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남긴 사랑, 오늘 누군가의 꿈이 되다

청소년에게 문화체험으로 꿈을 준다…드림포틴즈 대표 라영환 교수 이성원 기자l승인2017.06.28l수정2017.06.28 18:36l13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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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이 악을 낳고, 사랑이 사랑을 낳는다. 당연한 말인 듯한데, ‘악순환’이란 말엔 익숙하지만 ‘선순환’이란 말엔 낯선 세태가 안타깝다. 아들과의 사별이 계기가 되어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섬기게 된 ‘드림포틴즈(Dream For Teens)’의 대표 라영환 교수(총신대 조직신학)는 이걸 실감한다. 

법인을 설립할 때 일이다. 2천 5백만 원 정도 예산을 잡았는데 SNS로 한 달 만에 3천 4백 만 원이 걷혔다. 경제가 어려운 때지만 감동을 주는 일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선한 이웃이 아직도 많다는 뜻이다. 시작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달 수백만 원이 후원금으로 들어온다. 물론 투명한 운영과 공감을 얻는 활동이 그 이유이기도 하다.

“레미제라블을 보면 신부 한 사람의 사랑이 장발장을 변화시킵니다. 그 사랑은 장발장을 통해 더 많은 사랑을 낳게 됩니다. 사랑의 선순환이 계속되는 거죠. 좋은 크리스천으로 살았던 아들 때문에 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됐고요, 또 시작은 제가 했지만 여기 참여했던 많은 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시면서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돌보는 사역을 하게 된 라영환 교수는 ‘빵’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상실된 ‘꿈’을 아이들에게 찾아주는 것이라고 말하며 인문학적인 접근을 통해 교회도 유익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말한다.

‘리틀 지저스’였던 둘째 아들
2014년 4월 21일, 세월호 사건이 터진 며칠 후였다. 영국에 살던 둘째 아들이 돌연 세상을 떠났다. 믿을 수 없는 비보를 가슴에 품고 먼 길을 떠났다. 큰 슬픔 속에 도착한 영국의 장례식에서 그는 아버지로서도 전혀 몰랐던 아들의 선한 행적들을 하나 둘씩 마주하게 됐다.

“장례식에 뜻밖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걸 보고 아들의 삶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에콰도르에 사는 아이는 그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직장까지 그만 뒀더라고요. 장례식에 참석한 분들이 그러더군요. 제 아들이 ‘리틀 지저스’였다고요.”

그들의 후일담을 통해서 아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아들은 바쁘게 살았다. 월요일만이 자신을 위한 시간이었고, 화요일은 CBMC성경공부, 수요일은 교회 예배, 목요일은 노숙자들을 위한 사역, 금요일은 교사기도회, 토요일과 주일 역시 교회 일로 시간을 보냈다. 

“아들이 특히 노숙자들을 돕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대학을 다닐 때 한 번은 노숙자가 다가와 배가 고프다고 하더랍니다. 마음 속에 이 사람을 돌보라는 음성이 들렸대요. 지갑의 돈을 주고 은행에 가서 400파운드까지 인출해서 줬습니다. 취업 인터뷰가 있다고 해서 면도기랑 샴푸까지 사줬답니다. 그 후 지하철에서 다른 변화된 노숙자를 보면서, 자기가 도운 노숙자도 이렇게 새사람이 됐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죠. 그 후 평생 이 일을 자기 사명으로 생각한 겁니다.”

아들의 회사 창립자는 장례식의 추모 글에 긴 글을 남겼는데, 언젠가 회사의 지도자가 될 만한 ‘굿 비즈니스맨’이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인교회 친구들은 그가 ‘굿 크리스천’이었고 그가 있는 곳은 언제나 화목했다고 추억했다. 아들의 대학 동기들은 아들의 이름으로 대학에 메모리얼 의자를 기증했다. 아들의 삶이 그만큼 인정받았다는 뜻이었다. 

