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된다는 생각을 성경말씀으로 지워버리세요”

한 사람의 헌신으로 시작된 ‘기적’…임마누엘집 원장 김경식 목사 이성원 기자l승인2017.07.19l수정2017.07.19 16:15l13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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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그것도 세상에서 버림받았다고 여겨질 한 장애인의 믿음이 오늘 수많은 장애인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임마누엘집 원장 김경식 목사의 이야기다. 그는 진도에서 “병신 새끼가 태어났으니 바닷물에 던져버리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러나 오늘 그가 세운 임마누엘집은 사회복지법인 임마누엘복지재단과 애향원 두 개의 법인과 그 산하에 11개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에서 많게는 1000명에 이르는 장애인들이 이 시설들을 이용하고 있고 여기 종사하는 직원들만 300명에 이른다. 늘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이곳은 장애인 단독시설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규모다. 

▲ 장애로 인해 어려운 시절을 보냈지만 믿음으로 극복하고 오히려 자기와 같은 장애인들에게 행복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오늘에 이른 김경식 목사는 고난이 오히려 유익이었다고 고백한다.

“바닷물에 던져버려라”
그 동안 많은 후원자들과 독지가들의 지원을 받아 여기까지 왔지만 늘 받기만한 건 아니다. 이 시설 안에 있는 임마누엘교회는 독거노인을 위한 쌀나눔잔치와 장학금수여 등 지속적으로 받은 사랑을 나누고 있다. 현재 수천 명의 대기자가 입소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이곳은 김경식 목사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다. 여기 어머니가 물려주신 사랑과 믿음을 빼놓을 수 없다.

“부모님이 이북에서 내려와 진도에 자리 잡으시면서 여섯 남매를 낳으셨는데 제가 유일한 아들이었어요. 그런데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서 못 걷게 됐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피난민 댁은 얼마나 못된 짓을 했으면, 세상에나 딸 다섯 낳고 겨우 아들 하나 낳았는데 병신 새끼가 태어났냐’고, ‘바닷물에 던져버리라’고 했어요. 이런 소리를 만날 듣고 자랐습니다.”

그런 말들이 돌아다니다 가슴을 후벼 팔 때면 어머니는 그를 꼭 안아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위로해주셨다. “그런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야. 큰 놈아, 큰 놈아, 나는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른다. 너는 반드시 하나님이 도우신다, 축복하신다.”

그 후로도 여러 차례 인생의 위기가 닥쳤다. 불행한 삶을 저주하며 콱 죽어버릴 수도 있었지만 질기게 버틴 건 어머니가 남긴 이런 사랑과 믿음 덕분이었다. 
“제가 부산에서 대한전선 대리점을 해서 돈을 좀 벌었는데 아는 형 도박 돈을 빌려주다 제가 그 맛을 들였어요. 1년 만에 다 거덜나고 유치장까지 들어갔습니다. 목포교도소를 출감했는데 갈 데가 없더라고요. 차마 저 때문에 빚진 가족을 볼 면목도 없고요.”

크리스마스가 막 지난 그날은 더욱 추웠다. 빈손에는 교도관이 찍어준 도장 밖에 없었다. 전국 어디나 갈 수 있는 완행열차 티켓이었다. 세찬 바람에 울부짖는 어머니의 통곡이 아스라이 멀어져갔다. 그렇게 집을 떠나 서울 용산역에 내렸다. 

부산에서 세 명의 기사를 부리며 잘나가던 대리점 사장이 서울 동대문 이스턴 나이트클럽 뒷골목에서 볼펜을 사다 파는 장애인 동냥팔이가 됐다. 밤이면 어느 빌딩 구석에서 ‘멀리 멀리 갔더니 처량하고 곤하여’를 부르며 잠을 청하다 관리인에게 쫓겨나기도 했고, 누가 던져준 서울우유와 빵 한 봉지에 큰 소리로 감사하다 외치며 허겁지겁 먹으며 살아왔다.

책 세일즈 일등한 장애인
“제가 그런 신세가 되니까 저 같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걸인들, 장애인들을 보면서 하나님께 서원했습니다. 하나님이 기회를 주신다면 저들을 모시고 살겠다고요. 1983년에 도봉산 안골부락 천막집에서 장애인 10여 명과 임마누엘 공동체를 시작했습니다. 껌이나 볼펜 양말 장사로는 우리 식구들을 다 먹여 살리기 힘들었어요. 그때 마침 신문 광고에서 서적 세일즈맨 광고를 본 거죠.”

