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형평 위해서라더니, 일부 종교인만 세금 낸다고?

종교인 과세시행 4개월 앞으로 이인창 기자l승인2017.08.16 09:40:44l수정2017.08.16 10:08l14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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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일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준비 부족으로 오히려 더 큰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 과세 대상 종교인의 범위와 대상 종교인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조차 못한 상태인 것도 확인되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10명 중 7명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에 견해가 다르지만 종교계 안팎에서도 종교인이 세금을 내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모습은 과거보다 상당히 줄었다. 
하지만 당장 4개월 후 시행될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는 흔적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탄핵정국 소용돌이 속에서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앞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종교단체와 전혀 소통하지 못하고 관망만 했다는 지적이다. 종교계 여론을 밀접하게 청취해야 했지만 대통령 선거가 끝난 6월 말에야 7대 종단 대표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국세청장 후보자는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개신교의 경우 기재부 관계자들은 지난 7월 말 예장 통합총회, 8월 초 예장 합동총회 방문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종교인 과세의 취지와 시행방안을 설명했다. 설명회는 향후 더 진행될 예정이지만, 미비점을 보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를 기반으로 지난 9일 국회에는 종교인 과세 시행 유예를 위한 세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25명이 참여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은 간단하다. 
“법률 제13558호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 부칙 제1조 단서 중 ‘2018년 1월 1일’을 ‘2020년 1월 1일’로 한다.”

법률안 발의가 있고 난 후 여론은 종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시도라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반 언론들도 종교인 과세가 암초를 만났다고 비아냥거렸다. 실제 종교인 과세를 일단 유예해보자는 생각이 없지만은 않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당장 시행할 경우 본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어 보인다. 

종교인 과세시행 준비 안 된 기재부
지난 1일 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채영남 목사)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정서영 목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직무대행:곽종환 변호사)는 종교인 과세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고 종교인 과세 시행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이 팀은 지난 11일 교계기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이 자리에서 지난 6월 30일 7대 종단과 기재부와 국세청 관계자들이 서울 국세청 회의실에 가졌던 간담회 자료집을 공개했다. 

TF팀은 “자료집 종교단체 개념에서 종교단체는 종교를 목적으로 민법 제32조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 법인으로, 그 소속단체를 포함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는 종교인 과세가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종교단체에 대한 실적인 납세 인원 파악조차 안 된 상태에서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 

종교단체 중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운영되는 대표적 종교는 천주교로, 전국 성당과 수도원은 천주교 법인에 소속된 상향식 조직구조이다. 하지만 개신교 교회들은 교단에 소속돼 있지만, 교단의 비영리법인 유지재단에 소속된 교회는 교단마다 상황이 다르다.

유지재단 가입비율이 불과 3%에 지나지 않는 교단도, 60%가 넘는 교단도 있다. 기재부 자료집의 개념대로라면 유지재단에 가입하지 않는 교회의 종교인들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 


불교의 경우도 비슷하다. 조계종, 천태종, 태고종 등 각 종파 법인에 가입된 사찰 소속 종교인들은 과세 대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산 속 깊은 말사에 머무는 승려들에 대해 과세시행을 앞둔 당국이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교계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당장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과세 형평성을 이루겠다는 본래 취지는 무색해지게 되는 것이다. 과세유예 법안에 서명한 바른정당 대표 이혜훈 의원은 “전체 종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현행 과세계획은 취지와 달리 특정 종단과 종파 소속의 일부 종교인들만 납세 대상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칫 종교 간 갈등, 종파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2년 유예에 동의했다. 

서울 대치동 예장 합동총회에서 진행된 바 있는 기재부 간담회에 참석한 한 교단 관계자는 “과세대상 종교인이 누구인지 파악돼 있는지 질문했을 때 기재부 담당자가 대답을 전혀 못하는 것을 보고 당혹스러웠다”며 “이대로 시행되면 7대 종교 가운데 3분의 2가 면세대상이 될 수 있고, 국민개세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취지는커녕 탈세를 조장하는 과세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세유예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진표 의원은 지난 5월 기독교계 ‘종교인 과세’ 유예를 공약할 당시 종교별 소득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파악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집약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시 기획재정부 직원들도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천주교와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개신교, 민족종교 등 7대 종단에 소득내용과 항목에 대해 의견서를 요청했지만, 단 한건도 의견서가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종교인 과세를 위해서는 종교인들의 소득내역을 파악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세항목과 비과세항목을 결정할 수 있다. 불과 4개월을 앞두고 있는 지금 과세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자료는 없다. 각 종교마다 소득내용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세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한장총 부회장 김수읍 목사는 “7대 종단 간담회 자료에는 비과세소득항목이 ‘학자금’과 ‘식사 또는 식사대’, ‘실비변상적 성질의 급여’, ‘출산 및 보육관련 비용’, ‘사택제공이익’ 5가지만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소득항목은 모두 과세대상이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명확한 항목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년 유예 반대” 이유는 제각각
한편, 종교계 안에서는 ‘2년 유예’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개신교계의 경우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를 비롯해 개혁성향 교계단체들은 당장 시행에 동의하고 있다. 

예장 통합총회의 경우 종교인 과세 시행을 전제로 본격적인 준비체제에 돌입했다. 권역별 종교인 과세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최근 오픈한 사이버교육원에 가장 먼저 올라간 강의도 일선 목회자들이 납세실무를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올려놓았다. 

하지만 이같은 준비가 부족한 교단들의 경우, 예고된 대로 시행될 경우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적잖은 혼란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미래목회포럼 사무총장 박종언 목사의 경우는 종교인 과세를 2년 유예하는 것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오히려 종교인 과세를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현행 종교인 과세는 소득항목에서 오히려 종교인들이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어 과세형평에 맞지 않다”면서, 근로소득세 항목으로 납부하되 자발적 납세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 2015년 12월 입법예고 된 소득세법 시행령에 담긴 종교인 과세제도는 종교인이 근로소득세와 기타소득을 선택해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납세자가 과세항목을 선택하는 것뿐 아니라 기타소득세율이 다른 세율보다 낮은 것도 특혜이다. 

종교인 과세를 추진했던 정부 당국이 오히려 누더기 법을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종교계에서는 근로소득세로 납부했을 경우, 국세청 세무조사와 종교인의 근로계약서 작성, 노조 설립 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하고 있다.

이인창 기자  tackle21@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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