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나르시시즘의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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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나르시시즘의 극복
  • 이종필 목사
  • 승인 2017.09.1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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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목사 / 세상의빛교회

1997년 11월 우리 정부는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 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고, 실업자가 늘어났다. IMF는 한국에 지원을 해주는 대신에 기업의 구조조정, 공기업의 민영화, 자본 시장의 추가 개방, 기업의 인수 합병의 간소화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때 시작된 문제들은 지금까지도 계속된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정리해고, 명예퇴직, 비정규직이라는 단어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불행한 세대는 바로 이 때 시작되었다. IMF의 원인은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현실 인식이었다. 20세기 후반 아시아 국가들은 빠르게 발전했고, 그 중 한국의 발전은 단연 눈부셨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 들어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외환 보유고가 떨어지면서 자국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외환위기를 맞았다. 우리 정부는 현실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경제의 급속한 성장을 과신한 정부는 금융 자유화와 금융시장 개방을 추진했고, 금융 기관들은 외국 자본을 차입하여 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나라가 국가적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상황에 있지 않다.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있었던 것이다. 잘못된 상황 인식은 미래를 잘못 예측하게 했다. 이 국가적 나르시시즘은 군부독재를 종식하고 역대 최고의 지지로 시작한 김영삼 정부를 가장 초라하게 기억되는 정권으로 추락시켰다.

기원전 7세기 말 이스라엘 백성들은 앗수르를 무찌르고 신흥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바벨론의 위협에 놓이게 되었다. 이 위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의 모습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지 않았고, 하나님의 통치에서 벗어나 온갖 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바벨론에 의해 이스라엘은 멸망하고 말았다.
성전은 무너지고, 수많은 이들이 포로로 끌려갔다. 왜 이러한 비극이 벌어지고 말았는가? 성경은 그 이유를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잘못된 상황인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지 않으면서도 안전할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하나님이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 낙관하고 있었다.

진짜 문제는 그들 앞에 놓인 바벨론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통치를 벗어난 자신들에게 하나님의 징계가 있을 것이라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데 있다. 그들은 이방인들과 같이 행하면서도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긍정적 사고인가? 아니다. 이것은 영적 나르시시즘이었다. 자기애에 빠져 율법 앞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인식하지 못하는 영적 나르시시즘은 멸망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다 불완전하며, 때로는 악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악한 삶을 살아간다고 해서 불행한 인생이 되지는 않는다. 다윗은 심각한 악을 저질렀다. 하지만 다윗은 나단 앞에서 자신의 죄를 발견한다.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긍정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율법에 근거하여 자신의 현실을 인식한다. 하나님의 통치를 벗어난 자신에게 닥쳐올 비극적인 결말을 예상한다. 그리고 회개한다. 결코 긍정의 힘(?)을 의지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통치에 순종하지 않으며,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은 잘 되고 안전할 것이며,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지키시고 복을 줄 것이라는 자기 확신, 즉 영적 나르시시즘은 우리를 멸망으로 이끈다. 한국교회가 근거 없는 긍정적 사고에 빠져 있다. 영적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 공의로우신 하나님은 교회에 다닌다고, 교회가 하는 일이라고 무조건 축복하시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의 멸망을 돌아보자. 진정한 문제는 한국교회의 신학의 부재와 윤리적 타락이 아니다.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의 탐욕을 따르는 낙관적 사고, 즉 영적 나르시시즘이다. 중세 교회가 보였던 영적 나르시시즘이 지금 한국 개신교 안에 나타나고 있다. 영적 나르시시즘을 극복하자.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자. 아직 기회가 남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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