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중심의 파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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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중심의 파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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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0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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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중세의 대학들(3)
파리대학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로, 1109년 세워져 1200년에 프랑스 왕 필립 2세에게, 1215년에 교황 이노센트 3세에게 공인받았습니다. 파리에서의 대학교 발전은 볼로냐에서와는 상당히 다른 조건에서 이루어졌지요. 파리대학교의 학생들은 볼로냐대학교의 학생들처럼 부유하지도 않았고 사회 경험도 적었습니다. 이 때문에 교원과 학생간의 갈등은 거의 없었고, 대학 기관과 시 당국 간의 갈등도 적었습니다. 당시 저명한 스콜라 철학자이자 신학자, 논리학자였던 ‘피터 아벨라르’의 학문적 명성을 듣고 모여들기 시작한 초기 형태의 파리대학은 1150년부터 1170년에 이르러 대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췄습니다. 
 
파리대학은 볼로냐대학과 달리 교사들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처음 노트르담 성당학교에 모인 교사들이 조합을 형성한 후 설립한 파리대학은 교회와 교황의 지원을 받고 발전하여 중세의 가장 영향력 있는 학문의 본산지로 군림했습니다. 이렇게 파리대학은 왕실과 교회와 교수들에 의해 시작된 점이 학생들에 의해 시작된 볼로냐대학과 다릅니다.

그러나 초기 파리대학의 행정을 장악하고 있던 지역 교회의 지도자들과 외국인이나 타지방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던 교수들 사이에 갈등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시민과 파리대학교 학생 간의 갈등이 멈추지 않고 점점 번져 나가자 1229년 프랑스 국왕은 파리 대주교의 묵인 하에 군대를 동원하였고 여기서 많은 파리 대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교원들은 이 사건 직후 강의를 중단했지만 강의 중단이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자, 대학교를 자진 폐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많은 교원들이 영국의 옥스퍼드 지역으로 이주하였고 일부는 프랑스 내의 신생 대학교로 흩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황 그레고리 9세는 교원의 입장에서 파리대학교와 파리교회 당국 간의 중재를 시도했고, 1231년 ‘학문의 모체’라는 교지를 발표했습니다. 이 교지에 의하여 교원들은 강의 거부를 통해 그들의 입장을 관철할 수 있는 정식 권한을 갖게 되었고, 교원들이 파리 대학교의 규정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고, 그 규정의 준수를 구성원들에게 강제할 수 있는 완전한 권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레고리 9세는 파리대학을 가리켜 “학문의 어머니요, …지혜의 공장이요, 그리스도의 교회를 위해 생겨지고 닦아진 지혜의 보석이요 금”이라고 극찬 하였는데 이로부터 파리는 유럽 지성인들의 고향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파리대학은 13세기부터 종교 개혁시대에 이르기까지 중세 신학 연구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특히 소르본대학이 파리대학의 신과대학으로 편입된 이후 파리대학의 학적 권위가 크게 향상되어 전 유럽의 엘리트들이 선망하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볼로냐대학이 법률가를, 살레노대학이 의사들을 자랑한다면 파리대학은 각 전문분야의 각 대학들을 다 자랑할 것이로되 그 중에 특히 최고의 학문인 신학을 자랑할 것이다.” 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한편 파리대학은 대학 역사에 중요한 유산을 하나 남겼습니다.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학사를 마련한 것인데요. 1257년 왕실 사제였던 소르본의 로베르는 ‘칼리지’라 부르는 첫 학사를 마련하였고 여기에서 강의까지 겸하였습니다. 이 건물은 그의 이름을 따서 ‘소르본 칼리지’라고 불렀습니다. 때문에 파리는 점차 숙식과 강의를 겸한 여러 학사들 즉 칼리지들의 연합으로 발전하였고 이런 방식의 대학이 유럽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파리 대학은 일찍이 토마스 아퀴나스와 에라스무스, 반종교개혁의 총수인 이그나티우스 로욜라, 종교개혁의 두뇌인 존 칼뱅과 같은 많은 신학자들을 배출한 학문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리고 파리대학의 명성은 알버트(1245-1248)와 보나벤투라(1248-1255)에 이어 신학의 ‘마스터’였던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특별히 아퀴나스가 1265년부터 저술을 시작한 ‘신학대전’(Summa Theologica)의 영향은 중세를 넘어 오늘날까지 가톨릭 신학의 골격을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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