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것이 성경의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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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것이 성경의 원칙입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7.09.2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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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특수학교 사태’ 통해 바라본 교회와 장애인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 현장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장애학생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도와달라며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 

부모들은 “비난은 다 받아들이겠다. 지나가다 때리면 맞겠다. 특수학교만 짓게 해달라”며 무릎 꿇고 호소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왜 꼭 우리 동네에 지어야 하냐’고 소리쳤다. ‘쇼하고 있다’며 비아냥대는 주민도 있었다.

한국디아코니아대학 홍주민 교수는 교회개혁실천연대 포럼에서 “강서구에 교회가 700개가 있다.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 꿇고 울며 호소하는 현장을 보며 과연 교회가 할 일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예수님은 공생애 기간 내내 병든 자를 고치시고 힘없는 자들과 함께 하셨다. 이번 사태를 지켜 본 한 성도는 “지금 우리 곁의 장애인도 수용하고 더불어 살지 못한다면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을 품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예수님을 닮아가야 하는 크리스천들은 장애인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장애인도 천하보다 귀한 영혼”
그 자신도 구루병을 앓고 있는 장애인이면서 장애인 선교단체를 이끌고 있는 한국밀알선교단 김해 단장 김성민 목사는 이번 사태를 “한 마디로 말이 안 되는 사건”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목사는 “지금 건강하다고 장애가 없는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자기 자식이 당장 장애가 없다고 해서 다른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장애인의 80~90%는 건강하게 살다가 갑자기 사고 등으로 장애 판정을 받은 중도장애인이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안고 타고난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자신이든 혹은 자신의 가족이 됐든 언제나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성민 목사가 사역하는 김해지역을 비롯한 지방은 서울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김해의 유일한 특수학교인 은혜학교는 주변에 건물이 없는 벌판 한가운데 지어졌음에도 설립 당시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우여곡절 끝에 260여 명의 학생을 수용하는 학교가 완공됐지만 수용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여전히 부산, 창원 등지로 장거리 통학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여전히 더 많은 특수교육시설의  보강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김 목사는 크리스천이라면 특수학교 건립에 동의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취약계층을 돕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장애가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하나님의 주권에 의해 창조된 하나님의 자녀들임을 믿는 것이 성경적인 관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예수님은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셨다. 그런데 과연 한국교회가 장애인들을 일반인들과 똑같이 천하보다 귀한 영혼으로 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반문하면서 “교회가 앞장서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특수교육을 비롯한 기초 인권 보장에 적극 나섰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장애인 향한 인식개선이 급선무
장애인 복지에 앞장서야 할 교회에서 이들을 위한 배려가 충분한지도 고민해볼 부분이다. 성도의 반 이상이 장애인으로 구성된 대구 둥지교회를 섬기는 신경희 목사는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접근성·이동권 확보가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신 목사는 “대구 지역에 특수학교를 지을 때도 반대가 심했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반대하는 주민들 중에 크리스천이 상당수였다는 사실”이라며 성경적 가치를 따르는 크리스천이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대형교회에서 흔히 ‘사랑부’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장애인 부서도 궁극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똑같은 하나님의 자녀로 여긴다면 구분할 것이 아니라 함께 하나님을 예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불편이 따를 수도 있지만 조금의 인내와 훈련을 거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신 목사는 덧붙였다. 

장애인을 위한 이동권 보장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곳이 많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 편의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교회에 나가는 것에는 상당한 각오가 필요하다. 

신 목사는 “상가에서 운영하는 개척교회는 힘들겠지만 대형교회부터 장애인들의 접근성 확보를 위해 나서야 한다. 실제로 접근이 어려워 교회에 가는 것을 포기한 장애인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다음세대 사역의 위기를 지적하며 대학생 복음화율이 3%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자주 접한다. 하지만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장애인의 복음화율은 그보다 낮은 2.5% 정도에 불과하다. 장애인 사역 그 자체를 넘어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고민이 한국교회에 필요한 시점이다. 

신경희 목사는 “우리교회는 장애인의 비율이 50%를 넘지만 나중에는 우리와 같은 교회가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모든 교회가 장애인을 차별 없이 받아들이고 그들을 위해 배려한다면 장애인 특수사역 교회가 필요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면서 한국교회가 더 약한 지체들을 위해 시선을 돌릴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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