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도시에 헐벗고 굶주린 이웃 없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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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도시에 헐벗고 굶주린 이웃 없게 하라”
  • 김성해 기자
  • 승인 2017.08.23 16:5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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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 종교개혁자들의 길을 걷다(하)

마르틴 루터의 첫 번째 종교개혁 활동지는 하이델베르크다. 비텐베르크에서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뒤, 처음으로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하나님과 십자가 신학을 주장했고, 독일의 종교개혁 운동이 확산되는 진원지가 됐다. 

그로부터 500년이 지난 이후, 여전히 독일인들은 마르틴 루터를 산소와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이는 ‘마르틴 루터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도 없었다’고 그를 평가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루터가 중요한 존재이긴 하지만, 자신의 사역과는 별개라고 말하는 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의 많은 교회들이 현장을 방문해 답사하고 있다. 이 시점에 정작 독일인들은 루터의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또 루터의 신앙과 정신이 오늘날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들어봤다. 

▲ '디아코니 베르크'는 독일 내 노인, 어린이, 임산부, 가정, 난민들에게 도움을 제공하며 디아코니아를 실천하고 있었다.

어려운 이들의 자립 돕는 ‘디아코니 베르크’
7월 11일, 독일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디아코니아를 실천하고 있는 하이델베르크에 위치한 디아코니 베르크(Diakonisches Werk)였다. 하이델베르크 개신교회의 파트너인 디아코니 베르크는 기독교 정신을 중점으로 디아코니아를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개신교회와 연계된 기관이라는 말을 듣자 내심 기대가 생겼다. 섬김, 봉사를 뜻하는 디아코니아(Diakonia)는 종교개혁과 함께 시작됐다. 당시 독일의 루터와 제네바의 칼빈은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에 걸인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도시에 걸인이 있다는 것은 그들이 헐벗고 굶주린 모습이 될 때까지 방치했다는 뜻이며, 이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지 않은 셈이 되므로 곧 죄를 짓는 행위라고 여겼던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은 가톨릭교회가 돌보지 못한 어려운 이웃들에게 말씀을 전하며 그들을 섬기고 돌보는 디아코니아를 실현했다. 특히 루터는 두 가지 관점으로 도시에서 헐벗고 굶주린 이가 없도록 노력했다. 첫째는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고, 혹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거나 나이가 든 노인일 경우에는 그들을 섬기고 돌보도록 했다고 한다.

루터와 칼빈이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보여준 디아코니아가 이 곳 베르크에서 동일하게 시행되고 있을지, 부푼 마음으로 센터를 방문했다. 하지만 기자의 기대가 섣불렀던 것일까. 이들에게 디아코니아는 먼 이야기였다. 

‘루터의 디아코니아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디아코니 베르크 총괄 담당자 마리 루이제 파아(Marie-Luise Fahr)는 “루터의 디아코니아는 종교적, 신학적인 토론일 뿐이며 당시 실천했던 디아코니아는 현재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디아코니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어려운 이에게 도움을 제공하며 디아코니아를 실현하고 있었다. 그들은 노인, 어린이, 임산부, 가정, 난민 등에게 도움을 제공하며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고 있었다. 

또한 디아코니 베르크 직원 대부분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섬김 사역이 귀중하다. 다만, 종교개혁의 출발지인 하이델베르크에서 루터는 역사적 인물로 취급하는 모습을 보자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 '디아코니아'를 몸소 실천하는 삶을 살아온 무터 할머니들.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무터하우스 
이튿날 방문한 디아코니아 현장은 독일 슈파이어에 위치한 무터하우스(Mutterhaus)였다. ‘어머니’를 뜻하는 무터는 이 곳에서 봉사하는 할머니들을 부르는 호칭이다. 이 곳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예수님의 신앙을 따르는 삶’을 살기 원하는 소망 하나로 평생을 디아코니아적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할머니들은 모두 기독교 신앙을 동기 삼아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예수님의 자비하심을 전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이 손으로 전하기 위해서” 무터로서의 삶을 택했다고 고백했다. 

