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런(Chicken 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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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런(Chicken Run)
  • 여상기 목사
  • 승인 2017.08.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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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기 목사·예수로교회

영국 요크셔 한 마을에서 양계장을 하고 있는 트위디(Tweedy) 부부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달걀 생산량 때문에 암탉들을 치킨파이 재료로 사용하기로 결심한다. 치킨파이 재료가 되어 몰살당할 위기에 처한 닭들은 영리한 암탉 진저(Ginger)를 중심으로 양계장 탈출을 모의한다. 만물상 생쥐의 도움으로 비행기를 만드는 데 성공한 암탉들은 탈출에 성공해 안전한 보금자리에서 행복하게 살아간다. 영화 치킨 런(Chicken Run,2000)의 줄거리다.

안타깝게도 닭의 해에 닭의 수난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봄까지 계속됐던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대량 살처분(stamping out)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던 양계 농가에 이어, 이제는 치킨가격 인상 파동과 살충제 달걀 대란까지 겹치면서, 산란계 농가와 소비자가 또다시 충격 속에 혼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오염이 친환경과 동물복지 계란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이 더해지고 있다.

식탁 안전은 화려한 구호나 일방적인 정책 의지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사용이 허가된 살충제의 종류와 잔류허용 기준을 엄격히 정해놓은 법과 제도가 지켜지지 않은 사회시스템의 마비다. 하나님이 부여하신 다스림의 축복이(창1:28) 인간들의 만행(蠻行)으로 생태계가 뿌리째 훼손되고 있다. 산란계(layer chicken, 産卵鷄)는 계란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닭이다. 보통 우리가 건강한 달걀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꼽는 것은 방사(放飼)한 유정란을 말한다. 공장식 사육(battery cage)방식을 금지하고 방목사육(cage-free)방식을 권장하는 법적 제도적 보완과 개선이 시급하다.

A4 용지의 크기도 안 되는 비좁은 닭장 안에서 혹독하게 사육당하며, 과도한 스트레스로 피폐한 닭들이 낳은 달걀을 섭취할 경우, 나쁜 물질이 내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인과응보가 아닌가. 다윗의 물맷돌은 하나님이 거저 손에 쥐어 준 조약돌이 아니다. 긴 밤을 지새우며 양떼를 지키기 위해 수없이 던진 혹독한 돌팔매질의 마지막 남은 돌들이다(삼상17:39~40). 믿음의 응전은 물맷돌의 실력을 갖추었을 때 가능해진다.

몸에 맞지 않은 군장으로 폼 잡을 때가 아니다. 치킨게임(Chicken Game)의 실기(失期)와 빌미를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자. 전쟁 반대와 평화적 해결은 백번 옳은 말이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정치·안보 문제를 한국과 논의할 생각이 없다. 그동안 핵무기 개발을 지렛대로 미중과 한미를 교란시키며 삼대를 세습한 벼랑 끝 전술로 자신들의 유리한 입지와 위상을 상당 확보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중이 갈라서고 남한의 반미 움직임이 미국의 군사조치를 막는 확실한 둑이 돼 준다면, 남한을 완전한 핵인질로 잡았다고 오판할 것이다. 미국은 만일 한국 때문에 대북군사 조치카드가 유예된다면 다른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코리아 패싱(passing)이 아니라 코리아 배싱(bashing)을 자초하게 된다. 낙관적 집단사고는 절대 금물이다. 자유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두 동강난 국토의 허리에도 일통삼한(一統三韓)의 민족의식은 역사 속에 아직도 살아있다. 지루한 치키게임의 관중석에서 이제는 치킨 런의 필드에 내려와야 한다. 미스바에 모여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통곡할 때이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의 다음을 준비하고 계신다. 잔인한 여름이 가을 하늘에 묻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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