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대신’ 교단명칭 유지까지 어떤 논의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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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 대신’ 교단명칭 유지까지 어떤 논의 있었나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7.09.2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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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재산 압류 등 구 대신 어려움 처할 위기에 ‘방향 선회’
▲ 지난 13일 증경총회장들이 정책자문단 2차 회의를 마치고 모두 단상에 올라가 총대들에게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증경총회장 유만석 목사가 대표로 합의문을 낭독했다.

논란 끝에 교단 명칭이 예장 대신으로 확정됐다. 백석으로 환원하자는 목소리와 대신을 유지해달라는 의견이 민감하게 대치한 가운데 총회 셋째 날이 되어서야 증경총회장으로 구성된 정책자문단에 교단 명칭 결정을 위임했다. 정책자문단의 이 같은 결정은 명칭이 변경되면 구 대신측 교회들이 막심한 피해를 입고 목회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목회자로서 동역자들이 처하게 될 고난을 좌시할 수 없다는 동질감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13일 총회 셋째 날 회무 시작과 함께 교단명칭을 정리하고 가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증경총회장단에 모든 권한을 위임했고, 총대들은 박수로 동의했다. 

1차 회의 결과는 ‘백석’ 환원 결정
사실 정책자문단 1차 회의 결과는 ‘백석’ 환원으로 결정됐다. 당초 증경총회장들은 백석과 대신, 그리고 대신백석 등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대화를 시작했다. 

장종현 증경총회장은 “지금은 누가 어떤 결정을 해도 상처를 받는다. 재판에서 지면 백석으로 돌려 달라. 총회가 어려운 상황이다. 내용증명이 오고 통장 압류까지 오는 상황에서 버티기 쉽지 않다. 총회와 학교 이 모든 것 천국 갈 때 놓고 가는 것이다. 그것에 목숨 걸지 말자. 우린 영적 지도자다. 미래지향적으로 이쯤에서 대신도 결단을 해주면 좋겠다”며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를 대비해 ‘백석’을 제안했다. 대신으로 하되, 재판에서 질 경우 방법이 없으니 백석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구 대신측 증경총회장들은 강경했다. 대신 명칭을 하나님보다 높이 떠받든다는 말도 나왔다. 구 대신 증경총회장은 “우리는 대신 이름을 하나님처럼 떠받드는 사람이 60% 이상이다. 대신으로 통합하면 90%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실상은 80% 뿐이다. 지금도 대신에 목숨거는 사람이 많다. 대신 포기 하면 어떤 이름을 써도 이탈될 것으로 본다. 우리 중에 50%는 주님도 성령님도 어쩔 수 없는 이름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구 백석 증경총회장이 “대신을 쓰지 않으면 나간다는 말이냐”며 명칭문제가 발생한 본질적은 부분을 짚었다. 이 총회장은 “백석은 포용해서 이름도 줬는데, 문제는 대신에서 일어났다. 거기서 법적 문제가 생겼다. 그렇다면 미안하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상의해야 하는데 대안도 없이 나간다고 협박을 하니 5000개 넘는 백석 교회들은 뭐냐. 우리도 상처 입고 있다. 차라리 백석으로 해달라고 먼저 말해야 도의적으로 맞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때 구 대신 증경총회장 중 한 사람이 “지금 교단이 깨지면 부끄럽고 교회사에 오점이 남는다. 폭을 넓혀서 대신백석으로 이름을 같이 쓰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다른 증경총회장이 “흩어지면 안 된다. 차라리 한국장로교총회로 쓰자. 1912년 장로교 총회를 우리의 뿌리로 두고 두 교단의 역사를 같이 쓰자”고 했다. 결국 양측의 의견이 달라 회의는 정회됐고, 각각 의견을 모아 다시 만나기로 했다. 

속회 후 구 대신은 “격론 중이다. 대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총회가 결의한 4개 항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총대들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자 구 백석 증경총회장은 “지금 우리는 증경들이 결론을 내면 총대들이 따르겠다는 결의를 받고 모였다. 그런데 왜 총대들의 의견을 묻냐”고 반문했다. 