비록 지금은 젊은 무터들에게 돌봄을 받으며 지내고 있지만, 무터 할머니들은 무터하우스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병원, 유치원, 양로원 등에서 그들을 위해 요리도 하고 집을 관리하며 지내고 있다. 때로는 자녀의 마음으로, 또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어려운 이들을 돌보며, 그들이 회복되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게르다 할머니는 사역하는 기간 중 환자 한 명이 죽음이 임박한 순간 성경을 찾았고 그가 숨을 거둘 때까지 성경을 읽어줬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게르다 할머니는 “살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여성이었다. 그의 신앙심이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상태가 안좋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뭐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마음이 아팠다”며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나에게 성경이 있냐고 물었다. 그리고 성경 말씀을 같이 읽고 싶다고, 성경을 읽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는 죽기 전 하나님을 만났고, 하늘나라로 갔다”고 간증했다. 


게르다 할머니는 “그러한 일을 경험하면 기술만으로는 사람을 고칠 수 없다는 일을 새삼 경험하게 된다.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신앙이 있어야만 하는 일이고,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쁜 순간을 경험하게 하신다”며 감사함을 나눴다. 

다른 이를 돕기 위한 삶에 자신을 바쳤던 무터 할머니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이었다. 진정한 디아코니아를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마르틴 루터가 요구했던 디아코니아가 이런 것이었을까, 오늘날 한국교회에 필요한 디아코이나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2의 마르틴 루터가 되길 꿈꾸는 신학생들
독일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이 밝았다. 취재팀은 마르틴 루터가 처음으로 종교개혁 활동을 시작한 곳인 하이델베르크대학교 한인 신학생들을 만나기로 했다.

백석대 주도홍 교수의 인도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네 명의 신학생들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교회가 국경을 넘어 독일로 방문하는 것을 보며 감격스럽게 기억했다. 그리고 그것이 독일 곳곳에 남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흔적이라는 사명이다. 


진나눔 신학생은 “당시의 개혁은 유럽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 그 영향력은 매우 컸다. 그의 생각을 글로 접하고 성경을 읽으면서 지금처럼 신앙에 대해 토론할 수 있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며 “500년 전 마르틴 루터의 활동 덕분이 지금의 독일, 유럽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신학생들은 또 루터의 업적 중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성경을 번역한 일이고 그것이 지금의 개신교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라는 목소리로 보인다. 송웨슬리 학생은 “루터 이전에도 번역을 시도한 학자들이 있었지만, 그처럼 파급력이 컸던 사람은 없었다”며 “루터가 성경을 번역하기 이전에는 교회에서 설교해주는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의 번역으로 인해 누구나 읽을 수 있고 비로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성경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생들과 주도홍 교수의 토론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띠게 진행됐다. 학생들은 독일 교회와 사회가 지금 개혁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혜란 신학생은 “많은 독일인들이 루터에 대해 제대로 아는 이들이 별로 없었다. 독일 크리스천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루터가 어떤 일을 했는지는 정작 잘 모르고 있다는 결과를 보게 됐다”며 “독일 역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루터와 종교개혁에 대해 독일인들도 다시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시했다. 진나눔 신학생 역시 교회는 항상 개혁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하이델베르크 한인 신학생들은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말씀이나 신앙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루터의 신념이나, 그의 열정적인 신앙생활을 본받고 싶다고 말하며 마무리지었다. 

신학생들의 토론은 독일교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 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 중 ‘교회는 항상 개혁해야 한다’는 말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개신교회의 후손인 한국교회가 신학생들의 외침처럼 항상 개혁하는 기관이 되길 바라고 또 바라며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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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2017-08-23 21:23:44
목사들이 이웃을 사랑하라고 설교하면서 자신은 이웃교회를 사랑하지 않는다. 자신의 교회가 지나치게 부흥하면 이웃교회들이 자립하지 못한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목자가 기르는 양떼가 크면 양을 잘 돌볼 수 없고 의사는 환자가 많으면 환자를 잘 돌 볼 수 없다. 그러므로 큰 교회의 신도일수록 구원될 확률이 낮아진다. 진심으로 양을 사랑하는 목자는 자신이 잘 돌볼 수 있는 만큼의 양떼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이웃목장으로 보내서 잘 보살펴지도록 해야 한다.

이산 2017-08-23 21:22:56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180도 뒤집는 혁명적인 이론으로 우주와 생명을 새롭게 설명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과학자들이 반론을 못한다. 이 책은 서양과학으로 동양철학(이기일원론과 연기론)을 증명하고 동양철학으로 서양과학을 완성한 통일장이론서다. 이 책은 우주의 기원과 운행을 포함해서 자연과 사회의 모든 현상을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로 융합한 통일장이론으로 설명한다. 이 책을 보면 독자의 관점, 지식, 철학, 가치관이 모두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