“아들이 대학에서도, 직장에서도, 교회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으며 살아왔더라고요. 그 아들의 죽음을 앞에 두고 깊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삼 주 전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고요. 또 아이가 세상 떠나기 바로 전엔 세월호 사건이 났습니다. 나라적으로, 개인적으로 참 힘든 때였습니다. 꿈이 없어져 버리고 살 이유가 없어져 버릴 때였어요. 그때 아들의 삶을 생각하며 물었죠. ‘나는 뭘 할까?’ 청소년들을 돌봐야겠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 영국에서 대학을 나와 직장생활을 하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라 교수의 둘째 아들. 그는 회사에서 '굿 비즈니스맨'으로, 이웃들에겐 '굿 크리스천'으로 불릴 만큼 일주일 내내 이웃과 교회를 섬기며 살았다(사진은 라 교수의 SNS에서). 

복음의 징검다리, 인문학
청소년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드림포틴즈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겐 ‘빵’도 필요하지만 더 본질적인 해결책은 ‘꿈’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꿈이 없기 때문에 방황하던 ‘노답’ 청소년들이 꿈이 생기면 삶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일을 위해선 오늘 참고 견뎌야 한다는 걸 스스로 깨우치게 되기 때문이다.

드림포틴즈는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에 마련한 근사한 소극장과 까페에서 ‘학부모와 청소년이 함께 하는 인문학 교실’, ‘글쓰기 학교’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고 있다.

인문학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미래의 자신을 꿈꾸게 된다. 인문학적 소양은 아이들의 생각을 바꿔준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정신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인문학 강의를 통해서 노숙자들의 삶이 변화된 케이스가 있습니다. 미국의 소외계층을 위한 인문학 교육과정인 클레멘트 코스가 그렇습니다. 그 교육을 마친 노숙자 31명 중 27명이 풀타임 직장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이 인문학을 배우면서 질문이 생깁니다. 한 번도 학교에서 질문을 해본 적이 없던 아이들이거든요. 그런데 질문이 생기니까 답도 생기는 겁니다. 꿈도 생기고요. 삶이 달라지게 됩니다.”

라 대표는 인문학이 교회에서도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적극 추천한다. 인문학을 기독교와 배치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기독교인들도 있는데, 삶의 의미와 목적을 다루는 인문학을 제일 잘할 수 있는 곳이 기독교라고 한다. 지난해에는 개포동교회에서 ‘소명’이라는 주제로 성경과 기독교 세계관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인문학이 복음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교회의 청소년 사역에 인문학적 접근이 큰 효과가 있습니다. 교회 청소년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 노래하고 춤추는 것만으로 채워져 있는데 사실 청소년들이 의외로 지적 수준이 높고 호기심이 많습니다. 일방적으로 성경 지식만 주입하는 방식보다는 아이들이 성경 앞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성경 속에서 답을 찾도록 만드는 인문학적 교육방법을 도입해야 합니다. 교회가 필요하면 저희가 그런 프로그램과 팀을 구성해드릴 수 있습니다.”

좋은 문화경험이 인격에 도움
드림포틴즈는 또한 청소년들에게 고급한 문화를 체험토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텍스트보다는 이미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아이들에게 미술 작품을 관람케 하고 그 뜻을 풀어주며 더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또 음악 콘서트를 열어 아이들이 좀 수준 높은 문화를 체험하게 합니다. 사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런 고급한 문화를 경험할 기회가 없거든요. 문화적 자존감이 없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문화를 경험하면 아이들이 확실히 더 성장합니다. 그래서 SNS를 통해 펀딩을 해서 청소년 문화 콘서트를 열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희망 콘서트’가 지난해까지 3회째 열렸다. 많은 문화 예술인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진다. 단지 음악만 연주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다. 아이들은 연주자의 삶에 대한 스토리와 음악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하게 된다. 

재능기부를 한 연주자 스스로 감동을 받아 사비를 털어가며 아이들을 위한 콘서트를 여는 일들도 많아지고 있다. 선이 선을 낳는 선순환의 감동이 점점 확장된다. 문화지원사업, 결연지원사업, 정서지원사업, 교육지원사업, 학교밖지원사업 등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는 드림포틴즈는 이런 선순환의 물결을 앞으로도 계속 일으키려고 한다.

“학업을 중단하고 학교 밖을 떠도는 아이들이 28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청소년 자살률이 1위이고 청소년 행복이 최하위라고도 합니다. 이게 우리의 미래가 되면 되겠습니까?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꿈을 만들어주는 일에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성원 기자  jos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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