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세계 위협하는 원전, 편리함에 마구 쓰는 것도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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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세계 위협하는 원전, 편리함에 마구 쓰는 것도 죄"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7.07.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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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탈핵' 논쟁,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자세는?

지난 6월 19일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 고리 1호기의 가동이 영구 중단됐다. 1978년 가동을 시작해 올해까지 40년 동안 15만3천600 기가와트(GWh)의 전기를 생산한 고리 1호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로써 현재 우리나라에 가동 중인 원전은 24기가 남게 됐다.

원전 중심의 에너지 발전 정책 폐기를 내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탈핵이 본격화 되는 모양새다. 28%가량 공정이 진행된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도 잠정 중단된 상태다.

반면 원전은 우리나라 전력생산량의 32%를 책임지는 만큼 폐기에는 신중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원자력·에너지 학계 전문가 230명은 지난 1일 탈원전 정책 재고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신고리 5, 6호기의 폐기가 확정되면 지금껏 투입된 공사비용 1조6천억 원에 매몰비용까지 2조6천억 원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수준의 원전 기술이 후퇴할 수 있다는 것. 또 원전을 대체할 발전수단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폐지를 밀어붙이는 것은 성급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신고리 5, 6호기를 짓지 않고 수명이 다하는 원전까지 계산해도 2030년까지 원전의 전력생산비중은 20%에 달한다. 전 세계 전력생산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6년 17.6%에서 2015년 10.7%로 대폭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탈핵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관건은 에너지 절약이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이 필수적이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조금씩 에너지 절약에 동참한다면 원전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세계를 지키고 보호할 책임이 있는 크리스천은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할까. 한국교회가 탈핵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교회에서 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방안에 대해 짚어봤다.

왜 ‘탈핵’인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부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유미호 연구실장은 핵 기술이 현대판 선악과라고 정의한다.

유 실장은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생명과 안전을 보전하면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음에도 손쉽게 에너지를 탐한 결과가 바로 원전”이라면서 “정말 이렇게 많은 양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지, 또 그 필요를 원전으로 충족시켜야만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9천kWh 이상으로 OECD 평균(8천kWh 수준)을 상회한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이용 비중이 1.1%에 불과한 점을 감안한다면, 대부분 환경파괴의 대가로 얻는 에너지를 너무 쉽게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전의 안정성 문제 또한 ‘탈핵’ 추진의 이유로 꼽힌다. 물론 원전을 건설할 때는 내진설계 등 안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하지만 한 번의 사고로 방사능이 유출된다면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유 실장은 “원전은 꺼지지 않는 불이다. 끊임없이 냉각수를 투하해 식혀야 하는데 후쿠시마의 경우 전원이 꺼지면서 냉각수가 주입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우리도 후쿠시마와 같은 위험을 안고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탈핵에 대해 교회는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탈핵과 에너지 절약은 교회의 사명이라 여기고 한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이만드신아름다운세상연구소 유지철 소장도 원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했다. 유지철 소장은 “핵 발전은 언제든 창조세계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원전에서 사고가 터지면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것은 다음세대다. 다음세대 교육을 강조하는 교회가 미래 환경을 위한 탈핵에 나서지 않는다면 모순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전 폐기로 전력난이 발생할 것이라는 반론에 대해 유 소장은 원전이 값싼 에너지라는 인식을 먼저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기 시설비용과 폐쇄비용을 고려하면 원전은 결코 저렴한 에너지라고 볼 수 없다는 것.

그는 또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전기요금이 저렴하고 예비전력이 충분한 국가에 속한다. 원전의 빈자리는 앞으로 개발될 신재생에너지가 충분히 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절약 앞장서는 교회들
원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한발 앞서 에너지 절약에 뛰어든 교회가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는 서울시의 ‘원전하나 줄이기’ 운동에 동참해 작년 3월, ‘에너지 절약 문화 및 신재생 에너지 이용 확산’ MOU를 맺었다.

협약을 체결한 감리회 서울연회는 전기사용량이 급증하는 7, 8월 소비전력 10% 절약을 목표로 에너지절약 운동에 나섰다. 시범에는 두목갓교회, 전농교회, 중곡교회 등 3교회가 참여해 ‘원전과의 이별연습’을 진행 중이다.

세 교회는 현재 교회 건물은 물론 교인 298가정에서 절전 운동에 참여해 전년 대비 10만 kWh의 전기를 절감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와 감리회 서울연회는 31개 교회의 에너지 진단도 함께 실시해 교회들의 에너지 사용 실태를 점검했다. 이들 교회 또한 서울시가 제시한 개선방안을 바탕으로 에너지 절약에 동참할 계획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도 7, 8월 여름을 맞아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자발적 불편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캠페인에는 올해 전국 각지에서 45개 교회가 동참의사를 밝혀왔다.

기윤실 윤신일 간사는 “교회와 성도가 먼저 조금씩 불편을 감수한다면 우리 사회를 밝히는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교회 에너지 절약 방법
교회의 에너지 절약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유미호 실장은 몇 가지 작은 실천만으로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 실장은 △에너지 상황의 위기에 대해 교육할 것 △교회의 전기소비량을 점검하고 낭비되는 지점을 찾아볼 것 △진단내용을 토대로 최대 전기량 목표를 설정할 것 △에너지 절약을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정할 것 △절약한 수치를 구역(속회)별로 정리하고 발표할 것 등의 교회 에너지 절약 5단계를 소개했다.

절약을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는 실내 적정온도(26~28도) 유지, 전력소모량이 적은 LED조명으로 교체, 사용하지 않을 때는 대기전력 차단 등을 제시했다.

기윤실에서 진행하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 실천사항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윤신일 간사는 “교회 냉방 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밤 12시 이후로 십자가 조명을 끄면 많은 전기를 아낄 수 있다. 교인들은 노타이, 반소매 차림을 애용하고 대중교통으로 교회에 가는 것도 에너지 절약 방법 중 하나”라고 전했다.

유지철 소장은 교회에서 친환경 에너지 시설을 확충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실제 청파감리교회, 황금종교회, 제자교회, 로뎀교회, 무지개언약교회 등 5개 교회는 옥상에 총 157kWh 용량의 햇빛발전소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청파감리교회의 경우 햇빛발전소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판매해 불우이웃돕기에도 활용한다. 환경을 보호하면서 지역사회 주민도 돕는 일석이조의 효과다.

유 소장은 “기독교는 생명존중의 종교이자 사랑의 종교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창조세계를 지키고 생명을 사랑하는 것은 크리스천의 사명이자 의무”라며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더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한국교회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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