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이유로 교육혜택 배제되는 것은 역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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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이유로 교육혜택 배제되는 것은 역차별”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7.0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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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대안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대안학교 등록제, 최소한 재정지원 등 법안 제출될 예정
▲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은 대안교육진흥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연맹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대안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법제화에 대해 논의했다.

대안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학교들의 제도적 지위 확보를 위한 관련 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안학교가 만들어진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상당수 학교들은 교육부의 높은 인가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017년 기준으로 인가된 공사립 대안학교는 32곳에 불과하며, 미인가 대안학교는 전국적으로 500여곳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립 인가학교만 22개교로 전체 대비 5% 미만에 불과하다.  

대안학교 중에는 기독교적 인성교육 구현을 위해 설립된 곳도 많다. 그러나 대안학교가 미인가 시설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이 국가가 제공하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이사장:정기원)은 법 제정을 수년 동안 준비해오고 있다. 연맹은 지난달 28일 김병욱·박찬대 의원실과 함께 최근 국회에서 ‘대안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대안교육 진흥을 위한 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토의했다. 

의원회관 대회실에서 열린 토론회는 대안교육 기관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의 높은 호응 속에 진행됐다. 현장에는 박병석 전 국회 부의장 등 다수 국회의원들이 자리해 관심 있게 토론내용을 청취해 눈길을 끌었다. 

미인가 대안학교 현장의 목소리
별무리학교 박현수 교장(기독교대안학교연맹 법제팀장)은 토론회에서 대안교육진흥법 제정 필요성을 언급하며 대안학교들이 현장에서 겪는 제도적 어려움을 지적했다. 

박 교장은 “2017년 대안학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이 완화돼 운동장을 임대한 경우도 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여전히 건물을 임대해 쓰거나 대출금이 있는 경우 인가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50명 이하 학교가 80%에 달하는 미안가 대안학교는 기준을 맞추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계를 언급했다. 

또 박 교장은 “대안학교 규정에는 국어와 사회 과목에 대해서만 교육과정 제한을 두고 있지만, 실제 인가과정에서는 제도권 교육과정 체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인가권한을 가진 교육청 담당자의 자의적 해석에 따른 권한 남용도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는 현실도 비판했다. 

심지어 초등 대안학교의 경우 교사 자격증이 있는 교사를 선발하도록 하고 있어, 교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안교육을 위해서는 교사자격증이 없더라도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지만 규정대로라면 곤란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대안학교들은 인가를 받아 제도권에 합류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인가학교에 편입될 경우 대안교육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고 본래 학교 설립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박 교장은 “대안교육 운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아야 하며, 대안학교를 공교육 부적응 학생을 위한 곳으로 인식하는 시선도 극복해야 한다”며 “대안교육 학생과 학부모의 학습권과 교육선택권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학교 밖 교육을 인정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대안교육연맹은 대안교육 진흥법 제정을 제안하며 구체적으로 △대안교육기관 등록제 △독립성 보장된 ‘대안교육기관 설립 운영위원회’ 설치 △대안교육기관 최소한의 지원 △취학의무 면제 또는 유예규정 제정 △제도권 교육에서 대안교육 활동 장려 등이 담겨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대안교육, 제도권에서 할 수 있다?
대안교육진흥법과 세부 제안에 대해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교육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공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 학생복지정책과 유정기 과장은 “학생들의 안전과 계속교육을 위한 학교 요건, 교사 기본요건 등을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미 인가 대안학교와 특성화 학교, 정규 학교 내 대안교실 등이 운영되고 있어 제도권 안에서도 대안교육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안학교 등록제에 대해 유 과장은 “등록제의 경우 교육 책무성이 확인돼야 하고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돼야 가능한 사항”이라면서 “미인가 대안교육 시설을 위해서도 연간 10억원을 지원 중”이라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 입장은 대안교육 역시 공공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지만, 대안교육이 갖고 있는 근본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엿보였다. 

교육부가 미인가 대안교육을 위해 예산지원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대안학교 숫자를 보면 의미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심지어 정규 학교에서 지원받는 무상급식에서조차 배제되고 있다. 특히 제도권 내 대안교육이 가능하다고 한 인식은 공교육을 떠나 대안교육 현장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었던 학생과 학부모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특히 국회 토론회에서 연간 1천만원 학비를 내는 대안학교를 ‘귀족학교’라고 표현한 것은 대표적 몰이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연간 학비가 1천만원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기숙사비와 급식비를 포함하고 있고, 사교육을 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많다고 볼 수 없다. 

국회입법조사처 이덕난 연구관은 “대안교육진흥법 제안은 대안교육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공공성 보장을 위한 의견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면서 “법제화 대상을 대안교육기관 및 소속 학습자로 할지, 홈스쿨링 학습자를 포함할지 등 대상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관은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의하면 각종학교 가운데 사립학교는 교부금산정기준학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운영비와 학생 교육비, 시설보수비 등 지원방안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안학교 법제화 실질적으로 필요
교육문화체육위원회 김병욱 의원은 미인가 대안학교들의 자율적 등록제와 대안교육기관 지원센터 설립 등의 내용을 담은 ‘대안교육진흥법률안’ 발의를 현재 추진하고 있다. 

김 의원은 “대안학교가 제도화된 교육을 넘어 교육 혁신을 위한 새 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때에 국민의 교육 기본권 보장과 학교 밖 청소년의 교육선택권을 위해 법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법제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조로증(프로제리아 신드롬)을 앓고 있는 홍원기 군의 어머니 이주은 씨는 공교육 에 적응하기 어려워 대안학교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이야기하며, “학부모 입장에서는 정부가 대안학교에 대한 법적 장치를 만들어주어서 현실적인 지원대책을 강구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기독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 임종화 공동대표는 “대안교육도 공교육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법제화를 위해서는 대안교육을 선택하지 않은 일반 학부모의 동의과정이 중요하다”면서 “공교육과 대안교육은 반비례 관계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해 함께 가는 상생의 모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 정기원 이사장은 “부모들이 성실하게 납세 의무를 다함에도 불구하고 정규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혜택이 박탈당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중 홈스쿨링, 대안교육 기관 등의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교육비 지원을 공약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며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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