4개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구 대신의 주장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증경총회장은 “약속을 안 지켰다고 하는데 공증된 합의는 7개다. 공증 이후에 유충국 부총회장 등 4인의 대표들이 찾아와서 확인서를 써달라고 했다. 당시 전권위원회는 공증을 전제로 확인해준 것이다. 그것은 대신에서 요구한 것이다. 합의를 지키지 않은 쪽은 대신”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심각한 분위기를 감지한 구 대신 증경회장이 중재에 나섰다. “우리는 한 식구인데 우리 대신 이름이 1차 패소했다고 해서 대신 이름을 안 쓴다고 하면 기분이 그렇지 않냐. 장기적으로 내년까지라도 대신으로 했으면 흐름에 있어서 자연적으로 백석이 된다. 그런데 패소로 상처가 큰데 완전히 이름을 바꾸자고 하니 상처를 받았다. 명칭 거론하지 말고 대신으로 끝내고 법으로 결정이 나면 그때 다루자”고 제안했다. “지금까지 양보 많이 했으니 한번만 더 양보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대신을 사용하지 않으면 총대들 반발이 크다는 이유였다. 

또 다른 구 대신 증경회장은 “대신이 아니면 깨진다. 대신백석, 백석대신 뭘 해도 총대들은 안 받는다”고 말했다. 

회의 의장을 맡은 장종현 목사가 “이래도 저래도 깨지면 그럼 백석으로 하냐?”고 묻자, 구대신 증경들은 양보를 거듭 요청하면서 대신백석까지는 설득할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구 백석의 한 증경회장도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는 입장에서 대신으로 하되, 패소하면 깨끗이 백석으로 해달라. 그걸 합의하자. 우리가 언제부터 이름을 혼합해서 썼냐. 패소할 경우 방법이 없으니 백석으로 환원하는 것을 재개의한다”고 제안했다. 

이 안에 구 대신 증경들이 동의와 제청을 했다. 의장은 양측의 조율을 거쳐 두 안을 표결에 부쳤다. 1안은 ‘대신으로 하되 항소심에서 패소할 경우 즉시 백석으로 한다’이고 2안은 ‘백석으로 한다’였다. 전체 19명이었고, 투표할 당시 재석 인원은 18명이었다. 의장을 제외하고 투표를 진행했지만 구 대신 증경회장 3명이 퇴장했다. 1명은 아예 속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1차 정책자문단 회의 결정은 1안인 대신으로 한다에 5명, 2안인 백석으로 한다에 9명이 찬성을 던졌다. 구 대신측 증경총회장들이 이탈하지 않았다면 ‘대신’이 확정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구 백석 증경들 중에서 ‘대신’ 명칭에 찬성표를 던진 이들이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정책자문단은 결정된 내용을 이종승 총회장에게 전달했다. 백석으로 교단 명칭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일부 총대들은 정책자문단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격한 감정들이 오가고, 구 대신은 계속해서 4개 합의를 이행하라고 주장했고, 구 백석은 최초 합의를 지키지 않고 90% 통합에 합류하지 않은 대신에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구 대신 일부 총대들이 자신들의 정기총회 자료집에 실은 교단통합 합의공증서까지 사문서라고 주장하는 상황에 이르는 등 자칫 교단분열의 양상까지 치달았다. 

구 대신 임원들, “아픔 알아달라” 호소
백석으로 명칭이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논의한 것은 구 대신측 임원들이 차마 말하지 못한 상황을 증경총회장들에게 털어놓은 것이 계기가 됐다. 

서기 안요셉 목사는 “교단통합을 하고 나서 잔류측이 남으면서 법적 문제가 생겼다. 지금 우리의 고민과 괴로움은 몇 사람밖에 모른다. 증경총회장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라가는 것이 마땅하지만 오늘 명칭이 변경되면 2심 재판에서 확정판결이 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이탈자가 되고 각 노회에서 제명 또는 면직을 당한다. 재산권도 문제가 돼서 노회나 유지재단에 소속한 교회는 어려움을 당한다. 대신이라는 이름 때문에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송에서 지는 것이 문제다. 힘들게 결혼해서 하나가 됐는데, 대신 이름 써주지 않으시면 우리는 산산조각이 난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 될 일이다. 우리 아픔을 보듬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구 백석 증경총회장은 “자존심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이름만 부여잡는다고 천국에 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통합을 했다면 함께 아픔을 나누어야 한다. 우린 하나라는 공동체로 가야 한다. 통합도 하나님께서 이루신 역사다. 한국교회 분열 앞에서 교회가 어려움을 겪는 것 볼 수 없다. 공동체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위로했다. 

