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가 영성과 도덕성 상실하면 제2의 종교개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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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가 영성과 도덕성 상실하면 제2의 종교개혁은 없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7.2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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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목윤, 지난 20일 ‘종교개혁과 목회자 윤리’ 주제 발표회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2017년 올해 한국교회 안에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높아가고 있다. 한국교회가 실질적으로 느끼고 있고 필요하다고 한입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종교개혁이다. 

특히 목회자들은 500년 전 종교개혁가들과 같은 심정으로 교회 갱신을 일으켜야 하는 주역이 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위원장:전병금 목사)는 지난 20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종교개혁 500주년과 목회자 윤리’를 주제로 발표회를 개최하고, 이와 같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한국교회와 목회자의 윤리적 종교개혁의 길을 찾고자 했다. 

존경과 신뢰 잃은 목회자들 변해야 한다 

매년 ‘세계기도정보’를 발간하고 있는 패트릭 존스톤과 제이슨 맨드릭은 이미 2006년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네 가지 원인을 분석했다. 한국교회가 사회적 존경과 신뢰를 잃어버리고 영적 쇠퇴를 경험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은 ‘영적 자만심’, ‘분열’, ‘교회 지도력’, ‘윤리적 가르침 소홀’을 꼽았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이원규 은퇴교수(종교사회학)는 이 네 가지 문제점에 대해 “매우 뼈아프지만 정확한 진단과 평가”라면서 “존스톤과 맨드릭이 지적하고 있는 한국교회 문제들은 대부분 목회자와 관계된 것이다. 목회자의 영적, 도덕적 자질문제이며 교회를 이끌고 교인들을 가르치는 문제”라고 평가했다. 

지난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가 우려했던 것과 달리 양적쇠퇴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고무적이지만, 사회적으로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2013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목회자들은 ‘자기 역할을 잘하고 있다’(매우+약간)에 약 64%가 답했지만, 비신자들의 평가는 매우 박했다. ‘개신교 목회자의 설교와 행동에 믿음이 간다’는 응답은 단 25%에 그쳤다. 교인들조차도 목회자에 대한 ‘매우 만족’ 비율이 20%를 넘지 못했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 위기의 본질은 교회가 영성과 도덕성을 잃어버렸고 결국 사회적 존경과 신뢰 함께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특히 영성을 말하면서 부와 권력, 명예를 탐한 교회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면서 “한국교회 개혁을 위해서는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가치를 지양하고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 이 일에 목회자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올해 실시한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리·도덕성’ 항목이 목회자들이 가장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49%) 압도적으로 높았다. 목회자의 도덕성 회복도 교회 갱신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를 알 수 있는 통계이다. 

이원규 교수는 “목회자들이 영성과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종교개혁자들의 교회갱신 운동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던져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면서 “종교개혁가들이 외쳤던 오직 믿음, 오직 은총, 오직 성서‘의 원리가 거부되고 물질주의에 빠진 교회의 모습이 개선되도록 목회자들이 먼저 실천하고 교인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2의 종교개혁 위한 목회자 기준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고 회자되는 이유는 그만큼 한국교회 내에 암울한 문제점이 많이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한신대학교 김주한 교수(교회사학)는 중세교회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교회질서를 세우고자 했던 종교개혁가들의 노력을 조명하면서 당시대 종교개혁이 대중운동으로 확산되는 중요한 계기 중 하나가 성직계급에 대한 불만과 적대감이었다는 사실을 꼬집었다. 

김주한 교수는 구체적으로 종교개혁 직전에 나타났던 성직계급의 적폐는 ‘성직매재’, ‘비밀결혼’, ‘교회 재산 남용과 돈 문제’, ‘성직자들의 낮은 교육수준’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종교개혁은 성직자 중심의 로마교회 체제의 모순을 극복하고 복음의 본질과 참 교회상을 회복하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를 교훈 삼아 한국교회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성직 권력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평가한 김 교수는 “교회의 직분이 섬김과 봉사가 아니라 통치와 다스림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목사의 지도력이 교회 신뢰도와 직결돼 있으며 사회적 공신력 부문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목회자 리더십에 대한 반성과 대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종교개혁가들이 지적했던 성직자의 윤리 기준을 배경으로 언급하며, ‘학문적 소양’. ‘투철한 공인의식’, ‘민주적 소양과 자질’, ‘소명의식’이 이 시대 목회자들에게 필요한 자질과 능력이라고 제시했다. 

“한국교회 종교개혁 소비만 하고 있나”
역시 종교개혁 당시 로마가톨릭교회의 성직자들의 타락상을 깊게 살펴본 안양대학교 이은선 교수(기독교문화학과)는 “지금의 한국교회가 진정한 개혁은 없이 종교개혁을 소비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야 한다”고 현재 교계 실태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특히 이 교수는 루터와 츠빙글리, 마틴 부처, 칼빈이 제시한 당시대 새로운 목회자상을 기준으로 삼아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윤리갱신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갱신의제를 제안했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종교개혁 신학을 구현하기 위한 신학교육의 갱신, 목회자 윤리 확립을 위한 신학교육의 갱신이 선결돼야 목회자 윤리문제의 해결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교개혁가들이 만인사제직을 선포하면서 군림하던 사제의 지위를 섬기는 종의 모습으로 성직자 개념을 확립한 것처럼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의 지나친 권위의식을 극복하고 만인사제직을 구현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또 총회나 노회가 교권에 장악돼 다툼의 장으로 변질된 현재의 교회정치 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며, 중세교회 타락의 주범으로 여겨졌던 성직세습의 근절과 인구 고령화로 은퇴 이후 생활이 문제가 되고 있는 목회자들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이밖에 교회의 공적 역할에 대한 올바른 이해, 치리제도를 교회 양육을 통한 성도의 성숙과 목회상담의 활성화 방안도 지적했다. 

한편,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는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비난받는 이유가 목회자의 윤리부재 있다고 절감한 한국교회 주요 원로목회자들이 뜻을 모아 지난 2012년 출범했으며, 그동안 목회자윤리선언문과 윤리강령을 공포하고 포럼 등을 개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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