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성경’으로서의 종교개혁 정신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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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성경’으로서의 종교개혁 정신 회복해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7.08.3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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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 특별기획//종교개혁의 의미(상)-교회개혁으로서의 종교개혁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교회는 재도약과 후퇴의 기로에 서 있다. 1517년 마틴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통해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패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교회의 진정한 변화를 촉구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달로 95개조 반박문이 전 독일에 퍼지게 되면서 시민의 지지를 받은 루터의 종교개혁은 독일을 비롯해 유럽 전역에서 종교개혁의 물결을 일으켰다.

루터 종교개혁을 배경으로 태동한 개신교는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표어를 내걸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의 정신이 무색할 만큼 사회적 신뢰를 잃고, 세상 속에 빛과 소금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본지는 종교개혁의 역사적 배경과 영향을 조명하는 한편 오늘날 한국교회 개혁을 이루기 위한 과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종교개혁 신호탄이 된 ‘95개조 반박문’

종교개혁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루터 종교개혁 당시 시대적 배경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0여년에 걸친 십자군 전쟁 후 교황권력의 회복을 위해 로마 가톨릭 교회는 1091년 속죄부 제도, 1100년 미사제도, 1184년 종교재판소, 1215년 고해성사제도 등의 교리를 만들었으며 1439년 연옥설을 확정해 발표됐다. 성경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교황의 권위와 부를 쌓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에 일반 신도들의 삶은 궁핍해 질 수밖에 없었다.

외형적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명분으로 시작된 성베드로성당 건축비 마련을 위해 면죄부를 대량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신도들의 원성은 극에 달했다. 교황이 발행한 면죄부가 자신이나 자신의 친척이 연옥에 머무는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성경의 권위보다 교황의 가르침이 더욱 우위에 있다고 가르쳤다.

루터는 이러한 가톨릭교회의 부패한 행위에 격분했으며, 회개하지 않고 면죄부 판매로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그리스도교 교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면죄부는 자기만족을 초래하고 따라서 구원받기 어렵게 하기 때문에 극히 사악하다”고 역설했다.

1517년 10월 31일 마침내 루터는 종교개혁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는 ‘95개조 반박문’을 비텐베르크대학 교회당 앞면에 붙였다. 반박문에서 루터는 “교황은 어떤 죄도 사할 수 없으며, 면죄부가 없어도 참된 참의가 이뤄졌다고 느끼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형벌과 모든 죄로부터 완전히 용서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교회는 재도약과 후퇴의 기로에 서 있다. 1517년 마틴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통해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패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교회의 진정한 변화를 촉구했다.

“성경만이 ‘절대적인 권위’” 강조

루터는 ‘95개조 반박문’을 통해 교황은 자기와 자기 교회가 만든 법을 범한 죄 외에는 그 누구의 죄도 사면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루터는 “교황의 권위는 위조며,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만이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다”고 반박했다. 또한 로마서 1장 17절 말씀을 토대로 인간은 면죄부나 성직자의 사죄권에 따라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구원은 ‘오직 믿음’으로 죄인들에게 값없이 주어지는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즉 ‘이신칭의’ 교리를 통해 교회와 교황이 만든 형식이나 인간의 어떠한 행위나 선행이 아닌, 오직 인간의 죄의 회개와 예수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루터는 당시 교회가 가졌던 수직적 위계질서를 부정하고, 평신도와 사제들, 세속 군주와 주교들 사이에 어떤 위계적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루터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신학의 출발점이자 최종적인 권위로 정립시켰다.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는 성경을 라틴어로만 읽게 했지만, 라틴어는 일반이 사용하지 않는 언어였기에 라틴어를 배우지 않은 일반 성도들은 성경을 그림으로 보거나 사제들이 설명해주는 것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종교개혁 전후로 성경을 라틴어가 아닌 당시의 통용된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 일어났으며, 하나님 말씀에 대한 설명이나 해석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일반 성도들이 말씀을 스스로 읽고 묵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는 “종교개혁의 위대한 운동의 지도자들은 말씀이 있는 곳에 교회가 있다고 했다. 루터, 쯔빙글리, 칼빈 등 16세기의 지도자뿐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세우신 뒤로 말씀이 삶이 되는 거룩한 운동은 계속돼 왔다. 흔히 ‘천년의 암흑기’라고 불리는 중세에도 이 흐름은 끊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교회 갱신은 현실적으로 기록된 성서와 연관된 문제”라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올해, 말씀이 삶이 되게 하는 영적 훈련을 가리켜 ‘말씀묵상’이라고 정의하면, 말씀묵상이 곧 교회 갱신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세속적 가치관 버리고 경건의 훈련해야

올해로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지 500주년을 맞이했지만, 한국교회가 과거 가톨릭교회가 빠졌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단시간에 급격한 성장을 이룬 한국교회는 교세 확장과 외형적 성장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공동체성을 상실하고 성도 개개인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성도들의 뜨거운 기도와 희생적 헌금은 수많은 교회를 세우는 자원이 됐지만, 잇따른 교회 재정문제와 투명하지 않은 재정 운영은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를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됐다.

손봉호 명예교수(서울대)는 “한국교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기도, 전도, 헌금을 많이 하는 교회로 알려졌지만 한국교회 안에 성공과 번영을 강조한 신학이 자리 잡으면서 세속적 가치에 따라 교회끼리 경쟁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세속적 욕망에 대한 회개와 절제가 이뤄져야 한국교회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탐심은 우상숭배’(엡 5:5)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자본주의적 물질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패한 가톨릭교회의 가장 큰 문제가 성직자 타락에 있듯이 목회자의 개혁도 한국교회의 주요 개혁과제로 제시된다. 목회자의 재정문제를 비롯해 교회 세습과 종교인 납세 문제, 목회자 성범죄 등 목회자 윤리문제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목회자 문제가 발생해도 노회나 총회가 합당한 치리를 거치기보다 문제를 덮는 데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는 “오늘날 신학 교육이 지식만을 강조하면서 인성과 경건을 도외시하고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중요시하는 기도와 경건의 훈련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교회나 교단들이 신학교 운영을 위해서는 투자하지 않고 많은 학생들을 받아 신학생들을 양산하고 등록금으로 운영하는 상황도 시정돼야 한다”고 전했다.

루터가 내세운 만인제사장 정신을 구현하고 있는 교회도 많지 않다. 교회 내에서 목회자에게 많은 권한이 집중되어 있으며, 여전히 평신도의 직책과 권한은 한정된 경우가 많다. 또 지나친 성직주의의 강조는 성(聖)과 속(俗)을 분리하는 이원화된 신앙을 불러왔다.

성직뿐 아니라 일상의 삶과 직업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거룩한 소명을 이뤄가야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지나치게 간과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말씀에 중심을 둔 신앙이 아니라 기복신앙과 왜곡된 ‘이신칭의’ 교리의 해석문제, 교회의 분열과 갈등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의 개혁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일웅 교수(전 총신대 총장)는 “한국교회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관계가 여전히 계급적인 관계로 오해될 만큼 남용되고 있다”면서 “직분의 대의(大義)는 교회 안에 여러 직분을 주신 것은 오직 살아계신 한분 하나님을 섬기기 위한 것이지, 결코 교회내의 그 어떤 상위 직분을 섬기기 위하여 다양한 직분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루터가 천명했던 만인제사장의 원리를 비롯한 종교개혁의 정신이 한국교회에 다시 회복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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