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벼랑 끝에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위로의 손길 내밉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라이프호프 ‘마음이음예배’ 김성해 기자l승인2017.07.05l수정2017.07.05 17:27l13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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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소통의 현장을 찾아서 ⑱

故 최진실 씨와 그의 남동생 故 최진영 씨, 그의 전 남편인 故 조성민 씨의 자살 사건은 대한민국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최 씨의 딸인 최준희 씨가 지난달 SNS에 ‘가족이라는 사람들의 상처가 너무 크다 진짜 살려주세요’라며 한 여성이 목 멘 사진을 함께 게재해 국민들에게 걱정을 안겨줬다. 

최준희 씨처럼 가족 중 한 사람의 자살은 그 구성원 전체에게 큰 상처로 남게 된다. 유가족들은 우울증에 걸리거나, 제2의 자살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족을 잃은 충격과 상처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손길을 건네는 단체가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대표:조성돈)는 가족의 죽음으로 고통 받는 자살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상담과 돌봄 사역을 펼치고 있으며, 이들에게 온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달에 한 번씩 예배의 자리로 초청한다. 

▲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는 ‘마음이음예배’를 통해,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는 유가족들에게 인생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주고, 희망을 쥐어주는 사역을 한다.

약할 때 강함 되시는 주님을 바라볼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저녁은 서늘한 지난달 28일 저녁 7시, 라이프호프 센터 옆에 위치한 도림감리교회(담임:장진원 목사) 지하 1층에서는 찬양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예배당에는 찬양팀의 인도에 따라 성도들과 4명의 자살 유가족들이 함께 하늘 위로 손을 들고 찬양을 부르고 있다. 한 쪽에서는 울먹이며 찬양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찬양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교회 입구까지 새어 나온다.


이어 도림감리교회 손민준 목사가 ‘생각의 전환’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전한다. 손 목사는 설교에 앞서 영상 하나를 보여준다. 영상은 호주 멜버른에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7층에 샌드위치 가게를 차린 이들의 내용이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도 없는데 누가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7층까지 올라오겠냐’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었다. 

샌드위치에 낙하산을 달고, 전날 온라인으로 예매한 손님이 예약한 시간에 맞춰 오면 7층에서 낙하지점이 표시된 1층까지 내려 보내는 ‘낙하산 샌드위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색적인 샌드위치 가게에 대한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고, 낙하산 샌드위치를 받기 위한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았다. 

영상이 끝나자 손 목사는 “세상을 살다보면 우리에게 고난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고난을 마주했을 때, 좌절하기보단 영상 속의 사람들처럼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고난이라는 단점이 강점이 될 수 있다”며 “지금 여러분이 고난을 마주하고 있다면, ‘지금은 좌절할 때가 아니라, 약할 때 강함 되시는 예수님을 바라볼 기회를 만난 것이구나’라며 생각을 전환할 수 있길 바란다”고 유가족들을 격려했다. 

이어 그는 유가족들에게 내려놓을 줄 알길 바란다고 전했다. 손 목사는 “우리는 어떤 일이 생기면 일을 잘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며 “하지만 우리가 찾아야 할 이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고통을 가장 잘 알고 계시며 눈물을 닦아주시는 하나님이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을 찾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지옥 속에 갇힌 이들을 천국으로
라이프호프에서 주관하는 ‘마음이음예배’는 자살 유가족들이 예배의 자리로 나아와 성도들 사이에서 위로를 받도록 돕고, 그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회복 프로그램을 개설해 돕는 사역을 담당한다. 

마음이음예배에 참석하는 유가족들 중에는 가족이 자살한 모습을 보고 견디지 못해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도 있고,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병원을 다니는 이도 있다. 또 자신의 부모가 자살한 모습을 보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등 고통 가운데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라이프호프 사무총장인 장진원 목사는 자살  유가족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함께 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가 자살 유가족들에 대한 관심이 없고, 사회보장제도 등이 미흡하기 때문에, 그들은 고통을 호소할 곳이 없어 스스로 숨어버린다는 것이다. 

