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납세, 당하지 말고 맞이하자
상태바
종교인 납세, 당하지 말고 맞이하자
  • 운영자
  • 승인 2017.08.16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성돈 교수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미국의 유명한 극작가였던 버나드 쇼의 비문은 잘 알려져 있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풍자적 의미도 있을 것이지만 인생을 살아보니 우물쭈물 하다가 이렇게 끝을 맞을 줄 알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나, 공동체의 운명에서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나기에 이 말이 그렇게 우리에게 와닿는 것 같다. 

최근 종교인 납세에 대한 논란이 있다. 실은 논란이라고 할 것도 없다. 정부의 입장은 변함없이 2018년 1월 1일부터 종교인에게도 소득에 대한 세금을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계를 대표할 수 있는 의원들이 이 종교인 납세를 다시 2년 유예하자는 법안을 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즉 2018년 목회자들에 대해서 세금고지서가 날아올 것은 명확한 사실인 것이다. 

그 동안 종교인 납세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 그런데 교계에서는 납세 자체에 대한 반대만 해 왔다. 그것도 합리적인 설득이나 논의에 의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라 힘을 사용해서 억지로 끌고 온 것이다. 거기다 가톨릭이나 불교에서는 자진해서 납세를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만 안 하겠다는 모습이 되어서 이제 종교인 납세는 개신교 목회자들의 온전한 몫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 대다수가 종교인들도 납세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2014년에 있었던 기윤실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 국민의 85.9%가 찬성을 했다. 심지어 49.6%는 적극 찬성한다고 의사표시를 했다. 즉 국민의 대다수는 종교인 역시 소득이 있다면 납세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심지어 절반 가량은 적극적으로 그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회자들과 납세 이야기를 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살기 힘든데 세금까지 내면 어떻게 하냐는 이야기를 한다. 목회자들이 세금에 대해서 정말 모른다. 교인들이 세금 때문에 못 살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니까 세금이라는 것이 정말 그렇게 무서운 줄 안다. 

그런데 세금이라는 것이 월급쟁이들에게는 상당히 관대하다. 일반적으로 3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사람이라면 세금 낼 것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400만원 정도의 월급쟁이라면 연말정산을 해서 세금을 거의 환급 받기에 역시 세금으로 내는 것이 그리 크지 않다. 한국교회에 월급 300만원을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14년에 실시했던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90% 이상이 30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고 있다. 4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는 목회자는 1.6%밖에 안 되었다. 그러면 지금 납세 반대라고 하는 것은 목회자들의 오해에 근거해 있거나 세금을 내야할 약 5% 정도의 부유한 목회자들을 위한 투쟁인 것이다. 

납세 반대운동은 명분도 실익도 없다. 사회에 기독교에 대한 반감만 더 만들어 내고, 세금을 내게 될 때 돌아오는 혜택들도 얻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지금 4인 가족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사례를 받고 있는 80% 이상의 목회자들에게는 세금을 내고 정부의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최저의 안전이라고 할 수 있는 4대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특히 고용보험을 통해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이직 과정에서 생계를 걱정하는 일은 덜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월급이라는 체계가 생기면 얻을 수 있는 여러 혜택들을 작은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데 아직도 유예나 반대로 일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기본적인 상식을 수용해야 한다. 그래서 교단이나 교회가 세금을 어떻게 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합리적인 납세가 가능할 것인지를 잘 가르치고, 잘 배워야 한다. 그래야 납세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맞이할 수 있다. 적어도 이 사회에서 당했다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이 상황을 역전으로 이끌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