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구원하러 마을 둘러보니 ‘섬길 일’만 보이던데요”

수해복구 최선봉, 지역사회 궂은 일 도맡는 ‘괴산중앙교회’ 한현구 기자l승인2017.07.26 16:05:18l수정2017.07.26 16:17l13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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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소통의 현장을 찾아서(21)

지역사회 섬김이 교회의 정체성, 주민들 칭찬 잇따라
교회서 시작한 복지사역에 지자체와 시민단체도 참여
“사랑받기 앞서 아낌없이 사랑주는 교회되고 싶어요”

예배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16일 주일 아침 충청도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가장 많은 비가 내렸던 청주에는 시간당 92mm, 하루 전체 290mm의 비가 쏟아지면서 도시 절반가량이 물에 잠겼다. 말 그대로 재난이었다.

산사태가 나고 다리가 무너져 내렸다. 지반이 약했던 집은 손 쓸 새 없이 쓸려 내려갔다. 청주에서만 주택 1천586채와 675개 상가가 붕괴되거나 침수됐다. 2천455ha의 농경지와 차량 1천276대가 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수마(水魔)가 휩쓸고 간 삶의 터전을 넋 놓고 지켜봐야만 했다.

청주가 가장 많이 알려졌지만 인접 도시 괴산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괴산에도 16일 222mm의 비가 쏟아졌다. 충청북도에 따르면 국가재난정보관리시스템(NDMS)에 등록된 괴산의 호우 피해액은 122억3천900만 원으로 청주에 이어 두 번째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인 75억 원을 훌쩍 넘긴 금액이다.

수해로 낙심한 주민들을 위해 지역 교회가 나섰다. 괴산중앙교회(담임:홍일기 목사)는 이튿날인 월요일 즉각 성도들을 모으고 수해복구를 시작했다. 다행히 성도 중 침수 피해를 입은 곳은 한 가정에 그쳤다. 하지만 교회는 성도들의 집을 복구하는데 멈추지 않고 큰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을 찾아 나섰다.

청주는 도심이 잠겨 가정 피해가 컸던 반면 괴산은 농작물 피해가 심각했다. 피땀 흘려 일군 한해 농사가 모두 물거품이 될 위기다. 괴산의 주요 특산물인 옥수수와 인삼 밭으로 토사물이 밀려왔고 대추를 가공하던 공장이 무너졌다. 특히 농지의 경우 작물이 썩기 전에 복구하는 일이 시급했다.

문제는 일손 부족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시골마을은 눈앞이 깜깜했다. 마을을 지키는 노인들은 침수된 주택을 정리하느라 농경지엔 나가보지도 못하는 실정이었다.

홍일기 목사와 성도들은 가정부터 농지까지 손이 닿는 대로 복구에 힘썼다.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연락이 오면 달려가 소매를 걷고 흙을 퍼냈다. 집이 잠겨 갈 곳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서는 교회를 잠자리로 제공했다.

19일 수요일부터는 감리회 충북연회 희망봉사단(단장:이병우 목사)이 봉사 대열에 합류했다. 인력이 충원되자 괴산군과 협력해 본격적인 수해복구에 돌입했다. 봉사단은 괴산중앙교회에 집합한 후 괴산군에서 요청하는 곳으로 복구 인원을 보냈다.
20일과 21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봉사의 손길이 모여들었다. 이틀 동안 감리회 중앙연회, 중부연회, 경기연회, 충청연회, 남부연회 등 500여 명의 성도들이 괴산을 찾아 땀방울을 쏟았다. 괴산중앙교회에서부터 시작된 봉사의 불씨가 큰 불을 이룬 것이다.

봉사단원이 도착한 수해 현장은 참혹한 모습이었다. 골이 파여 있어야 할 인삼밭에는 뒷산에서 토사물이 덮쳐 인삼을 심은 곳이 어딘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밭의 양쪽 끝은 지대가 붕괴돼 쓸려 내려온 흙더미와 농기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성도들은 밭에 새로 물길을 내고 밀려들어온 흙을 걷어냈다. 한나절 허리를 필 새도 없이 일하자 인삼밭의 원래 모습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경기연회에서는 굴삭기 한 대도 함께 내려와 복구를 도왔다.

