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은 디자인을 입어야 합니다”

교회, 디자인을 만나다(3) 천안 오병이어교회 공종은 기자l승인2017.08.09l수정2017.08.10 08:22l14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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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디자인과 문화가 곧 선교

지역과 소통하면 주민들 스스로 찾아와
 

천안 오병이어교회(담임:장동근 목사). 전혀 교회 같지 않았지만, 굳이 ‘나는 교회’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동네의 어느 한 집처럼 그렇게 오병이어교회는 녹아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대로 세상을 이끌고 있었다.

# 디자인, 교회가 세상을 만나는 첫 이미지

13년 전 천안에 교회를 개척한 장 목사가 이 곳에 교회를 건축한 것은 7년 전. 지하 교회 시대를 끝낸 오병이어교회가 건축될 당시 주위에는 아무 건물도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 교회 있다’며 우람하게 건축하지 않았다. 그 흔한 십자가 탑 하나 올리지 않았다. 그냥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건물로 지어 올렸다. 규모도 2층. 골목 귀퉁이에 낮게, 그러나 넓은 품으로 앉았다.

▲ 오병이어교회 장동근 목사는 디자인과 문화로 지역과 소통한다. 작은 전도지 하나에도 디자인을 담고 마음을 싣는다.

‘여기쯤 십자가가 있겠구나’ 하고 올려다 보았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거기엔 ‘사랑하면 행복해집니다’라는 예쁜 디자인의 글씨가 반겼다. 그 아래 여기가 ‘오병이어교회’라는 알림판이 붙어있었다. 글씨 하나도 예뻤다. 흔한 교회 간판이 아니었다. 손글씨로 예쁘게 쓴 예쁜 교회였다.

교회는 입구부터 달랐다. ‘오늘도 행복하세요’라는 인사말을 담은 현수막이 가장 먼저 반겼다. 교인들을 위한 인사이기도 하지만, 교회 앞을 지나는 주민들에게 건네는 오병이어교회와 장 목사의 사랑을 담은 마음이다. 흔한 예배시간 안내나 성경구절은 없었다. 오히려 교회가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콘서트와 프리마켓에 대한 안내가 더 눈에 들어왔다. 1층에 동네 주민들을 위한 커피숍이 자리잡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병이어교회는 지하 교회 때부터 예뻤다. 대학에서 미술(조소)을 전공한 목회자이기도 하지만, “교회를 모르는, 교회라는 곳에 뭐가 있는지, 뭘 하는지 모르는 교회 밖 사람들이 교회를 느끼게 하는 첫 접촉점이 바로 디자인”이라는 장 목사의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더 예뻐지려고, 더 예쁘게 만들려고 했다. 동네 사람들의 손에 쥐어주는 전도지 한 장, 주보 하나에도 디자인을 담았다. 버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색감을 더했고, 한 번 더 보게 했다. 디자인은 교회가 세상을 만나는 첫 이미지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교회에 디자인이 왜 필요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장 목사는 말한다. “할 수 있는 한 우리가 갖고 있는 좋은 것을 예쁘게 전달해야 한다. 교회가 준비하고 노력한 것들이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오병이어교회 입구에 있는 현수막. 교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교회와 장 목사가 건네는 인사다.

# 13년 축적한 디자인 노하우 교회들과 공유

“세상의 것들은 내용보다 포장이 좋습니다. 이것이 소비자들이 호감을 갖게 하고 구매하게 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어떻습니까. ‘복음’이라는 가장 좋고 귀한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이제 디자인에 복음을 담아야 합니다. 디자인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복음이 살아납니다.”

장 목사는 작은 교회들일수록 더 예뻐야 하고 디자인에 더 민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주민들과의 접촉점이 더 확산된다는 이유에서다. 평범한, 그리고 죽어 있는 사물에 생기를 불어넣고 움직이게 하는 디자인의 특성이 영혼을 살리는 복음의 속성과 꼭 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 목사의 디자인은 ‘함께’라는 단어로 범위와 이미지가 확산된다. 이 디자인이 교회 밖 사람들에게 손짓했다. 함께라는 마음과 디자인에 매료된 사람들이 교회로 찾아왔다. 그래서 오병이어교회 교인들의 상당수는 새신자다. 지난해만 해도 90여 명이 교회를 찾았다. 1층 카페는 공연마당으로 개방된다. 한 달에 한 번 여는 ‘상상 어쿠스틱 콘서트’에는 지역의 동아리들과 아마추어, 프로들의 참여가 이어진다.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함께’라는 의미로 확산시킨 결과다.

