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의 노래와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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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의 노래와 신앙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7.09.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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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복음을 노래하다 / 도서출판 UCN

2016년 10월, 세계는 놀랐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문학가가 아닌 가수가 선정됐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밥 딜런(Bob Dylan). “훌륭한 미국 음악의 전통과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 냈다”는 것이 노벨상위원회의 선정 이유였다. 밥 딜런은 미국의 전통 음악을 계승해 발전시켰고, 노래 가사의 문학성을 인정받아 몇 차례 후보로 거론된 후 결국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명한 포크가수이자 시인으로 대중문화의 중심인물이었던 밥 딜런은 저항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1960~70년대에 정치적이면서도 시적인 가사와 포크음악으로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g in the Wind)’ 등으로 반전과 평화를 노래했다.

그러던 그가 신앙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이때가 1970년대 말. 가스펠 앨범인 ‘느린 기차가 와(Slow Train Comming)’를 발표한 딜런은 그래미상 수상과 함께 전도사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저자 마이클 길모어 박사는 “앨범 ‘밥 딜런’(1962년)에서부터 ‘평생 함께’(2009년)까지 딜런의 모든 음악에는 기독교와 관련된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며 심오한 대화가 포함돼 있다. 1979년부터 1981년까지 공개적으로 열정을 담아 가스펠 음악에 매진했던 딜런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딜런의 참고문헌을 하나로, 그리고 그의 삶의 이야기를 하나로 보면서 그 안에서 가스펠 활동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 스티븐 웹 또한 딜런을 ‘음악적 신학자’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세상은 딜런의 변화를 의아해했다. 그리고 경멸했다. “1979년 앨범 ‘느린 기차가 와’를 발표하면서 밥 딜런은 조지 해리슨, 캣 스티븐스와 같이 전 세계에 자신의 삶과 예술이 급진적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공표했다. 스티븐스, 해리슨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딜런은 종교적 귀의로 인해 경멸을 받았다는 것이다”(chapter 4. 177면). 김갑수 씨는 ‘작업 인문학’이라는 책에서 “밥 딜런 하면 반항아,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이단아라는 이미지가 있었으니 그의 종교 귀의는 사람들이 보기에 정말 감안 안 되는 행동이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랬다. 밥 딜런은 복음을 노래했다. 그의 노래엔 복음이 담겨 있었고, 신앙이 묻어났다. 사람들은 놀랐다. 놀람의 범위를 넘어 실망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딜런은 개의치 않았다. 딜런은 대중가수였지만 대중의 인기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딜런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대홍수, 십자가 사건, 아브라함, 예수, 유다 등성경의 이야기와 인물들을 언급하면서 그 관계를 알린다. 혹은 노래 속에서 대놓고 성경을 언급하기도 하는데, ‘조커맨’(1983년)에서는 레위기와 신명기를, ‘내 몫이겠지’(1985년)에서는 산상수훈을 언급했다.

길모어는 “딜런은 다양한 방식으로 성경을 이용한다. 우선, 많은 성경적 이야기와 주제는 청중들에게 매우 익숙하며, 그렇기에 예상 가능한 추측과 감정을 자아낸다. 또 딜런의 노래에는 성경 용어와 구문을 비성경적 출처에서 간접적으로 도출해 내는 경우도 있다.

드와이어 목사는 딜런이 리시더학교(Reseda school)에서 켄 굴릭슨 목사가 가르치는 제자도에 관한 수업을 들었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이 수업에서 딜런은 기도, 연구, 용서, 금식, 복음주의 등 기독교 신앙생활의 모든 기본요소를 공부했다”고 말한다. 딜런을 가르쳤던 굴릭슨 목사는 성품에 매우 중점을 두었으며, “딜런이 골로새서 3장 같은 사람, 즉 매우 진실되며 영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해외 투어 공연을 거절하는 큰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학교에 다녔다는 말도 덧붙인다.

딜런의 변화와 노래, 신앙 등을 담은 이 책은 전체 6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기타 치는 산책자’, 2장 ‘밥 딜런의 복음: 진심이야?’, 3장 ‘선지자도, 구세주도 아닙니다 … 앨비스라면 모를까: 밥 딜런의 헌신적인 제자들’, 4장 ‘그는 예수의 재산이다: 가스펠 활동 시기’, 5장 ‘가장 심각한 주제: 성경, 구약 그리고 신약’, 6장 ‘구석구석, 밥 딜런 음악 속 종교적 의미를 찾아서’ 등이다.

마이클 길모어 박사는 책에서 밥 딜런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공연하게 신앙을 말했고, 신실한 태도로 빈야드 교회의 성경공부 모임에 참여했으며, 진지하게 성경을 연구했던 일, 그리고 키이스 그린(Keith Green) 등 당대의 기독 음악인들과 교류하면서 조언을 구했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의 신앙의 진위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밥 딜런이 제기한 기독교 신앙의 질문에 집중하는데, 정답이 아닌 질문을 하는 것이 길모어 박사가 말하는 밥 딜런의 복음이기 때문이다. 또한 딜런의 삶과 신앙의 흔적뿐 아니라, 대중문화와 종교의 관계를 연구하는 중요한 통찰과 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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