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주도권 싸움 본격화…선거시 최대 ‘4파전’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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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주도권 싸움 본격화…선거시 최대 ‘4파전’ 예상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7.06.2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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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無主空山)’ 한기총, 앞날은 어떻게 될까?

군소교단 비대위 구성, 지난 26일 홍재철 목사 앞세워 성명발표
한기총, “비대위는 불법임의단체… 위법행위 반복되면 법적 조치”

엄기호-김노아 목사에 이어 홍재철 목사 출마 가능성까지 예측

‘무주공산(無主空山)’ 한기총을 둘러싼 쟁탈전이 시작됐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싸움이 치열하다. 2010년 이후 한국교회 주요교단들의 이탈로 한바탕 몸살을 앓았던 한기총은 지난 4월 이영훈 대표회장의 직무정지 결정 이후 ‘난파선’처럼 표류하고 있다. 대표회장 직무정지 2개월 째, 한기총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 늦어지는 한기총 정상화

지난 5월 10일 공식일정을 시작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직무대행 곽종훈 변호사는 “빠른 시일 내 한기총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근거는 이영훈 대표회장의 사임의사에 있었다. 이영훈 목사는 법원이 내린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사임의사를 밝혔다. 당시 곽 변호사는 “사직서가 접수되면 임시총회를 열어 대표회장 선거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기총 사태는 대표회장 직무정지에 따른 것이어서 재선거를 통해 새로운 대표회장을 세우면 모든 혼란이 해결된다고 내다본 것이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이영훈 목사가 두 달째 사직서를 내지 않고 있고, 그 사이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김노아 목사가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이영훈 대표회장이 세운 임원 75명도 불법이므로 이들의 직무도 정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영훈 목사 측과 김노아 목사 측의 대립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변수도 등장했다. 바로 홍재철 목사의 복귀다. 일부 군소교단들은 지난 26일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소속 회원 교단장 및 총무 연석회의’를 열고 상임고문에 홍재철 목사를 위촉했다. 홍재철 목사는 “고법에서 이기면서 복귀 명분이 마련됐다”며 “한기총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상황만 두고 보면 한기총이 세 갈래로 찢어진 모양새다.

# 군소교단 ‘비대위’로 역공 시작

지난 26일 성명서를 발표한 비상대책위원회는 한기총 내 군소교단들이 결집한 조직이다. 홍재철 목사가 있는 예장총회와 류광수 목사가 속한 개혁, 박중선 목사가 속한 합동진리 등 총 12개 교단 총회장들이 비대위 고문과 자문, 위원회 등을 맡고 있다. 비대위 측은 “총 38개 교단, 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는 성명을 통해 직무대행 곽종훈 변호사의 사임과 현재의 한기총 사태를 만든 선관위원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 이유로 지난 5월 26일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 12층에서 열린 ‘한국교회 지도자 조찬모임’을 꼽았다. 당시 이 조찬모임은 한기총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는 것이 비대위의 주장이다. 한기총 임원들이 초청대상이었고, 이 자리에 이영훈 목사가 참석한 것을 문제 삼았다. 비대위는 이 모임이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선관위 전원 사퇴에 대해서는 김노아 목사의 은퇴 여부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무리한 선거를 진행해 지금의 한기총 사태를 초래했다며 책임을 물었다.

비대위의 공격은 기하성 여의도총회로 확대됐다. 한기총 내 임원조직에 기하성 여의도 인사만 23명이 포진된 것이 빌미가 됐다. 비대위는 “기하성이 한기총을 점령했다”고 표현했다.

비대위의 기자회견과 성명발표 후 한기총의 입장도 강경하게 선회했다.

