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건물을 버리다

강당 임대형 교회, 미래 목회 대안인가? 공종은 기자l승인2017.08.16 08:07:35l수정2017.08.16 11:36l14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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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새길교회 시작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

공공기관과 연합해 교회 본연의 임무 수행

최근 서울로 이사한 A 집사 가정. 출석할 교회를 정하면서 이사하기 전 교회 담임 목사의 도움을 받았다. 추천 받은 교회는 학교 강당을 빌려 사용하는 B 교회. 학교 강당을 빌려서 사용한다는 말에 다소 거부감이 있었지만, 몇 번 출석한 이후 등록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교회가 학생과 교직원, 학교를 배려하고 섬긴다는 점, 그리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려는 노력들을 좋게 평가했다. 번거로운 주차문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좋았다.

# 경제성장과 더불어 상호 상승 작용

교회를 건축하지 않고 학교나 공공기관의 강당을 임대해 사용하는 ‘학교 임차형 교회’가 증가 추세다. 예배적 공간의 재현이 쉽지 않다는 제약이 따르지만, 모이는 구조에서 벗어나 사회 속으로 들어가는 성육신적 접근의 관점에서의 공동체로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바른교회아카데미(원장: 이장호 목사. www.goodchurch.re.kr) 황인성 목사는 최근 발표한 ‘학교 임차형 교회에 대한 연구’에서 이같이 주장, “지역 공공기관과 연합해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 본연의 모습을 수행하는 데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모델로 조사한 교회는 높은뜻숭의교회, 주님의교회, 새길교회, 우리들교회, 분당우리교회 등 22개 교회. 중고등학교나 공공기관의 강당을 빌려 사용하고 있었고, 가장 먼저 새길교회가 1994년부터 강남청소년수련관, 주님의교회가 1996년부터 정신여고 강당을 임차해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이 현상이 20여 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학교 임차형 교회들은 대체로 학교 건물 안에 예배 장소와 사무실 공간이 모두 있거나, 예배 공간은 학교 건물 안에 두고 사무실과 교육 공간 일부는 외부에 따로 두는 경우, 학교 안에는 교육 공간이나 사무실을 두고 예배 공간은 학교 시설 밖에서 운영하는 경우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됐다.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의 교회가 서울 강남 3구에 밀집돼 있었다는 것. 황 목사는 “기존의 대형 교회 자체가 강남 3구에 밀집해 있고, 여기에서 수평 이동한 교인들이 가까운 곳을 선택했다”고 분석한 장은미-정영희 씨의 논문의 내용을 들어 “임차형 교회도 한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상호 상승작용의 결과”라고 보았다.

▲ 조사된 22개 교회 모두가 공공기관이나 학교 강당을 임대해 교회로 사용하고 있었고, 서울 강남 3구에 집중돼 있는 경향을 보였다 <자료 = 바른교회아카데미 제공>.

# 예산 10% 내외 임차비용으로 지출

황 목사는 “교회 건물이 아닌 학교 등의 공공기관을 임대해 교회의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억제하고, 이에 따른 과도한 헌금 강요와 배금주의적 행태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움직임”을 또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그리고 주중에 공간활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결국 이런 문제점들은 유지비용의 상승으로 나타났고, 서울 및 수도권의 중대형 교회들 중 일부가 교회 건축 대신에 학교 임차를 택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교회들의 경우 임차 비용은 예산 대비 10% 내외. 마포구의 학교 임차 교회의 경우 1년 예산 30여 억 원 중 9.3%인 2억 8천여 만 원을 임차비용으로 지출하고 있었다. 황 목사는 이와 관련, “이 비용 안에는 단순히 학교 건물 임차만이 아니라 학교 교직원 복리후생과 시설정화 등을 포함한 비용이 포함된 것을 감안할 때 건축과 그에 따른 유지비용에 비해 비용을 상당히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렇게 모아진 비용은 사회봉사나 선교 등의 대외적 비용으로 사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게 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구원으로서의 방주와 같은 이원화되고 세상과 단절된 좁은 교회론을 벗어나 시민사회 안에서 다른 집단들과 동일한 수평적 자세를 견지하게 되면서, 공동시설의 참여자로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고, “한국 교회가 지속적으로 비판 받아오는 내세적이고 개인주의적 신앙성에 대해 극복하고,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한 형태”라고 강조했다.

# 모이는 공간으로서의 ‘코이노니아’는 약화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전적 의미에서 말하는 공간이 주는 풍성함은 잃어버렸다. 1주일 중 6일을 학교 강당으로 사용하는 공공장소를 예배 때마다 교회가 원하는 예전적 공간으로 재현해 내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황 목사는 “교회의 여러 기능적 역할 중에서 ‘모이는 공간’으로서의 기능 약화가 상당히 우려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공동시설이기 때문에 장소 사용의 시간적 제약이 있어 더 깊은 코이노니아를 이루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교회 비전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 구상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교회 입장에서는 교회 비전을 위한 장기적 프로젝트를 세우는 데 불확실한 요소가 늘 존재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정 종교에만 건물을 임차해 준다거나, 주차장 용도로 운동장도 개방해야 하는 등의 형평성 문제, 지역 주민과의 잠재적 갈등요소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보았다.

황인성 목사는 높은뜻숭의교회가 성도 수 증가와 학교와의 계약 만료로 인해 3개 교회가 또 다른 학교를 임차해 분립한 것을 예로 들면서, “교회가 분립을 하게 되는 경우 조금 더 작은 단위의 교회로 개척 혹은 분립을 격려함으로써 학교 임차가 아닌 조금 더 유동적이고 창의적인 ‘성육신적 교회’ 모델로 개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제안했다.

공종은 기자  jekon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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