경기도 화성에서 내려와 봉사에 참여한 박제의 목사(요리교회)는 “복구 작업을 하고 돌아서는 길이 뿌듯하다. 비록 작은 손길이지만 수해로 집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주민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지역 사회 섬김이 정체성인 교회
괴산중앙교회의 봉사는 재해로 갑자기 시작된 일이 아니다. 1990년 괴산중앙교회에 부임한 홍일기 목사는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를 모토로 27년째 복지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대부분의 농촌이 그렇듯 괴산도 이농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젊은이들은 일할 나이가 되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다.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30%를 넘는 괴산은 30년 내 소멸 가능성이 높은 도시로 지목되기도 했다.

괴산중앙교회는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인들의 필요에 주목했다. 홍 목사가 부임한 다음 해인 1991년부터 마을 노인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열었다. 처음에는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에 30명 정도가 참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20년 넘게 잔치를 이어갔다. 그 결과 20년이 지났을 때는 300명이 넘는 노인들이 함께 즐기는 마을 축제로 자리 잡았다.

경로당이 건설되고 지자체의 복지 제도가 활성화 된 요즘은 경로당 방문 봉사로 방향을 틀었다. 두 달에 한번 경로당을 방문해 마사지를 해드리고 음식을 나누며 복음을 전한다. 경로잔치를 잇는 경로당 방문 봉사도 벌써 5년이 넘는다.

노인들을 위해 ‘사랑의 반찬나누기’도 진행하고 있다. 홍 목사는 “노인들에게 반찬만 충분하게 제공된다면 밥만 지어도 영양가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면서 “끼니를 거르는 노인들을 보고 안타까워 반찬나누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100가정으로 시작했던 반찬나눔은 이제 400가정으로 늘어났다. 매주 수요일마다 10년 넘게 봉사가 이어지니 동네 사람들이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섬김으로, 삶으로, 그리고 직접적인 전도로 예수님의 사랑을 지역 주민들에게 전했다.

괴산중앙교회는 독단적으로 사역을 펼치지 않고 지역사회, 지역교회와 함께 지역을 섬긴다. 괴산중앙교회에서 시작했던 반찬나누기 행사는 이제 지역 내 17개 교회가 참여한다. 괴산군에서 활동하는 13개 여성단체들도 반찬을 나누고 배달하는 일을 돕고 있다.

충북연회 희망봉사단과 연계해서는 사랑의 집짓기 봉사를 펼친다. 벌써 사랑의 집짓기 활동으로 지은 주택만 다섯 채다.

홍일기 목사는 “교회는 지역사회로 눈을 돌려야 한다”면서 “지역에 관심을 갖고 봉사하고 섬길 때 교회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역을 감당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받기보다 먼저 사랑을 주는 교회
괴산중앙교회와 홍일기 목사는 이제 괴산에서 유명하다. 주민들은 교회와 홍 목사를 보며 “지역사회를 잘 섬겨줘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넨다. 홍 목사는 교회의 섬김과 복지 사역을 인정받아 지난 2000년 보건복지부 산하 괴산군사회복지협의회 1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15년 전 자원봉사를 위해 한 요양시설을 방문한 홍 목사는 입소자로부터 수건이 부족하다는 뜻밖의 하소연을 들었다. 그길로 집에서 장롱을 뒤지자 각종 행사에서 받은 새 수건이 무려 38장이나 됐다. 그때부터 교인들과 뜻을 모아 ‘수건 기부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수건을 전달받은 요양시설과 농촌 노인들의 호응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처음에 120곳의 시설에 수건을 전달했는데 여기저기서 우리 시설에도 보내줄 수 없겠냐는 요청이 잇따랐다. 수건 기부 운동은 지자체와 지역의 여러 교회들이 동참한 가운데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요양시설에서 수건은 더운 날씨 어르신들을 목욕시킬 때나 발마사지를 할 때 등 다방면에 쓰인다. 도시에서는 흔해서 넘쳐나는 물건이 농촌에는 꼭 필요한 곳에 귀하게 쓰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홍일기 목사는 “우리 교회가 하는 일은 영혼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예수님을 사랑하는 일”이라며 “영혼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지역사회의 필요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회를 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영혼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홍 목사는 또 “괴산군민 4만을 모두 성도로 여기고 섬기고 있다. 교회도 지역을 돕고 지역도 교회를 돕는 것이 바람직한 모델”이라며 “다들 받고 싶어 하고 받으려고 할 때 사랑을 주는 교회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한현구 기자  hh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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