장 목사는 “자살 유가족은 지옥에서 살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는 기분이다. 그들은 가족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자책하며, 사회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은 행복해지는 것조차 죽은 가족에게 죄짓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며, 평생을 불행하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통 가운데 있는 그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과 함께 아픔을 공감하고, 혼자가 아닌 다른 이와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유가족들에게는 자신을 천국으로 데려온 것만 같고,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음이음예배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시간이 귀하다. 교회의 성도들이 자신과 함께 예배를 드리며, 말씀과 찬양, 일상생활 등 대화를 나누는 이 자리가 따뜻하다. 예배 시간마다 ‘사랑합니다’하며 진심을 담아 인사를 건네는 성도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또 자신과 동일한 아픔을 겪은 이들이 여러 명 있는 공간이, 나 자신의 고통을 그대로 이해해줄 수 있는 이가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

1년 전부터 마음이음예배를 섬기는 이신혜 씨는 더욱 많은 자살 유가족들이 예배 자리로 나아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씨는 “자살 유가족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깨닫게 된 점은, 이 분들은 자신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 혹은 자신의 고통을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많은 자살 유가족들이 이 곳에 대해 문의하지만, 정작 자리에 나아오는 분은 몇 명 없다. 그들은 예배 자리에 나아오기 까지 많은 갈등을 하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이들이 이 자리로 나아와 함께 아픔을 나누며 위로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웃의 아픔에 한국교회가 함께 하길
라이프호프 마음이음예배는 지난 2015년부터 서울시의 종교지원사업을 통해 시작됐다. 하지만 라이프호프는 그 이전인 2011년도부터 자살 유가족들을 위해 다양한 사역을 펼쳤다. 

한 달 동안 단체를 찾는 유가족은 평균 5명. 일주일에 1명 이상이 자살로 자신의 가족을 잃는 고통을 겪는 것이다. 단체는 유가족들을 위해 위로예배와 추도예배를 함께 드리고,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삶의 희망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고 함께하려고 힘쓴다. 

장진원 목사는 한국교회가 자살 유가족들을 비난하지 말고 함께 울어주고, 위로해주는 단체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 사례로, A교회에 다니고 있는 성도 B씨는 자살 유가족이다. B씨는 자살한 자신의 자녀의 죽음이 너무 괴로워 담임목사에게 털어놨다. 담임목사는 B씨를 위로해주며 교회에 소문이 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주의를 줬다. B씨는 담임목사 말대로 다른 이들에게 털어놓지 않았다. 

하지만 A교회의 담임목사는 그 주 주일 예배시간에 ‘자살’에 대해 비난하는 내용을 설교 주제로 삼았다. 결국 성도 B씨는 예배시간으로 인해 크게 상처를 받았고 그 길로 교회를 나가지 않게 됐다. 

장 목사는 “한국교회의 문제점 중 하나는 교리적인 부분을 벗어던지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크다. 이미 대부분의 교단들이 장례문을 만들고, 자극적인 문구를 제외시키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의 인식이 바뀌지 못한 탓에 본인도 모르게, 설교 중에 자살한 이들에 대해 함부로 논쟁하고 비난하면서 무의식 중에 자살 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혔다. 

끝으로 장 목사는 “현재 한국교회는 지역 사회에서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한다. 대부분의 교회가 개교회주의, 교단중심주의, 교회 성장 중심적으로 치우쳐 있다”며 “교회가 열린 장소가 돼서, 그들과 함께 울어주고, 위로하며 치유의 장소가 되길 바란다. 유가족들이 초기에 잘 위로받고 마음을 터놓을 곳을 찾기만 해도 심각한 수준까지 진행되지 않는다”고 권면했다. 

김성해 기자  shkim@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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