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 교회 좀 살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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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 교회 좀 살려달라”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9.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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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장로교단들의 정기총회가 한창이다. 한 회기 지도부를 선출하고 교단 현안을 다루는 매우 중요한 자리이다. 특히 교단 내 교회들의 여러 분쟁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총회의 중요 과제이다. 

정기총회를 앞두고 2주 전 예장 합동총회 본부 앞에서 부산의 한 작은 교회가 기자회견을 연 적이 있다. 재정문제와 목회자 전횡으로 상처를 입은 교인들이 총회장을 만나겠다고 상경한 것이다. 

언론에는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교단에서 나서줄 것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소속 노회는 미자립 교회에 무관심했다. 하지만 교단 정기총회에서도 이 작은 교회의 문제는 묻히고 말았다. 

장로교단 정기총회 현장 입구에는 이처럼 분쟁 중인 교인들이 시위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양측으로 갈라서 서로를 삿대질 한다. 욕설도 서슴지 않고 물리력을 행사는 장면까지 보게 된다. 

하지만 총대들은 늘상 있는 일이라는 듯 스쳐지나갈 뿐이다. 흥미로운 구경거리라도 되는 듯 쳐다보는 이도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총회 안에서도 갈등 중에 있는 교회와 교인들의 문제를 싸매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분쟁 교회를 두고 교권다툼을 하고, 교단 재판국이 비위 논란에 휩싸여 공신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죽하면 교단 임원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단골 공약이 재판국 개혁일까. 

물론 제도를 개혁해 투명성 있는 쟁송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교회에 대한 긍휼함을 갖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분쟁사건을 다룰 때 총대들은 결단코 미소도 짓지 말아야 한다. 긴장해야 한다. 

오히려 정기총회가 분쟁 당사자들이 회개와 화해의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돕는 징검다리가 될 수 없을까. 칼로 자르듯 사건을 처리하기에 앞서 대화를 주선해야 한다. 깊게 주름이 팬 부산에서 온 권사님이 “우리 교회 좀 살려 달라”고 한 말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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