수대학이 제공하는 강의를 안방에서 수강할 수 있다. 뉴욕과 아프리카 어느 움막, 런던과 아마존 어느 텐트에서 같은 과목을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세계의 대학들이 지식의 지구촌의 형태로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 무크(MOOC)가 그런 변화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교회도 변화의 물결에 출렁이는지 오래다. 메뚜기처럼 이 교회 저 교회를 돌아다닌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교인들 인식의 변화에 주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소통 구조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이다. 교회를 하드웨어적으로 여기며 지역교회를 다니던 시대가 점점 변화해가고 있다. 지금은 온라인에 교회가 전하는 내용이 넘쳐난다. 듣고 싶은 설교는 웬만하면 온라인상에서 다 만날 수 있다. 수많은 찬양, 묵상 등은 조금만 검색하면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신앙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종교상품으로 만들어져 소비되는 그런 시대가 아닐까 우려스럽다. 종교는 소비의 대상이 아님에도 말이다.

중요한 것은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좋던 싫던 이 변화의 파도는 사회 곳곳에 불어 닥쳤고, 신성한 교회까지 밀려들어오고 있다. 어떠한 변화도 배척하는 수구파처럼 종교의 장벽을 쌓고 방어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인정하고 대안과 개혁의 방향을 찾아 나설 것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을 직무는 가장 인간적인 것과 연결된 부문이라는 예견이다. 다가올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의외로 비인간화(dehumanization)가 문제시된다. ‘저기술-저임금, 고기술-고임금’ 등식은 사회구성원을 차별화할 것이다. 냉혈적인 불평등이 여전하리란 전망이다. 고기술에 접근하지 못한 이들은 마치 잉여인간처럼 취급받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실업문제도 기술 혁신이 가져온 그늘이다. 그리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의외의 인간문제, 사회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교회는 ‘어머니’다. 교회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세상과 사람을 돌봐야 한다(care). 온 세상이 변화에 소란하고 욕망에 신음할수록 교회는 굳굳히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돌봐야 한다. 인공지능이 만들 수 없는 그것, 고귀한 하나님의 형상, 존엄하고 신비한 인간성, 그 영혼이 위기에 몰리지 않도록 자녀처럼 품에 안고 위로하고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 어머니 교회(Mother Church)는 마지막 시대에 마지막까지 이 부르심에 합당하게 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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