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아이가 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하고 싶어요”

위기청소년·뇌전증 청소년 위한 ‘별을 만드는 사람들’ 심규보 대표 대구=한현구 기자l승인2017.09.20l수정2017.09.26 17:23l14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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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별 하나하나가 모여 밤하늘을 밝히듯 변화된 아이들 한명 한명이 모여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리라 믿습니다. 별난 아이들이 별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하고 싶어요.”
 
위기청소년을 돕는 비영리단체 ‘별을 만드는 사람들’ 심규보 대표는 자신부터가 별난 아이였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며 꿈을 찾지 못해 방황했고 소년원 생활도 경험했다. 그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흔히 간질이라 불리는 뇌전증이 발병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별 규(奎)에 도울 보(輔)라는 이름처럼 별난 아이들이 별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별을 만드는 사람들’ 심규보 대표는 자신과 똑같은 아픔을 겪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고있다.
열일곱 소년 덮친 ‘후천성 뇌전증’
심규보 대표가 길을 잃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건 비슷한 시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끊임없는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열일곱 살의 나이에 후천성 스트레스로 인한 뇌전증이 찾아왔다.
 
뇌전증은 뇌의 전기 신호가 과부하 돼 발작을 일으키는 의학적인 병이지만 여전히 귀신이 들렸다거나 정신질환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간질이라는 이름이 갖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 효과 때문에 지난 2010년 공식적으로 명칭이 변경됐음에도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 대표가 뇌전증을 앓게 된 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이었다. 발작 때문에 몸이 힘든 것은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증세를 일으키고 난 후 다시 눈을 떴을 때 자신을 바라보는 눈들을 열일곱의 어린 소년이 견뎌내기는 버거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는 말씀이 생각나 찾아갔던 교회도 상처를 줬다. 사실 크리스천들은 ‘간질을 앓던 아들을 예수님께 데려가니 악귀를 쫓아내 낫게 하셨다’는 성경 구절 때문에 뇌전증을 귀신들린 병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특히 많다. 예배 중에 갑자기 쓰러지기라도 하면 성도들은 그를 악귀에 사로잡힌 사람인 듯 쳐다봤다. 
 
가정에서도 보듬지 못하고 교회에서도 위로를 받지 못하자 방황이 시작됐다. 학교를 그만두고 소위 ‘노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다. 친구들에게 휩쓸려 다니다 특수 절도로 소년원 생활까지 경험해야 했다.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방황하던 그는 순간의 실수로 구치소에 수감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던 그곳에서 하나님은 그를 만나주셨다. 
“구치소에서 1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데 가장 무서운 사람이 방장이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아침마다 기도를 하더라구요. 절박한 마음으로 뭐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 반, 실세인 방장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반으로 아침마다 성경공부와 기도를 함께하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단순한 기도제목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나님, 살려주세요. 여기서 나가게 해주세요’라고 매달렸다. 그런데 갑자기 하나님이 ‘용서받기 전에 먼저 용서해라’는 마음을 주셨다. 그때부터 심 대표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미워하고 원망했던 이들을 용서하자 하나님은 ‘내가 너를 구원하고 사용하겠다’고 말씀해주셨다. 
 
“재판이 굉장히 불리했는데 죄명이 바뀌고 공소도 변경되는 놀라운 일을 경험했습니다. 처음에 검사가 12년을 구형했었는데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게 됐어요. 20년 경력의 교도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네가 믿는 하나님이 살아 계신가보다고 말할 정도였죠.”
 
한명 한명 특별한 아이들
기적적인 은혜를 경험한 심규보 대표는 이제 자신과 같은 청소년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 백석대학교 청소년상담을 전공하고 자격증을 준비한 후 봉사활동을 위해 소년원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소년원은 전과가 있는 그를 꺼려하며 기회를 주지 않았다. 
 
“거절에 굴하지 않고 3년 동안 계속 문을 두드렸어요. 그러니까 ‘도대체 왜 봉사활동을 하려고 하냐, 커리어 때문에 그러는 거냐’고 묻더라고요. 그런 건 관심 없고 단지 애들 밥 사주고 얘기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더니 교육을 받으러 오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전과가 있는 사람이 왔다며 수군거리는 직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전심을 다해 봉사하고 멘토링하자 그를 보는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부모 교육에 교도관 교육까지 맡게 됐다. 전과가 있는 사람 중에서는 최초의 보호위원이 되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청소년 전임사역자로 변하게 될 줄은 몰랐다. 못 다한 공부에 욕심이 있었고 교육자로 일하며 틈틈이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었다. 개인적으로 만나고 상담하는 아이들이 늘어나자 목사님은 그에게 비영리단체를 설립해볼 것을 권유했다. 그렇게 위기청소년 지원 단체 ‘별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별만사)’이 탄생했다. 
 
별만사는 폭력과 학대 방임으로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을 돕고 보호한다. 공평하게 교육 기회를 얻도록 돕고 진로를 개발할 수 있게 다양한 경험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서는 주거 및 가사지원과 의료지원까지 진행하고 있다. 
 
심 대표가 가장 마음을 쓰는 것은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어쩔 수 없이 범죄와 나쁜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이다. 얼마 전에 가정폭력 피해자로 만났던 아이가 몇 달 뒤 불법 성매매로 잡혀오기도 한다. 그는 가정과 국가가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은 밖으로 떠돌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죄를 옹호하고 처벌하지 말자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죄의 결과는 참담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죠. 하지만 처벌 후에도 여전히 나쁜 환경에 노출 된 아이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들은 1년에 6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한때는 잘못된 선택으로 범죄를 저질렀지만 이들의 80% 이상이 깨어지고 불우한 가정환경 속의 아이들이다. 그는 조금의 도움만 있다면 충분히 아이들이 바른 방향으로 자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담은 아이를 180도 바꾸는 일이 아니라 1도 돌려놓는 일입니다. 그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벌어져요. 학교를 그만둔 아이가 공부에 흥미가 생겼다거나 하나님의 ‘하’자도 듣기 싫어하던 아이가 교회에 가보겠다고 얘기하는 것도 정말 놀라운 변화죠. 특별한 아이들을 특이한 아이들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심규보 대표가 애착을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분야는 자신이 경험했던 뇌전증 청소년을 위한 사역이다. 뇌전증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 대략 40만 명이 갖고 있는 비교적 흔한 질병이다. 그에 반해 장애 등급을 받고 뇌전증 장애인으로 등록한 사람은 7천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복지혜택도 포기할 만큼 자신이 뇌전증임을 드러내기 싫어한다는 이야기다. 
 
뇌전증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아직 곱지 않다. 편견이 제일 심한 질병 중 하나로 꼽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뇌전증이 발병하면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공포감과 편집증, 우울증을 동반하고 발작으로 인해 밖에 나서기 싫어하는 사회성 결여 등이 나타나기 쉽다. 
 
한때 하나님을 가장 많이 원망하게 했던 원인이지만 지금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고백하는 심규보 대표. 위기청소년들과 뇌전증 청소년을 돕는 그를 보며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많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는 아이들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꾸준히 뇌전증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그는 교회에서도 뇌전증 환우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은 발작증세가 없어진지 5년째에요. 약도 많이 줄었고요. 저도 초기에는 ‘안수 받으면 낫는다, 영성이 떨어져서 그렇다’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가정과 교회가 뇌전증을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돕는다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합니다. 아이들이 밝은 별로 자라나도록 함께 해주세요.”
 
대구=한현구 기자  hh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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