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전으로 시작된 대북방송, 이젠 ‘통일’의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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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으로 시작된 대북방송, 이젠 ‘통일’의 수단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7.08.1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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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방송/조수진 지음/커뮤니케이션북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통일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소망은 가득하지만 실질적으로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남북관계가 단절된지 10년째 접어들었고, 오히려 지금 한반도는 전쟁의 위기 속에 내몰려 있다.

그런데 분단 후 60여 년 동안 꾸준히 북한을 변화시킨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바로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북방송’. 대북방송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 방송을 들었다는 북한 주민들의 증언은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에는 어떤 대북방송이 있고 그 효과는 어떠할까? 이런 궁금증 앞에 대북방송의 개념과 역사, 북한에서의 정보유입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다룬 책이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펴낸 ‘대북방송’은 직접 방송을 제작하고 송출한 경험자가 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저자 조수진 씨(국민대 강사)는 극동방송 PD로 활동하면서 1990년대 중반, ‘남과 북이 하나되어’, ‘복음의 메아리’ 등 대북방송을 제작, 진행했다.

그러나 방송을 제작하는 그조차도 ‘새벽 4~5시에 하는 방송이 북한에 들리기는 하는지, 어떤 청취자가 듣고 있을지’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피드백이 없는 방송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0년대 말부터 북한 이탈주민들이 남한사회로 넘어오기 시작하면서 대북방송의 효과가 직접 확인되기 시작했다. 대북라디오 방송을 듣고 탈북을 결심했다는 사람부터, 장마당을 통해 다양한 미디어가 유입되고 남한의 문화를 TV, CD, DVD 등으로 접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저자는 “대북방송은 남과 북의 유일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다”며 1950년대 분단이후 시작된 대북심리방송부터 그 역사를 언급했다.

대북방송은 1950~1960년대 적대적 반공방송 일색이었던 냉전적, 심리적 방송시대를 거쳐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거친 후 비판보다 설득으로 전술적 변화가 일어났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대북방송은 ‘화해와 협력’의 방송기를 맞이했고, 2003년 7월 남북장관급 회감에서 ‘상호 비방방송 중단’에 합의하면서 2004년 심리전 방송이 중단되고 대북방송이 연성화 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국내 지상파 라디오를 통해 송출하는 대북방송은 대표적으로 KBS 한민족방송과 FEBC 극동방송이 있다. 한민족방송은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북방동포, 재외동포를 포함해 750만 디아스포라를 대상으로 한다. 1948년 공보처 산하의 조선중앙방송국 라디오부 대공과에서 대북, 대공방송으로 시작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논조의 변화에 따라 방송 내용도 달라졌으며, 현재 한민족방송으로 정착했다.

저자가 몸담았던 극동방송은 대공산권 선교를 목표로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대외방송이다. 극동방송은 서울과 제주도에서 각각 중파1188kHz와 1566kHz 주파수로 북방을 향해 전파를 내보낸다. 한국어 방송 시간에는 북쪽으로, 일본어 시간대에는 동쪽으로, 중국어 방송 시간에는 서쪽으로 자동 전환된다. 극동방송의 대북방송은 북한과 중국에서 수신이 잘 되는 밤 시간대와 새벽시간대에 편성되어 있다.

대북방송에 대한 효과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저자는 “1996년과 1997년 접경지역에서 탈북자들을 만나 인터뷰할 당시 이미 북한 주민들은 라디오를 통해 남한 사회와 만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저자가 탈북자들을 통해 확인한 것은 “북한 주민들의 외부 정보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매체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북한선교단체인 모퉁이돌선교회가 마련한 선교컨퍼런스에서 탈북자를 통해 대북방송으로 복음을 접했다는 간증도 확인할 수 있었다. 탈북자 김 모 씨가 거주하던 평안남도 남포 일대에서 한국의 선교단체가 송출하는 대북방송이 전파됐고, 이를 통해 예수님을 믿고 이웃에게 복음도 전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가 있었다. 이처럼 북한사회 변화를 유도하는 여러 방법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북방송’이 꼽힌다.

최근에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 남한의 예능과 드라마, 영화 등의 문화콘텐츠가 유입되면서 북한 젊은 층 사이에 소위 ‘한류’ 현상도 나타난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저자는 “북한 사회는 당에 의해 정보가 독점되고, 철저하게 외부 정보가 왜곡, 통제, 차단되는 유일한 나라”라며 “차단된 사회로의 정보 유입은 국경을 초월하는 전파 접근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대북방송이 통일방송으로 새로운 역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방송사의 상황, 정권의 입장에 따라 변화되기보다 통일의 방향, 정책의 흐름이 정해지고 이에 따라 일관성 있는 방송이 송출되어야 통일의 기반을 닦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북방송’의 역사와 개념, 현재 상황과 통일을 준비하는 방송으로 미래전망까지 포괄적으로 다룬 이 책은 대북방송이 정권비판과 선동을 위해 시작된 분단의 산물이지만, 향후 통일의 길을 열어가는 중요한 매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담고 있다. 특히 기독교 선교적 관점에서 북한 선교단체들이 대북민간방송을 통해 북한주민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독교 선교단체들이 대북방송의 이해를 위해 한번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저자 조수진 교수는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강사로 현재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에 있으며, 고려대학교 말하기대회 ‘KU다다다’ 연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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