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 돼지도 모두 하나님 창조물임을 기억해야”

바른 먹거리 위한 크리스천 실천과제 한현구 기자l승인2017.08.30 13:04:15l수정2017.08.30 13:13l14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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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정유년 닭의 해에 닭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 양계 농가를 휩쓸었던 AI(조류독감) 파동에 이어 이제는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온 나라가 들썩인다. 지난달 정부에서 전국 산란 농가를 조사한 결과 52개 농가에서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살충제 계란을 평생 하루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불안한 민심을 잠재우긴 힘들어 보인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면서 양계 농가의 공장식 사육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AI 파동 당시에도 양계 농장의 사육 실태가 문제가 됐던 점을 감안하면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한 꼴이다. 불과 몇 달 전 가금류 3,787만 마리를 살처분 하고도 교훈은 없었다.

공장식 사육을 하는 산란 농가의 경우 닭 한 마리가 차지하는 공간은 A4 용지 절반 크기에 지나지 않는다. 좁은 공간에 몰린 닭들에게 질병이 한 번 퍼지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 전파속도가 빠른 것은 물론이거니와 운동이 불가능한 환경과 스트레스 탓에 면역력도 취약하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도 결국 공장식 밀집 사육이 원인이었다. 닭들은 흙 목욕을 통해 자기 몸에 붙은 이나 진드기를 제거하는데 좁은 케이지에서는 아예 불가능하다. 통제되지 않는 진드기와 벌레를 제거하기 위해 독한 살충제를 뿌려댈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닭이 낳는 계란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익명의 양계 농장주는 한 라디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살충제가 너무 독해 구역질이 나서 방독면을 쓰고 약을 뿌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공장식 사육이 양계 농가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케이지 없이 닭을 풀어서 키우는 동물복지농장은 전체 농가의 6%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공간에 비해 적은 수의 닭을 키우는 동물복지농장의 특징 때문에 마릿수로는 단 1%에 그친다.

이제는 외양간을 고칠 때다. AI와 살충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도 물론이지만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지키고 생명을 존중할 의무가 있는 크리스천이라면 보다 신학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눈앞의 경제논리를 넘어서서 성경은 동물복지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생명존중을 실천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창조질서 지키는 크리스천 양계장
99%의 닭이 공장식 케이지 안에서 사육되고 있을 때 자유롭게 1%를 키워내는 크리스천이 있다. 목사이면서 포항에 1만 마리 규모 양계장을 운영하는 킹스파머스 여기혁 대표다. 여 대표는 아무도 이 문제를 주목하지 않던 작년부터 살충제와 공장식 사육의 심각성을 외쳐왔다. 그는 여태껏 혼자 살충제가 위험하다며 외로운 싸움을 벌여왔는데 갑자기 온 나라에서 이 문제를 다루니 어리둥절하다고 전했다.

킹스파머스의 닭들은 자연 순환 유기농 시스템 아래 성장한다. 병아리 단계부터 통현미를 먹이고 직접 관리하며 면역력을 키운다. 닭들이 뛰노는 공간에는 부엽토를 깔고 주기적으로 닭에게 이로운 미생물을 배양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니 AI에도 거뜬하고 살충제를 뿌릴 필요도 없다.

현행 제도에서 친환경인증은 무항생제 인증과 유기축산 인증으로 나뉜다. 무항생제 인증은 이름 그대로 항생제가 들어가지 않은 사료를 먹이면 받을 수 있고 유기축산 인증은 무항생제, 무농약, 무GMO 사료를 먹여 키우면 획득할 수 있다.

사육환경에 관한 부분은 동물복지 인증에 속한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9마리당 1㎡의 공간을 확보, 높은 곳을 좋아하는 닭을 위해 횃대 설치, 최소한의 수면시간 보장, 부리 자르기 금지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혁 대표는 먹거리 인증과 동물복지 인증이 구분된 지금의 제도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먹거리로는 유기농 사료를 먹이면서 공장식 케이지에서 키우거나 혹은 동물복지 인증을 받고 공간은 확보했지만 먹이로는 항생제가 첨가된 배합사료를 먹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여 대표는 “요즘은 친환경 인증조차 장사를 위한 상술로 변한 듯해 안타깝다. 인증마크를 찍기 위해 최소한의 기준만 채울 뿐 실제 동물복지에는 큰 관심이 없다”면서 “신앙인이라면 기준을 맞추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크리스천의 양심에 따라 동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바르게 생산된 계란을 고르는 점검 기준도 함께 소개했다. △육추(병아리를 닭으로 기르는 과정) △사육 환경 △먹이 △유통이 바로 그것이다. 더불어 닭을 키워내는 과정부터 생산품이 유통되는 과정까지 세밀하게 점검하는 인증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킹스파머스’는 왕이신 하나님의 농부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중에는 6천 평 규모 농장에서 각종 농사를 지으며 하나님이 만물을 지으신 창조원리에 따라 바른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 여기혁 대표와 킹스파머스가 꿈꾸는 비전이다.

여 대표는 “하나님은 말씀대로 세상을 다스리라고 하셨는데 인간이 그 법칙을 깨뜨렸다. 하나님이 세상을 지으신 창조원리대로 피조물을 잘 관리하고 바른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은 크리스천의 소명”이라고 전했다.

동물 보호는 사회운동 아닌 신앙운동
오랜 기간 동물신학에 대해 강조해 온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장윤재 교수는 동물복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동물 권리 보호는 도덕적 양심을 지키기 위한 사회운동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에게 명령하신 생명 존중의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입으로는 하나님이 창조주시고, 온 생명을 지으신 우주의 주인이라고 고백하지만 사실 인간을 신처럼 떠받드는 신앙이 우리 안에 깔려 있다”면서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것처럼 이 세상 모든 우주 만물과 생명 또한 하나님께서 지으셨다. 하나님이 모든 생명의 근원이시고 모든 생명이 하나님의 뜻과 섭리 속에 창조됐음을 인정하는 것이 창조질서 회복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지을 때뿐 아니라 다른 모든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면서 ‘보시기에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인간에게 인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다. 동물 스스로 주장한 것도 아니고 인간이 부여한 것도 아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실 때부터 주신 생명으로서의 권리다.

하지만 많은 수의 크리스천들이 동물의 권리에 대해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 교수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을 학대해서 생산된 음식을 어떻게 아무런 죄의식 없이 먹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는 하나님의 말씀을 인간 중심으로 해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인간의 욕심대로 해석한 결과는 참혹했다. 사람들은 자연과 환경, 동물들 또한 하나님께서 복 주신 생명들임을 인식하지 못했다. 이들을 지은 하나님에 대한 경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 또한 예견된 재앙이라는 것이 장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이제라도 이슈가 됐다는 점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문제를 인식했으니 이제 바꿀 일이 남았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보며 공장식 밀집 사육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고들 이야기 한다. 언뜻 양계 농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 쉽지만 의외로 문제 해결의 시작은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일 수 있다고 장윤재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기성세대가 어렸을 때는 고기 먹는 날이 특별한 날이었다. 근데 이제는 고기가 빠진 밥상을 찾기가 더 어렵다. 갑자기 폭증하는 수요에 맞추려면 자연스레 공장식 사육제가 도입되기 마련”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육류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줄어야 고기를 생산하는 농가도 차츰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크리스천부터 차츰차츰 채식을 늘려가는 것도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동물학대나 동물실험으로 생산된 제품을 선별해 양심적인 소비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 교수는 “크리스천이 앞장서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아끼고 보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생명존중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공장식 사육을 필두로 한 동물학대는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생명이 걸린 신앙의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현구 기자  hh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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