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소외된 분들을 우리 교회는 주목합니다"

나눔으로 온 성도 하나 되는 '제일소망교회' 한현구 기자l승인2017.08.09 16:45:57l수정2017.08.09 16:52l14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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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소통의 현장을 찾아서(22)

12년 전, 안양 호계동 제일소망교회(담임:임교신 목사)로 노숙인이 하나 둘 찾아왔다. 그냥 돌려보낼 수 없어 구제비 500원씩을 쥐여 보냈다. 노숙인들에게 나눌 500원짜리 동전을 교환하는 것이 당시 부목사였던 임교신 목사의 하루 일과 중 하나였다. 

그러자 교회를 찾는 노숙인이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많은 노숙인들이 돌아가며 교회를 방문하니 교회 업무가 계속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영혼을 살리는 교회에서 돈만 주고 돌려보내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이후 목요일 하루를 정해 짧게 예배를 드리고 구제비를 나눴다. 매번 다른 시간 찾아오는 노숙인들에게 목요 예배를 공지하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 제일소망교회의 소문이 퍼지자 2~300명의 노숙인이 모이기 시작했다. 안양뿐 아니라 서울, 천안, 수원 등 각지의 노숙인이 교회를 찾았다. 

사역 규모가 커졌지만 마음 한 편에 부담이 계속 남았다. 사역 초기부터 지금까지 노숙인을 섬기고 있는 김한주 집사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면 누구를 먼저 만나실 것인가 고민했더니 노숙인과 같은 소외된 이웃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사역을 시작했는데 좀 더 성의껏 섬기자는 마음을 주셨다”고 전했다. 

교회 성도들과 상의한 후 예배날짜를 일요일 아침 7시로 옮겼다. 예배가 끝나면 성도들이 아침식사를 준비한 식당으로 이동한다. 노숙인들에게 나누는 구제비도 2,000원으로 늘렸다. 아침밥을 준비하려면 이른 새벽부터 분주히 나서야 했지만 나눔의 기쁨이 더 컸다. 

임교신 목사는 돌아가는 노숙인 한명 한명의 손을 잡고 인사한다. 임 목사는 “아침에 노숙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나면 냄새가 많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불만을 표하는 성도들은 아무도 없다. 교회가 나눔으로 하나 되어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교회의 위기에서 성도들을 뭉치게 한 것도 나눔의 힘이 컸다. 제일소망교회는 몇 년 전 담임목사 청빙 과정에서 작은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의견이 달랐던 성도들도 나눔의 현장에서는 한마음이 됐다. 덕분에 지금은 갈등의 상처가 아물고 리더십 이양도 온전히 마무리된 상태다. 

12년 넘게 사역을 이어오자 자활에 성공해 가정으로 돌아간 노숙인들도 있다. 이들이 전해오는 감사의 인사는 사역의 가장 큰 보람이다. 제일소망교회는 식사와 구제비 나눔을 넘어서 영과 육을 살리는 자활 사역까지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한주 집사는 “한 노숙인이 병원에 입원해 교회에서 심방을 갔더니 너무 좋아하더라”면서 “우리는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먼저 받은 사랑을 나누는 것 뿐”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나눔의 씨앗을 뿌리는 교회
4년 전 제일소망교회에 부임한 임교신 목사의 사역 목표는 담임목사 중심이 아닌 교회가 나아갈 길, 즉 비전에 초점을 맞추는 교회였다. 교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하자 사회적 약자들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교회는 지난 달 15일 어린이를 위한 나무그늘 도서관을 개관했다. 임 목사는 도서관을 위해 자신이 살던 사택을 내놨다. 목회자 부부가 사용하던 아담한 공간은 리모델링을 거쳐 아이들을 위한 쉼터로 변신했다. 

아무데나 앉을 권리, 어떤 책이나 펼 권리, 끝까지 안 읽을 권리, 마음대로 읽을 권리, 나무그늘 도서관이 내세운 철학이다. 도서관은 조용한 공간이라는 인식과는 달리 이곳은 아이들이 맘껏 이야기하고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장소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또래 친구를 만나서 책을 읽기도, 함께 숙제를 풀기도, 때로는 즐겁게 놀기도 한다.

