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아픔 공감하고 실질적 필요에 민감한 교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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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아픔 공감하고 실질적 필요에 민감한 교회여야 한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7.08.09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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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청년실업문제와 한국교회

해결될 기미 보이지 않는 취업난, 실업률 연일 최고치
취업 박람회·채무탕감, 한국교회 청년 실업 타개 노력
교회가 가진 전문성과 네트워크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장기화된 취업난으로 청년들의 한숨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연애·결혼·출산 포기를 의미하던 3포세대는 이제 옛말이 됐다.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 포기를 더한 5포세대, 심지어 N포세대까지 등장했다. 지옥같은 한국사회를 뜻하는 신조어 ‘헬조선’은 이미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진지 오래다.

취업환경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청년실업률은 10.5%로 동월기준 1999년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다. 취업준비생,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체감 청년실업률’ 역시 23.4%로 동월 기준 해당 통계 집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은 지난 2월 12.3%, 3월 11.3%, 4월 11.2%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5월에는 9.3%로 반짝 하락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6월 다시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6월 우리나라 수출액이 514억 달러로 월수출 역대 2위 기록을 세운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실제 청년실업률은 보다 심각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작년 현대경제연구원은 실제 청년실업률이 34.2%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잠시 일을 쉬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와 취업준비 중 당장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약직으로 일하는 ‘비자발적비정규직’을 실업자에 포함시킨 결과다. 이 조사에 따르면 청년 3명 중 1명이 실질적 실업상태라는 얘기가 된다. 

통계청은 즉각 “현대경제연구원의 산출방식이 국제 기준에 맞지 않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34%라는 수치가 실제 청년들의 현실에 더 가깝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은 근로형태를 가리지 않고 수입을 목적으로 1주 동안 1시간이라도 일했다면 모두 취업자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취업 환경 악화가 청년들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인 청년 A씨(27)는 “극한 경쟁에 내몰린 우리 세대의 현실도 차갑지만 경쟁에서 밀려난 청년들이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 더 무섭다”면서 “취업 전선에 뛰어든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존감을 잃고 무력감에 사로잡히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고 털어놨다.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공약으로 내걸었던 일자리 문제 해결에 본격 나서려는 모습이다. 지난달 22일 11조300억원 규모의 추경이 국회 통과되면서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 예산은 모두 일자리 창출, 일자리 여건 개선, 일자리 기반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재원으로 투입된다. 

이런 청년들의 현실에 한국교회에도 책임있는 움직임이 요구되고 있다. 일자리 알선, 취업 교육 등 직접적인 취업지원과 더불어 청년 부채 탕감과 생활관 지원 등 고통을 분담하려는 한국교회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청년 고통 분담 나선 기독인들
오는 19일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주최하는 ‘2017 성령한국 청년대회’가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다. 청년들의 영적 필요를 채우고 비전을 품게 하기 위한 이번 대회는 초교파 교회 청년 2만여 명이 모여 순수기도회로 진행된다. 

특히 올해 대회에서는 사후 행사로 ‘창업 및 채용 박람회’가 계획돼 있어 눈길을 끈다. 우수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30~40여 곳을 초청해 창업 및 취업컨설팅, 특강과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성령한국 청년대회 준비위 유성원 목사는 “원래 9월 중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해 잠정 연기됐다”면서 “기독청년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제공하고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창업·채용 박람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전했다. 

박람회는 단기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청년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점차 전국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대학생부터 쌓인 학자금 대출과 취업준비 비용으로 허덕이는 청년들도 많다.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생활비 충당을 위해 알바를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취업준비가 부족해지고 취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가난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희년함께에서 발족한 희년은행은 이런 청년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청년부채탕감에 나섰다. 2014년부터 희년함께는 부채탕감운동에 나섰고 2015년부터는 더 절실한 청년들에게 집중해 청년부채탕감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작년 4월 청년부채와 취업문제에 오롯이 집중한 희년은행이 출범했다. 

희년은행 김덕영 사무총장은 “담보가 없는 청년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 신용 대출을 할 수밖에 없다”며 “희년은행은 빚내는 청년들에게 빛을 선물하기 위한 단체”라고 소개했다. 