또 다른 증경총회장은 “법정 싸움 때문에 대신 명칭을 반드시 써야 한다는 유충국 부총회장님의 요청을 듣고 한시적으로 동의하겠다고 했다.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이기도록 같이 싸우겠다. 하지만 패소했을 때는 모든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제안을 (구 대신 임원들이) 먼저 하셨다. 그것을 약속해줘야지, 이번에 보니까 이면 합의들이 많아 나도 정신이 없을 지경”이라며 구 대신 임원들이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되, 패소할 경우 총회 구성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구 대신측은 모든 권한을 내려놓는 것을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정책자문단은 만장일치로 교단 명칭을 ‘대신’으로 최종 합의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는 상황에서 대신총회 명칭을 다른 명칭으로 교체하게 될 경우 대신총회유지재단 소속된 교회의 목사 및 재산 관련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재판 완료되는 시점까지 명칭을 그대로 대신으로 한다’는 1항의 합의를 통해 항소심 판결까지 대신 명칭 사용을 결정했다. 

2항은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모든 증경총회장들이 협조하며,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패소할 경우는 즉시 임시총회를 소집하며, 구 대신 측은 모든 권한을 내려놓는다. 임시총회는 정책자문단의 요구로 이 합의안이 발표되는 시점부터 언제든지 개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임시총회를 개최할 수 없는 교단 헌법으로 인해 총회 결의로 임시총회를 상시 소집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 놓은 것이다. 

“부부사이 비밀 없어야” 대승적 결단 
정책자문단은 이와 같은 합의를 다시 총대들에게 내놓았다. 그 과정은 간곡하고 호소력 짙었다. 

이종승 총회장은 “부부가 살면서 비밀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한 식구가 됐으면, 어려울 때 같이 의논하고 머릴 맞대서 좋은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서기와 사무총장을 질책했다. 허심탄회한 논의 없이 총회를 혼란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해 사과도 요구했다. 

정책자문단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증경총회장 유만석 목사는 “교회를 세우는 것이 총회의 책임인데, 사연을 들으니 안타까웠다. 이런 내막까지는 몰랐다. 우리 함께 승소하도록 싸우자. 그러나 패소했을 때는 겸손히 내려놓기로 했다. 구 백석 총대들께 죄송하다. 너그러이 이해해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

증경총회장 양병희 목사 역시 “다른 이름으로 항소심을 진행하면 진다고 한다. 대신이란 이름을 놓치는 순간, 유지재단 재산이 되고, 교회에는 압류 딱지가 붙는다고 했다. 그 고백에 아픔을 느꼈다. 이건 명칭을 버리는 것이 아니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공동체 운명을 가지자. 한국교회를 새롭게 이끌어갈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당부했다. 

끝까지 양측 중재에 나선 증경총회장 장종현 목사는 “내가 학교와 총회 40년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앞으로 교단이 분명하지 않고 학교와 총회가 건강하지 않으면 다음시대까지 이어갈 수 없다”며 “큰 물방울이 작은 물방울을 흡수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총회가 갈라져서는 안 된다. 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목사는 또 “백석으로 한다고 해도 남아있겠다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 투표 과정에서 구 대신측에서 4명이나 증경회장님들이 나가지만 않았다면 대신으로 처음부터 정해졌다. 그런데 공적인 회의에서 자리를 이탈했다. 이것은 교만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지금 항소심에서 대신 이름을 가져야 재판이 된다고 해서 증경총회장들이 다시 모여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총대들은 정책자문단의 2차 회의 결과를 기립박수로 받았고, 교단 명칭은 항소심 승소를 전제로 ‘대신’으로 확정됐다. 소송에서 이기도록 마음을 모으자는 호소도 있었다. 서로의 민낯을 드러내며 상처를 입힌 시간이었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총대들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탈 혹은 분열의 고비 속에서도 하나님의 주권과 성령의 임재를 통해 통합정신을 지키고 하나의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었다. 증경총회장들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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