오병이어교회에서 사용되는 디자인과 아이디어들은 이미 공유된다. 교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나의 믿음생활 점검표’는 여러 교회들과 나누고 있다. 한 교회 당 최대 2백 장까지 가능하고, 더 필요한 교회는 디자인 원본 파일을 보내 교회가 직접 인쇄해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앞 면에는 그 달에 어울리는 예쁜 사진과 아름다운 글을 실었고, 뒷면에는 월별로 개인의 신앙생활을 체크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매일 성경을 읽었는지, 신앙서적은 몇 권 읽었는지, 기도는 잊지 않았는지, 예배는 참석했는지, 헌금과 전도생활은 했는지, 그리고 하루에 좋은 일은 했는지 등 자신의 생활과 신앙을 돌아보면서 기록할 수 있게 했다.

▲ 오병이어교회가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믿음생활 점검표'. 앞면에는 산뜻한 사진과 글이, 뒷면에는 신앙생활을 점검하기 위한 항목들이 인쇄돼 있다.

이런 장 목사의 디자인 목회가 알려지면서 목회 경험담을 나누기를 원하는 목회자들이 늘어났다. “13년 동안 축적해 온 재산인데,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기를 원합니다. 기독 전문 디자이너들에게는 다소 미안한 일이지만, 좋은 디자인을 함께 나누는 일은 확산돼야 하고, 혹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들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지난 3월 첫 세미나가 열렸고, 전국 50여 교회 목회자들이 참석했다. 문화와 공간디자인, 셀프 교회 인테리어 등에 필요한 각종 공구사용법, 나무의 종류 등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들을 나누었는데, 목회자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장 목사는 이 세미나를 더 확장시켜 앞으로 1년에 네 번 정도 열어 교회 인테리어와 디자인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교회 셀프 인테리어를 강조하는 장 목사가 직접 시공한 2층의 예배당 내부는 실용을 입었다. 그리고 강대상도 직접 디자인해 만들었다. 필요 없는 부분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프레임을 살려낸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강대상을 만들었다.

#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기독문화페스티벌’

오병이어교회와 장 목사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교회와 목회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교회가 있는 천안시 남동구에서 오병이어교회가 매년 여는 ‘상상프리마켓’과 상설 운영되는 ‘문화교실’은 이미 유명하다.

오는 9월과 10월에는 ‘2017 기독문화페스티벌’을 연다. 9월 3일 ‘일기예보 나들 그림콘서트’를 시작으로, ‘이선목 목사 말씀 콘서트’, ‘교회함께 프리마켓’, ‘교회함께 찬양대회’, ‘교회함께 명랑운동회’, ‘교회함께 버스킹’, ‘100인 참여 미술제’ 등을 매주 토요일과 주일에 연다. 독특한 것은 ‘교회함께’. 말 그대로 여러 교회가 함께하는 축제다. 장 목사는 오병이어교회의 축제를 혼자만의 축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여러 교회들이 함께하는 어울림의 잔치로 확장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회에서 가까운 초등학교 뒤 상가를 얻어 ‘어린이문화학교’를 운영한다. 무료로 운영되는 이곳에서 아이들은 바이올린과 오카리나를 배우고 매일 놀다 간다. 교회에서 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복합 문화공간 ‘상상제페토’가 있고, ‘화요문화놀이터’에서는 오목과 영화, 토크콘서트 등을 연다. 여기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힘을 보탠다. 지난 5월에는 결혼 10년 이상 된 부부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리마인드 웨딩’을 했다.

▲ 장동근 목사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강대상. 장 목사는 교회 인테리어 모두를 직접 했다.

미술을 전공한 장 목사는 지난 7월 열렸던 ‘제25회 대한민국 기독교미술대전’에서 특선을 받았다. 그리고 그의 마음에는 미술에 대한 몇 가지 소망이 있다. “한국미술인선교회 초대작가가 되는 소망이 있습니다. 이건 몇 년 안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오병이어교회 미술팀을 만들고 매년 전시회를 여는 것인데, 지금 상상그린비미술팀이 만들어져서 공부 중입니다. 내년 봄쯤에는 첫 전시회를 열어보려고 해요.”

교회 옥상에 조각공원을 만드는 것도 장 목사의 바람 중 하나다. 조소를 전공한 장 목사가 시간 날 때마다 하나 둘씩 만들어가는 작품들로 이 공원을 채우기를 바란다. 그리고 갤러리. 건물 1층 카페 옆에 있던 사무실과 주방을 철거해 지금 한창 공사 중이다.

이런 활동들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오병이어교회가 문화적으로 열리고 세상을 품는 교회로 인식한다. 문화와 디자인을 통해 지역과 접촉하는 이 교회에 사람들은 스스럼 없이 찾아온다. 이것이 오병이어교회의 힘이고 문화의 힘이다.

“저는 교회가, 복음이 디자인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가 ‘교회 같지 않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교회가 예술관처럼 보인다’는 말이 좋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공종은 기자  jekon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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