희년은행의 사역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빚내는 청년에게 빛나는 희년을 선물하기 위한 무이자 전환대출 사업, 청년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탈출 프로젝트’, 그리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연결을 위한 ‘한 데나리온 프로젝트’다. 

빚이 500만 원이 넘어 채무조정이 필요한 청년들에게는 전문 채무조정 상담을 제공한다. 상황이 더 어려운 청년들에게는 3백만 원까지 무이자전환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청년들이 고금리 대출을 받는데는 주거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희년은행은 이를 위해 주거비 지원 대출도 운용 중이다. 청년들은 상황에 따라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 하지만 교회에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성실한 청년을 찾기 힘들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여기서 희년은행은 희년실업인네트워크(가)를 착안했다. 아직은 작은 규모지만 사회투자지원재단과 함께 대안창업 모델을 개발하고 중소기업 대표 및 자영업자로 구성된 실업인네트워크를 통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연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중구 주자동에 위치한 드림의교회(담임:김주영 목사)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 ‘더 스토리’에 아직 취업하지 못한 청년을 고용한다. 특히 카페 더 스토리는 청년들을 계약직이 아닌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을 모두 제공한다. 1호점과 2호점 두 곳의 카페에서는 각각 매니저 1명, 직원 1명씩 총 4명의 청년들을 고용하고 있다. 

청년들은 1년 정도 직원으로 근무하며 생활비를 벌면서 취업준비를 할 수 있다. 퇴사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으며 다른 일자리를 알아 볼 수 있다. 카페에서 나온 수익금 또한 미래세대와 청년 일자리를 위해 사용한다. 

드림의교회는 서울에 상경해 주거가 필요한 청년들을 위한 생활관도 운영 중이다. 형제 1개관 자매 3개관 총 4개소의 생활관에는 주로 취업준비를 하는 대학생들과 졸업생들이 거주한다. 취업을 했더라도 독립할 여건이 갖춰지기까지 언제든 머무를 수 있다. 

김주영 목사는 “우리 교회는 이런 사역들을 브릿지(Bridge) 사역이라고 부른다. 대학에서 사회로의 진입장벽이 높은 이때, 교회는 청년들의 원활한 사회 적응을 위한 다리 역할을 감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 실질적 필요에 주목해야
하지만 한국교회의 청년 일자리 대책은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교회가 아직까지 청년들의 현실에 크게 관심이 없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잠시 반짝하고 이어지지 못한 사업들도 많다. 

한국교회연합은 작년 연합기관 최초로 취업연계 국비교육을 실시했다. ‘한국기독교인재지원훈련원’을 만들어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총회에 교육장을 마련했다. 훈련생들에게 교육비 전액을 국비로 지원하는 것은 물론 훈련수당과 식비도 지급했다.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올해는 감감무소식이다. 한교연에 문의한 결과 취업 연계 국비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한국기독교인재지원훈련원조차 명맥을 잇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취업전선에 뛰어든 청년들은 한국교회에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올해 졸업을 앞둔 대학생 B씨(24)는 “교회에서 먼저 사회를 경험한 선배들이 청년들의 사회 적응과 이해를 위한 강연이나 멘토링에 나서줬으면 한다. 또 교회 커뮤니티를 활용해 직접적으로 취업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년들의 요구와는 달리 다양한 직업군이 한자리에 모인 교회의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리스천 실업인(사업가)과 전문인들의 모임인 한국기독실업인회(한국CBMC)에 ‘전문성을 갖춘 기독 실업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기독 청년들의 취업 알선이나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지’ 문의하자 청년 실업 관련 프로그램은 전무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은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B씨는 교회가 청년들의 영적, 육적 필요를 채워주기보다 오히려 헌신을 요구하며 소모시키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희년은행 김덕영 사무처장은 “교회가 청년들에 대해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 교회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일이라고 하지만 정작 청년들의 실제 필요와 동떨어져 있는 경우도 많다”면서 “교회의 청년들이 단순한 봉사자, 혹은 구제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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