곽종훈 직무대행 이름으로 지난 27일 발표된 한기총 입장은 비대위를 불법, 임의단체로 규정했으며, “폭력으로 한기총의 업무를 방해한다거나 한기총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한기총의 설립취지에 반하는 위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 향후 금번과 같은 위법행위가 행하여질 경우에는 그 참여자들에게 징계절차를 개시함과 아울러 의법 조치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5월에 열린 한기총 임원 모임을 불법으로 문제 삼은 것에 대해서도 “이 모임은 김노아 목사가 한기총의 임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하여 소송 당사자들로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대응책을 협의하기 위한 대책 모임이었고, 사무총장은 소송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자리에 참석한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 이영훈 목사 “28일 이후 사표수리 될 것”

한편, 이와같은 복잡한 상황을 예견했는지,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기총 임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심문 종결 예정일인 6월 28일 이후에 이영훈 목사의 사임서가 즉시 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영훈 목사의 대표회장 사임서는 곽종훈 직무대행이 보관 중이었으며, 차기 대표회장 선출시까지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담당 변호사의 견해에 따라, 이영훈 목사 본인의 사임의지와는 상관 없이 수리가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목사 측은 “사표 수리 후 한기총은 임시총회를 소집하고 새로운 대표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영훈 대표회장은 한기총이 임시총회를 통해 새로운 대표회장을 선출하기까지 한기총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협력할 예정”이라며 사태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다.

피선거권이 박탈된 후 법원 소송을 통해 명예회복에 나서고 있는 김노아 목사는 자신을 둘러싼 이단성 논란을 벗어내기 위해 노력중이다. 1980년대 스스로를 ‘보혜사’라고 칭해 이단논란에 휩싸였던 김 목사는 지난 14일 ‘보혜사 증거집회’를 열어 “근본적으로 보혜사는 성삼위의 한 분”이라는 신앙고백으로 과거의 잘못을 씻어내는 데 집중했다. 법적으로는 이영훈 대표회장의 흔적을 지우는 데 나서고 있다.

# 총대 1/3 요청으로 임시총회 가능

표면적으로는 이영훈-김노아-홍재철 목사 3파전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기총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김노아-홍재철 목사측의 연대도 예상된다. 그동안 소원한 관계였던 홍재철-박중선 목사도 이번 비대위 모임에 함께 했다. 세계한인기독교총연합회 창립에 함께 했던 홍재철-김노아 목사는 단체 창립 이후 관계가 틀어졌지만 한기총 사태에는 둘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군소교단의 ‘합종연횡’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기총은 어떻게 될까? 곽종훈 직무대행은 “이영훈 대표회장의 사직서는 이미 작성된 것으로 알고 제출 시기만 조율중에 있다. 사직서가 제출되면 대표회장 공석이므로 새로운 대표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절차를 밟아야 한다. 임시총회를 여는 방법은 두 가지다. 임원회에서 상정하던지, 총대 1/3 이상이 임시총회를 요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총대의 요구로 임시총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이영훈 목사 측과 비대위 모두 임시총회를 요청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라도 1/3 이상의 연서명으로 총회 개최를 요청하면 곽 대행은 법원의 허락을 받아 총회를 개최할 수 있다.

그러나 후유증을 피하기 위해서는 한기총 임원들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내려진 후에야 선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 임원은 당연직 총대이기 때문이다.

임시총회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치열한 선거전도 피할 수 없다. 피선거권 박탈이 잘못됐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기 때문에 현행 정관상 김노아 목사의 출마가 가능해졌다. 비대위를 통해 복귀의 신호를 알린 홍재철 목사도 후보군에 들어간다. 홍 목사는 “대표회장 출마 생각은 없다”고 말했지만, “예수님이 시키시거나 만장일치로 나를 추대한다면 할 수 없지 않냐”는 말로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홍 목사는 18대 대표회장 한 번만 역임했다. 하지만 대법 판결까지 임원 복귀 자체가 불분명하다.

조용기, 한경직 목사 등 교계 어른들이 세운 한기총을 이대로 버릴 수 없다는 기하성 여의도총회의 의지도 강하다. 한기총 일각에서 거론되는 기하성 측 후보는 엄기호 목사다. 이미 한교연 쪽에도 엄기호 목사가 새로 대표회장이 되면 통합을 잘 마무리해달라는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군소교단 세력인 엄신형 목사의 출마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많게는 ‘엄기호-김노아-홍재철-엄신형’ 등 4파전이 될 전망이고, 적게는 ‘엄기호-김노아’의 2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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