광고 주소를 찾아 제기동에 있던 기독교 출판사 문 앞에 섰다.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장발에 추레한 몰골, 게다가 목발까지 짚은 웬 장애인의 등장에, 그것도 책 세일즈 하러 왔다는 당찬 포부 앞에 사장은 어이가 없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거운 책을 여러 권 들고 하루 종일 걸어 다녀야 하는 영업을 장애인이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더구나 그 당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지금에 비할 수 없었다. 사고가 나도 회사가 책임 못 진다는 각서에 서명을 하고 나서야, 활동비 2천 원도 못 받고 세일을 시작했다. 

역시 사장 말이 맞았다. 3개월이 지나도록 책 한 권 못 팔았다. 함께 영업을 시작했던 30여 명이 거의 그만 뒀지만 두 손을 싹싹 빌며 끝까지 버텼다. 별별 수모를 당해도 “얼굴에 쇠 양판, 나무 양판, 철 양판을 깔고” 참았다. 하나님은 그에게 금방 잊어 먹는 은혜를 주셨다. 되레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무거운 책 보따리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렸다.

“기도원에 가서 열심히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셨어요. 교회 주보를 모아온 것을 가지고 편지를 쓰고요. 몸이 불편한 신학생이 열심히 한다고 소개도 해주시고요. 그래서 5개 월 째부터는 왕창 팔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일등 했어요.”

장애인 공동체를 섬기는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당시 KBS1TV가 그의 이야기를 방송에 냈다. 하루아침에 그는 유명인사가 됐다. 한 달 내내 집회를 다니며 강연하고 책 팔아 모은 돈으로 지금 송파 자리 땅을 샀다. 그러나 건축할 돈이 부족했다. 그때 고 옥한흠 목사가 그를 불러 수표를 주었다. 공을 한참 세었다. 3억이었다.

“그렇게 해서 여기 건축을 하게 됐습니다. 그 후로 1993년에 임마누엘집이 법인이 됐고, 강원도 인제, 이천, 포천, 진도 등지에 땅을 사서 복지재단을 세우고 시설을 지은 거죠. 제가 장애인으로 어려운 시절을 겪어봐서 이 분들과 가족의 마음을 압니다.”

▲ 임마누엘집에서 매년 실시하는 사랑의쌀나눔잔치.

임마누엘집은 장애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들이 기회를 많이 갖고 있다. 건물은 2012년에 리모델링해서 깨끗한 주거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또 심리 사회 재활, 교육재활, 직업재활, 의료재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웃과도 관계가 좋아서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는 지역주민과의 마찰을 여기선 볼 수 없다. 

고난이 오히려 유익이었다
“우리 원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하루 두 세 차례 열리는 예배시간입니다. 찬양 소리가 들리면 원생들이 기뻐하며 몰려듭니다. 예배를 통해서 믿음이 자라고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역사가 나타납니다. 눈동자를 똑바로 못 맞추던 형제가 똑바로 맞추고, 눈빛이 편안하게 달라집니다. 머리가 아프다던 원생들도 기도해주면 편안하다고 고백하고요.”

정신질환자로 이곳에 와서 유리창을 깨뜨리는 등 소란을 피우던 형제자매들을 계속 참고 사랑해주고 신앙으로 인도해서 지금은 거의 정상인처럼 회복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처음엔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주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충돌하던 이들이 지금은 순한 양처럼 변한 모습을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다. 

목발을 짚고 다니는 김 목사는 지금도 왼팔에 보호대를 차고 있다. 왼팔이 많이 휘어있다. 오른 손에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목발을 짚은 왼팔로 그 하중을 다 감당하다 보니 구부러져버렸다. 한참 세일즈 다닐 적엔 책 들고 다녔던 오른 손의 굳은살을 잘라내는 게 잠시 쉬는 시간의 소일거리였다. 

한 때 자기처럼 어려운 시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그가 주는 처방전은 성경말씀 두 구절이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니라”(빌 4:13)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막 11:24) 이 말씀을 외우고 또 외워 아예 머리속에서 안 된다는 생각을 아예 지우라고 한다. 

“장애로 인해서 고난과 고통을 많이 겪었습니다만 사실 참 행복했어요. 장애 때문에 하나님을 만나는데 더 유익했거든요. 사도 바울처럼 저도 가시 때문에 하나님께 대롱대롱 매달리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더 큰 은혜도 경험했고요. 제가 받은 은혜를 다른 장애인들과 나누는 것뿐입니다.”

이성원 기자  jos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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