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면 귀 빨개진다” (When you lie, your ears turn 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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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면 귀 빨개진다” (When you lie, your ears turn red.)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7.06.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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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32

“모두 앞에 나와 줄을 서고 한사람씩 내 앞에 집게손가락을 올려봐라.” 
교실에서 도난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담임선생님이 훔친 아이를 가려내는 방법이었다. 전혀 도둑이 아니었는데도 얼마나 두려웠는지 모른다. 다행이 훌쩍거리며 선뜻 가져간 아이가 나왔기 망정이지 공연히 범인으로 지목될까 심히 겁이 났던 때였다. 

‘거짓말하면 귀가 빨개진다’ ‘상대방의 눈동자를 똑바로 보지 못한다’는 말들은 모름지기 ‘사람이란 모두 양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양심’에 대한 어떤 정의나 규명에 못지않게 ‘양심의 가책’은 저절로 몸에서 표현되는 인간의 본능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진실 속에는 진실이 없다. (There is no Truth in the Truth.)”라는 말은 조지오웰의 작품 ‘1984’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전체주의적 체제하에서 자행되는 끊임없는 역사왜곡, 개인의 존엄성과 자의식의 파괴가 얼마나 끔직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 가상의 국가에서 ‘빅브라더’ 라고 불리는 절대자에게 충성하기 위해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과거를 거짓으로 끊임없이 꾸며 낸다. 가혹한 고문과 세뇌 속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그의 양심은 당이 원하는 것을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며 갈등한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헌법 제19조(Article 19 of the Constitution)에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all citizens shall enjoy freedom of conscience.)” 그리고 그 양심이란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destroy one’s existential value)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 라고 선언되어있다.

그러므로 예를 들어 엄청난 권력의 자리가 제공될지라도, 선과 악의 기준에 따른 윤리적 결정에 자기 양심이 충돌한다면 기꺼이 포기할 줄도 아는 용기를 말한다.   
‘양심선언(Declaration of conscience)’은 보통 우리사회에서 ‘호루라기를 분다.’는 의미의  ‘Whistle blowing(내부고발)’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다. 이는 ‘밀고자(a betrayer, 혹은 포르노 잡지의 속어 Deep throat)’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원래 이 말의 진정성은 ‘양심의 가책 (The guilt of a conscience)’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나올 때에 비로소 표현될 수 있다. 종종 양심선언을 빙자하거나 강요받아서, 과거사를 왜곡한다던지, 내부고발자로 혹은 밀고자로 등장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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