임 목사는 “뭔가 해야만 하는 도서관이 아니라 뭔가 하고 싶은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책을 통해 아이들이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다른 사람의 상상력까지 존중해 줄 수 있는 아이로 자라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도서관의 책은 어린이 도서관에 비전을 품은 한 성도의 헌신으로 채워졌다. 나무그늘의 장서는 현재 2,900여 권에 달한다. 도서관 운영도 교회 성도들의 봉사로 이뤄진다. 자원한 성도들이 돌아가며 도서관 사서 자리를 지킨다. 도서관에 앉아 있을 때만큼은 집사님, 장로님이 아닌 친근한 아저씨, 아줌마다. 

도서관은 주거지 중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방학을 맞아 놀이 공간이 필요했던 아이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찮았던 맞벌이 부부들에게도 고마운 공간이다. 

어린이 도서관 사역은 스마트폰과 영상기기에 중독된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시작됐다. 임 목사는 “미디어에 중독돼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을 받은 아이들의 가치가 많이 손상되는 것을 목격했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마음껏 상상하고 꿈을 키워가도록 돕고 싶었다”고 전했다. 

두 번째로 교회가 주목한 이들은 미혼모였다. 임 목사는 한국사회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안고 있는 것이 미혼모들이라고 진단했다. 보통 깨어진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청소년들이 미혼모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미혼모들은 가정으로부터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 또한 큰 장벽이다. 

미혼모는 우리나라에 2만5천 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 중에는 20세 미만의 청소년 미혼모도 적지 않다. 임 목사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낙태하지 않고 생명을 낳아 가정을 이루게 돕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역”이라고 말했다. 

제일소망교회는 올해 1월부터 미혼모들과 미혼모기관 지원에 나섰다. 수녀들이 운영하는 군포 새싹들의 집과 미혼모들이 스스로 모여 만든 미혼모협회를 후원한다. 

성탄절에는 성탄감사헌금을 미혼모 가정 아이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교회 성도들이 미혼모 가정과 결연을 맺고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주는 사역도 계획 중이다. 임 목사는 지속적으로 미혼모 사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소통은 하나님과 진실한 예배로 시작
한 해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정해지는 표어는 교회의 1년 비전과 목표를 상징한다. 하지만 임교신 목사는 2013년 부임한 이래 교회 표어를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 임 목사는 부임 첫해부터 ‘하나님 나라를 살아내는 온가족 공동체’를 교회의 비전으로 세웠다. 앞으로도 제일소망교회의 비전은 동일하게 이어나갈 예정이다. 

제일소망교회는 이 비전을 위해 네 가지 키워드를 정했다. 소통, 나눔, 성장, 변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첫 번째 키워드인 소통 옆에는 ‘진실한 예배’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소통에 성도나 이웃과의 대화가 아닌 진실한 예배라고 쓰인 이유는 왜일까.

임교신 목사는 “사람과 소통을 고민하기 이전에 하나님과의 소통이 가장 먼저”라면서 “하나님과의 소통없이 진행되는 이웃과의 소통, 봉사, 섬김은 빈껍데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실한 예배가 드려지자 나눔이 시작됐다. 소통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하나님과의 소통과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사랑을 나누자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눔은 자연스레 교회의 성장과 변혁을 불러왔다. 

제일소망교회는 올해 초 교회 재정의 최소 30퍼센트를 선교와 구제, 교회 밖을 섬기는데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10% 수준이던 선교와 구제비용을 20%까지 끌어올렸다. 성도들 모두가 교회의 나눔과 이웃사랑에 공감하고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임 목사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이 믿는 사람을 쏙 빼내 천국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하나님 나라로 세워가는 것이라 믿는다”면서 “하나님과 소통하며 진실한 예배를 드리는 교회, 이웃과 연합하고 상생하는 교회,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성숙하는 교회, 교회와 사회, 민족과 열방 가운데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교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전했다.

한현구 기자  hh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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